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창고형 약국 확산과 지역 약국의 위기

인천일보 2026. 4. 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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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약국'이 늘고 있다. 성남, 고양, 구리, 부천, 안양 등지에 들어서 운영 중이며, 수원에는 3곳이 영업 중이고 수원역 인근에 추가 개설이 예정돼 있다. 추세로 보아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창고형 약국'은 일반의약품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까지 함께 판매하는 복합매장 형태로, 대량 구매를 통한 저가 전략을 앞세운다. 소비자로서는 비용 절감과 다양한 품목 접근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골목 약국'의 경쟁력을 그게 약화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단골 중심으로 운영되던 동네 약국은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 고객 이탈을 피하기 어렵고, 일부는 이미 가격 재조정에 나서며 힘겹게 방어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도 대형 체인과 온라인 약국이 독립 약국을 압박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체인 약국이 디지털 서비스를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공통으로 대형화·저가 전략·디지털화가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지역 기반 약국의 도태를 불러온다는 점이 확인된다. 미국은 공정 경쟁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부심하고 있고, 유럽은 소형 약국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지역 약국은 단순히 의약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주민 건강을 지키는 생활밀착 의료 거점이며, 맞춤형 상담과 예방적 건강관리라는 기능을 수행한다. 창고형 약국의 확산으로 이 기능이 약화될수록 국민 건강권이 위협받는다.

보건복지부는 창고형 약국의 법적 정의를 마련하고 광고·명칭 제한 등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대한약사회는 TF를 구성해 강경 대응에 나서며 지역 약국 보호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규제와 지원을 병행해 시장의 균형을 맞추고, 소형 약국이 지역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이 절실하다. 소형 약국이 고유의 역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 균형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창고형 약국의 확산을 시장 경쟁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과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구조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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