내측측부인대 손상 의심, 최소 3주…쿠보 없는 일본, 32강까지 버틸 수 있나

네덜란드전 후반 26분, 쿠보 타케후사가 쓰러졌다. 덴젤 둠프리스의 강한 충돌에 왼쪽 무릎을 부여잡은 채 경기장 밖으로 나간 쿠보는 응급 처치를 받았지만 다시 피치를 밟지 못했다. 후반 30분 오가와 코키와 교체됐고, 경기 종료 후에는 걷지 못한 채 휠체어에 의존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일본은 이날 2026 북중미 FIFA 월드컵 F조 1차전에서 우승 후보 네덜란드를 상대로 2-2 무승부를 거뒀다. 전력 열세를 딛고 강호와 맞선 결과였지만, 경기 다음 날인 16일(한국시간) 미국 내슈빌 훈련장에 쿠보는 나타나지 않았다. 팀 의료진의 정밀 검사를 받으며 숙소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시나리오에 빨간불이 켜졌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일본은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앞서 공개적으로 우승을 목표로 내세웠다. 48개국 확대 체제로 치러지는 첫 월드컵인 만큼 조별리그 관문이 다소 넓어졌지만, 일본의 야망은 단순한 16강 통과가 아니었다. 분데스리가·프리미어리그·라리가 등 유럽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선수들로 구성된 이번 대표팀은 역대 가장 전력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대회 개막 전부터 부상 소식이 이어졌다. 수비 미드필더이자 팀의 볼 순환 핵심인 엔도 와타루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날카로운 드리블과 측면 돌파로 상대 수비를 허무는 미토마 카오루도 전열에서 빠졌다. 득점력과 기동력을 갖춘 미나미노 타쿠미 역시 부상 낙마 대상이었다. 핵심 자원이 셋이나 빠진 상태로 일본은 조별리그 첫 경기를 맞이했다.

쿠보 타케후사는 이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선수였다.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라리가 경험을 쌓으며 일본 공격의 가장 창의적인 자원으로 자리매김한 쿠보는 드리블 돌파, 결정적 패스, 슈팅 세 가지를 갖춘 에이스였다. 네덜란드전에서도 쿠보는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이름값을 했다. 그리고 후반 26분, 둠프리스와의 충돌로 쓰러졌다.

충돌 직후 쿠보의 왼쪽 무릎은 안쪽으로 꺾이는 형태의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 부상 분석 전문 매체 '더 인저리 엑스퍼츠'는 해당 장면을 분석한 뒤 내측측부인대(MCL) 손상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진단이 확정될 경우 최소 3주 결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함께 내놓았다.

쿠보의 소속팀 레알 소시에다드가 위치한 스페인 바스크 지역 매체 '노티시아스 데 기푸스코아'는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쿠보의 월드컵 출전 희망에 먹구름이 드리웠다"고 전했다. 같은 매체는 MRI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일본 대표팀 내부에 비관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보 본인은 경기 직후 DAZN과의 인터뷰에서 "잘 모르겠다.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상태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이후 상황이 그 발언을 뒤집었다. 훈련장 불참, 숙소 정밀 검사, 팀과의 별도 일정이 이어졌다.

일본의 조별리그 이후 일정을 놓고 보면 부상 타이밍이 더욱 복잡하다. 최소 3주 결장이 현실화될 경우, 조별리그 2차전(21일 튀니지), 3차전까지 쿠보를 쓸 수 없게 된다. 48개국 체제에서 조별리그 3위까지 32강에 진출하는 구조이므로 조별리그 통과 자체는 가능하더라도, 32강 시작 시점에도 쿠보 복귀를 장담하기 어렵다. 회복이 더 길어진다면 16강 출전 여부까지 불확실해진다.

쿠보 없이 나선 일본 대표팀은 16일 숙소와 실내 훈련장에서 회복 중심 일정을 소화했다. 선발 출전조는 체력 회복에 집중했고, 비선발 자원들은 U-19 일본 대표팀과 연습 경기를 치르며 경기 감각을 유지했다.

쿠보의 이탈이 단순한 에이스 공백이 아닌 이유는, 일본 대표팀의 공격 전술이 쿠보를 중심으로 설계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모리야스 감독의 전술은 측면에서 상대 수비 블록을 흔들고 중앙으로 침투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하는데, 쿠보는 그 흐름에서 볼을 받아 판단하고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맡았다.

엔도가 빠진 상황에서 수비 진영의 볼 배급이 약해졌고, 미토마와 미나미노 이탈로 측면 속도와 득점 옵션이 동시에 줄었다. 여기에 쿠보까지 빠진다면 일본이 가동할 수 있는 창의적 공격 루트는 대폭 좁아진다. 네덜란드전 2-2 무승부가 일본의 저력을 보여준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쿠보가 없었다면 가능했을지 의문을 남기는 경기이기도 했다.

팬 반응 측면에서도 이번 사태는 주목할 부분이 있다. 쿠보에게 태클을 가한 둠프리스의 SNS에 일본어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이에 이성적인 일본 팬들이 직접 사과 댓글을 달고 과열 반응에 자제를 촉구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자국 에이스의 부상에 감정이 격해지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그 감정이 상대 선수 개인에 대한 SNS 공격으로 이어지는 방식은 어느 나라 팬이든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공식 부상 진단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내측측부인대 손상은 외부 분석 매체의 추정이고, MRI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결장 기간이 확정된다. 낙관론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쿠보 본인이 인터뷰에서 "괜찮을 것 같다"는 뉘앙스를 남긴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훈련 불참과 별도 의료 일정이라는 팩트는 낙관론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쿠보의 공식 부상 진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21일 튀니지전이 열리기 전까지 일본이 어떤 발표를 내놓느냐가 이후 대회 전망을 가를 분기점이 된다. 우승을 선언하며 출전한 일본이 에이스의 이탈이라는 최악의 변수를 어떻게 돌파할지, 아니면 쿠보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해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을지.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의 행보를 결정할 핵심 변수는 전술도 일정도 아니라 쿠보의 MRI 결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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