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계기판 디지털화는 이미 대세가 되었다. 10년 전만 해도 고급차에 국한되었던 디지털 클러스터는 이제 경차부터 플래그십까지 전 라인업에 걸쳐 적용되고 있다. 다기능, 디자인 유연성, 정보 제공의 다양성 등 이유는 명확하다. 그러나 모든 변화가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운전이라는 행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보 전달 방식에서 핵심적인 직관성이 빠져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볼보는 계기판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시각적으로는 정돈된 구성을 보여주며, 기능적으로는 지도, 속도, 회전수 등 필수 정보들을 간결하게 표시한다. 하지만 실사용자들은 입을 모은다. 결국 숫자만 쳐다보게 된다고. 이유는 간단하다. 디지털은 위치감각이 없다. 정보는 정확하지만, 그 정확함이 방향성과 속도감을 희생시키기도 한다.


계기판, 주는 정보가 많다
감각이 오히려 저하된다?
바늘 하나가 제공하는 정보는 숫자로 이뤄진 정보 이상이다. 예를 들어 속도계라면, 현재 속도는 물론 상승 혹은 하강의 흐름, 임계점에 근접했는지까지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다. 상하 움직임, 위치, 범위라는 시각적 구성은 인간이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영화나 항공계에서도 위기 상황을 표현할 때는 여전히 바늘의 급격한 움직임을 차용한다.
디지털 계기판은 이와 다른 접근을 한다. 정보는 명확하지만, 과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속도가 변하고 있어도, 숫자가 단순히 바뀔 뿐이다. 이것은 데이터 처리에는 유리하지만, 감각적 운전에는 불리하다. 현대차그룹의 계기판도 이러한 흐름을 따른다. CCNC 또는 표준형 5W에 그치지 않고, 낮은 트림까지도 디지털로 이뤄진 구성은 시각적 명료성은 높지만, 전체적인 운전 감각의 연결성은 떨어질 수 있다.


물리 버튼도 같은 맥락
계기판, 정말 진보 맞아?
최근 거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는 실내 물리 버튼을 줄이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전조등, 안개등, 공조 장치도 터치스크린으로 이동시켰다. 이는 미니멀리즘과 인터페이스 일체화를 위한 조치지만, 사용자로서는 오히려 직관성을 저해하는 사례가 많다. 주행 중 조작이 어렵고, 햇빛 반사나 터치 오류로 인해 빠른 대응이 어려워진다. 내수 브랜드에선 기아, KGM이 지적받는다. S-LINK가 포함된 르노 코리아 역시 마찬가지고, 현대차 터치식 공조도 그렇다.
디지털 계기판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픽 품질은 좋아졌지만, 시야 내 정보 구조는 더 복잡해졌고, 사용자 주의력은 분산된다. 특히 노령층이나 경험이 풍부한 운전자일수록, 수치보다 시각적 비례와 움직임을 통해 정보를 파악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지점에서 디지털이 과연 진짜 진보인가?라는 질문은 가벼이 여길 고민이 아니다.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디지털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명확하고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느냐다.


운전자 위한 직관적 계기판
결론은 가독성이 중요하다
운전자는 시선을 한정된 영역에 두고, 수많은 요소를 한꺼번에 파악해야 하는 실시간 분석자 시점이다. 디지털 계기판은 점점 더 많은 기능과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제공하지만, 그 모든 기능이 실사용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보의 배열과 직관성이다. 화려함보다 가독성이 우선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중 무엇이 더 우월한가에 대한 결론은 아직 이르다. 오히려 가장 좋은 접근은 이 둘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일 수 있다. 숫자와 바늘을 함께 배치하거나, 유사 바늘 그래픽을 적극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계기판이 좋은 예다.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계기판의 본질은 언제나 운전자의 눈에 얼마나 잘 들어오는가로 귀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