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는 국민의 말에 침묵한 국가‥2년째 묻지 못한 책임
[뉴스데스크]
◀ 기자 ▶
사회팀 손구민입니다.
2022년 10월 29일, 여러분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딸들은 이곳 이태원에 왔습니다.
핼러윈을 앞둔 토요일, 날이 저물면서 인파가 쏟아졌습니다.
폭 3.2미터, 이 좁고 경사진 골목에 사람들이 뒤엉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무렵이었을 겁니다.
이 편의점 앞.
'사람들이 밀려와 압사당할 것 같다', 겁에 질린 신고가 저녁 6시 34분, 처음으로 112에 접수됐습니다.
[저녁 6시 34분] "압사당할 것 같아요."
그로부터 공식 사고 발생 시각인 밤 10시 15분까지,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기회는 몇 번이고, 몇 번이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실패했고 백쉰아홉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책임을 제대로 물었을까요?
◀ 리포트 ▶
'압사'.
최초 신고부터 참사는 예견됐습니다.
[최초 신고자] "사람들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아요."
비명 섞인 신고는 10번 더 이어졌습니다.
응답해야 할 이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은 다급한 무전을 듣고도, 자신은 밤 11시가 돼서야 참사 발생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이임재/전 용산경찰서장]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또 일반 무전하고 섞여 있었고…"
경찰 지휘부의 관심은 대통령실 집회에 쏠려 있었습니다.
삼각지 일대에 3천5백 명이 동원되는 동안, 이태원엔 137명이 배치됐습니다.
용산서 정보관은 "이태원에 가겠다고 하니 정보과장이 이를 막고 집회 현장 지원을 지시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참사 목격자(음성변조)] "다른 행사 때는 경찰들이 통제했는데 이번 행사에는 골목에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거예요."
시스템의 부재도 속속 드러났습니다.
김광호 당시 서울청장이 보고를 받은 건 참사 발생 1시간여 뒤였고, 윤희근 당시 경찰청장은 충북 제천의 한 캠핑장에서 잠들어 첫 보고를 놓쳤습니다.
[윤희근/경찰청장 -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날 저녁에 음주하셨냐고요.> 주말 저녁이면 저도 음주할 수 있습니다. 그것까지 밝혀드려야 되나요?"
'순찰했다'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그냥 집에 간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참사 후에도 책임회피에 급급했습니다.
[박희영/용산구청장] "이건 축제가 아닙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되겠죠."
이임재 전 서장과 김광호 전 서울청장, 박 구청장 등 21명이 재판에 넘겨진 건 참사 발생 1년 2개월여가 지난 올해 1월이었습니다.
'참사를 예견할 수 없었으니 책임질 것도 없다'.
법정에 선 이들은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김광호/당시 서울경찰청장]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관련해서는 특별히 그동안 위험성에 대한 제기가 없었습니다."
1심 법원도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사고 당시 국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음은 인정하지만 "과실과 참사 간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박희영·김광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사책임을 지게 된 이는 금고 3년이 선고된 용산서장 한 명뿐입니다.
"놔! 놓으라고!"
"경찰에 면죄부라고요 면죄부. 이게 무슨 재판이야. 이게 무슨 나라냐고."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모두 항소한 상태입니다.
참사 2주기 행사가 열린 지난 주말, 박희영 구청장은 추모행사가 아닌 용산구 체육행사에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질문은 가로막혔습니다.
"<구청장님! 오늘 시민추모대회에 가실 거예요?>……"
MBC뉴스 손구민입니다.
영상취재: 허원철, 윤병순 / 영상편집: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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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허원철, 윤병순 / 영상편집: 유다혜
손구민 기자(kmsoh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50668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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