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리당략' 일삼는 여야에 흔들...헌재도 이례적 '쓴소리'
[앵커]
헌법재판소가 재판관이 최소 7명 있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도록 한 헌법재판소법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면서 '헌재 마비' 사태는 일단 피해갈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닌 만큼 정치권에서 신경전을 멈추고 후임을 신속히 임명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권준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헌법재판관은 대통령·대법원장·국회가 각각 3명씩 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오는 17일 퇴임을 앞둔 세 재판관의 후임은 국회의 선출 몫인데,
여야가 추천권 배분을 두고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의석수에 따라 후임자 3명 중 2명을 추천하겠다는 입장이고,
여당은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선출하는 관례를 따르자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이대로라면 헌법재판관이 6명만 남아 사건 심리를 할 수 없다는 우려는 일찌감치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자 헌재 스스로 '효력 정지'라는 비상 조치를 한 셈입니다.
[장영수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3명이 (임기만료) 되면은 지금 현행 헌재법상으로는 심리 자체를 못해요. 그러면 그 얘기는 결국은 기능 마비라는 얘기거든요. 헌법재판소에서 그 심각성을 느끼고 이런 가처분 인용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고요.)]
추천권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에 헌재 운영이 뒷전으로 밀려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2년엔 임기가 끝난 재판관의 후임자를 1년 넘게 정하지 못하고 추가로 4명이 동시에 퇴임하면서 5명이 공석이 됐고,
2018년에도 재판관 5명의 후임 인선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한 달가량 4인 체제로 운영되기도 했습니다.
헌재는 이번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임기만료로 인한 퇴임은 당연히 예상되는 것인데도, 재판관 공석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내뱉었습니다.
헌재는 직무대행제도 같은 제도적 보완 장치가 전무하다고도 지적했는데,
헌재 정상화를 위해선 국회 추천을 서두를 뿐만 아니라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YTN 권준수입니다.
영상편집 : 최연호
디자인 : 전휘린
YTN 권준수 (kjs81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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