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안전… ‘올 웨더 포트폴리오’를 짜라
단기 수익률 좇는 추종 매매 한계…'예측' 대신 ‘생존’에 초점
위험성향·연령 따라 달라지는 투자 구조…“장기 투자와 리밸런싱이 핵심”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특정 종목이나 자산의 단기 수익률에 기대는 추종 매매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일수록 개별 자산의 부침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투자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어떤 시장 환경에서도 변동성을 제어할 수 있는 자산배분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개인투자자의 핵심 생존 전략으로 제시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자산배분은 주식과 채권, 현금, 금, 원자재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자산을 함께 보유함으로써 전체 자산의 변동성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구조를 만드는 전략을 의미한다.
◇ 수익률보다 중요한 ‘오래 살아남기’
전문가들은 자산배분의 핵심이 ‘예측’이 아니라 ‘생존’에 있다고 설명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시장 방향을 맞추는 데 집중하기보다, 예측이 틀려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투자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주식은 경기 성장기에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침체기에는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 반면 채권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금과 원자재는 인플레이션 대응 수단으로 활용되며 현금성 자산은 유동성과 비상 대응 기능을 담당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자산을 함께 보유하면 특정 자산이 부진하더라도 전체 포트폴리오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자산배분은 결국 수익률 극대화보다 위험 관리와 투자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과 같은 시장 급등기에는 무리하게 추종 매수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급락기에는 공포 심리로 인해 손실을 확정짓는 투자 행동이 반복되기도 한다. 횡보장에서는 지루함 때문에 투자 원칙 없이 매매 빈도를 높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자산배분 구조를 갖추면 포트폴리오 전체 변동성을 낮출 수 있어 감정적 투자 판단을 줄이고 장기적인 투자 원칙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정호철 NH투자증권 백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에게 자산배분은 시장을 이기기 위한 전략이라기보다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에 가깝다”고 말했다.
◇ 위험성향과 연령 따라 달라지는 자산배분
전문가들은 자산배분 전략이 모든 투자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투자자의 위험성향과 연령, 소득 안정성, 투자 기간 등에 따라 적절한 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수형 투자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 경우 주식 30%, 채권 40%, 현금 30% 수준의 자산배분이 예시로 제시된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전체 자산 하락폭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구조다.
중립형 투자자는 성장성과 안정성의 균형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주식 50%, 채권 30%, 현금 20% 수준의 포트폴리오가 활용된다. 장기 성장성과 위험 관리를 동시에 고려한 구조로 일반적인 개인투자자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공격형 투자자는 높은 기대 수익을 위해 더 큰 변동성을 감수한다는.
주식 비중을 70% 수준까지 확대하고 채권과 현금 비중을 줄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다만 높은 수익 가능성만큼 손실 위험도 크기 때문에 자신의 위험 감내 수준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연령대 역시 자산배분 전략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꼽힌다.
20~30대는 투자 기간이 길고 향후 추가 소득 창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성장형 자산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 주식 70%, 채권 20%, 현금 10% 수준의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도 장기 관점에서는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40~50대는 자녀 교육과 주거, 노후 준비 등 현실적인 책임이 커지는 시기이기에 투자 전략에서도 차이점을 나타낸다. 생애주기에 따라 성장성과 안정성의 균형이 중요해져서다. 시장 충격에 대한 방어력을 확보하면서도 장기 자산 증식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60대 이후에는 자산 증식보다 자산 보전과 유동성 확보 중요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채권과 현금 비중을 확대하는 보수적인 전략이 일반적으로 권장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나이에 따라 획일적으로 투자 전략을 결정하기보다 소득 구조와 부채 규모, 가족 상황 등을 함께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단순하지만 강한 전략 ‘60:40과 올웨더’ 재조명
대표적인 자산배분 전략으로는 ‘60:40 포트폴리오’가 꼽힌다. 주식 60%, 채권 40%로 구성되는 이 전략은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널리 알려진 자산배분 방식 중 하나다.
60:40 전략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함이다. 복잡한 시장 판단 없이 정기적으로 비중을 점검하고 목표 비율로 리밸런싱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금리 상승기나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부진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 2022년 글로벌 긴축 국면에서는 전통적인 60:40 전략 역시 변동성을 겪은 바 있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자산을 결합해 위험을 조절한다는 자산배분 원칙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에는 다양한 경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올 웨더(All Weather)’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올 웨더 전략은 미국 및 글로벌 주식과 장기국채, 중기국채, 금, 원자재 등을 함께 편입해 경제 성장과 침체, 인플레이션 등 여러 상황에 동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된 포트폴리오다.
일반적으로 주식 30%, 장기국채 40%, 중기국채 15%, 금 7.5%, 원자재 7.5% 수준의 구성이 대표적 예시로 제시된다.
경제 성장기에는 주식이 수익을 내고 경기 둔화기에는 채권이 방어력을 제공하며, 금과 원자재는 물가 상승 대응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다. 특정 시장 전망에 베팅하기보다 어떤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라는 평가다.
◇ 핵심은 리밸런싱… “예측보다 원칙 중요”
전문가들은 자산배분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로 ‘리밸런싱’을 꼽는다.
리밸런싱은 시장 변화로 인해 달라진 자산 비중을 다시 원래 목표 비율로 조정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60:40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시장 상승으로 주식 비중이 70%까지 늘어났다면 일부를 매도하고 채권 비중을 다시 늘려 원래 구조로 복귀시키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가격이 오른 자산은 더 사고 싶어하고 하락한 자산은 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리밸런싱은 반대로 오른 자산 일부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낮아진 자산을 다시 채우도록 요구한다.
이를 통해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보수적으로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고 처음 설정한 위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
최근 투자 환경 변화 역시 자산배분 중요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처럼 특정 국가나 산업 성장만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글로벌 시장 간 연결성이 커져 변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글로벌 증시는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 지정학적 갈등, 인공지능(AI) 산업 중심의 쏠림 현상 등 다양한 변수에 반복적으로 영향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특정 자산의 방향성을 맞추는 데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투자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 연구위원은 “장기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단기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변동 속에서도 투자 원칙을 유지하며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결국 자산배분은 투자 기술 이전에 자신의 욕심과 불안을 조절하는 자기 통제의 원칙에 가깝다”고 말했다.
도움 = 정호철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
정리 = 김동현 기자 gaed@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