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설] 잉여가치론과 초과이익 환수 주장

이동욱 논설주간 2026. 5. 1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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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욱 논설주간

칼 마르크스(Karl Marx)는 '자본론'에서 자본주의의 본질을 '잉여가치의 착취'로 봤다. 노동자가 만들어낸 가치 가운데 임금으로 지급되고 남은 몫, 즉 잉여가치를 자본가가 독점한다는 것이다. 19세기 산업혁명기의 빈부 격차와 노동 착취 현실 속에서 등장한 이 이론은 이후 사회주의 경제학의 핵심 토대가 됐다. 그러나 현대 자유시장경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업의 이윤은 단순한 착취의 결과가 아니라 투자 위험과 기술 혁신, 시장 경쟁에 대한 보상이라는 인식 위에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SNS에서 '초과이익 환원론'을 제시해 시장에 큰 파란을 일으켰다. AI시대 반도체 기업들이 거둔 막대한 수익의 일부를 '국민배당금' 형태로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하며 올해만 각각 300조 원, 250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전망 속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 아닌 정부 차원의 '기업 초과이윤 환수' 신호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발언 직후 증시가 급락했고,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한국 시장의 예측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문제는 '초과이익'이라는 개념 자체의 모호함이다. 무엇이 정상 이윤이고 무엇이 초과 이윤인가. 반도체 산업은 수십조 원 규모의 선행 투자와 막대한 실패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산업이다. 오늘의 천문학적 수익은 수년간의 적자와 연구개발 투자 끝에 얻어진 결과다. 그런데 정부가 사후적으로 "너무 많이 벌었다"고 판단해 이를 사회적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가 권력이 이윤의 적정선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시장 대신 정치가 경제 질서를 결정하는 것은 공산 사회주의 방식이다. 특정 산업이나 기업의 성과를 권력이 '과도한 이익'으로 규정하는 순간 자본주의의 핵심 원리인 사유재산권과 예측 가능성은 흔들리게 된다. 이는 결국 투자 위축과 성장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기업도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독과점 남용이나 불공정 거래, 노동 착취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는 문제이지, 기업 이윤 자체를 도덕적 의심의 대상으로 삼아 골고루 분배하자는 것과는 다르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잉여가치론으로 자본주의의 모순을 비판했다. 하지만 20세기 현실 사회주의의 실패는 시장과 이윤에 대한 국가 개입이 얼마나 무모하고 비능률적인지를 잘 보여줬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초과이익' 논쟁으로 반기업 정서를 자극하는 정치가 아니다. AI시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이 과감히 투자하고 혁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는 안정적인 시장 환경과 예측 가능한 정책 신뢰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