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서 분유 기저귀 훔친 40대 미혼모…‘온정의 분유통’ 건넨 아빠 경찰
2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원주시 관설동 한 마트에서 40대 여성 A씨가 물건을 훔쳤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식료품과 분유, 기저귀 등 약 17만원어치의 물품을 계산하지 않고 마트를 빠져나가려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보안요원에게 발각됐다.
A씨 출동한 원주경찰서 치악지구대 소속 고탁민 경사에게 “조리원에서 막 나온 아기가 10시간 동안 밥을 못 먹었다”며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어서 잘못된 줄 알면서도 분유 등을 훔치게 됐다”고 털어놨다.
고 경사는 A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절도 후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이들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기가 굶고 있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A씨의 동의를 얻어 그의 집을 찾았다. 10평 남짓한 원룸에 빈 분유통이 널려 있었고 아이가 한 명 있었다. A씨는 “태어난 지 2개월 정도 된 남자아이”라고 했다.
A씨는 입건 된 만큼 경찰 조사를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이전에도 절도 범죄를 두 차례 저질러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벌금 미납자로 수배된 상태였다.
홀로 아기를 키우면서 육아수당 등으로만 생활 중이던 A씨는 이날 역시 분윳값을 낼 돈이 없어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 경사는 A씨와 아이를 데리고 지구대로 돌아왔다. 이어 유유히 지구대 밖으로 나갔다. 고 경사는 곧장 마트로 돌아가 아이에게 줄 분유를 사비로 구매한 뒤 A씨에게 건넸다.
고 경사는 작년 12월 한 아이의 아빠가 됐다. 그 당시만큼은 경찰이 아닌 아이가 울고 있던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한 아이의 아빠던 것이다.
고 경장은 A씨에게 벌금 분할 납부 방법 등의 지원 정책도 안내했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사건 후 일주일 정도 지나 A씨가 고 경사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벌금도 나눠서 내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일이 너무 많이 알려져 아이 엄마가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경찰서는 A씨를 지난 3월 말 절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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