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살리자" 조깅하던 의사, 교통사고 목격…의식잃은 환자 살렸다

27일 뉴스1에 따르면 추석 당일이었던 지난 17일 오전 7시52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다리에서 쏘렌토 차 한 대가 차량 세 대를 연달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뉴시스

지난 추석 우연히 목격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생명을 살린 성형외과 전문의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졌다.

27일 뉴시스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7시52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다리에서 쏘렌토 차 한 대가 차량 세 대를 연달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모두 7명이 다쳤고 그중 2명은 크게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쏘렌토 운전자는 음주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순찰차를 피해 도주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운전자가 달아나던 중 신호위반을 하면서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전주에서 성형외과 전문의로 일하던 송정훈씨(53)는 당시 아침 일찍 천변 가에서 조깅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평소 늦은 저녁에 운동에 나섰던 송씨는 비 소식을 듣고 이날만 우연히 아침 조깅을 하게 됐다.

큰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느낀 송씨는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고 그곳에서 전복된 차량에서 신음하고 있는 환자들의 목을 받치는 등 시민과 함께 응급처치를 도왔다. 이후엔 조수석에 있던 남성 환자를 발견해 차 밖으로 끄집어냈다.

남성은 의식을 잃고 맥박도 뛰지 않는 위급한 상태였다고 한다. 송씨는 지체 없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무릎과 손에서는 유리 파편으로 인해 피가 흘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응급처치를 계속했다.

결국 남성 환자는 맥박을 되찾았고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모든 환자가 떠난 후에야 송씨도 발걸음을 돌렸다.

송씨는 "처음 사고 현장을 목격했을 때는 '그래도 내가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다른 쪽에서 의식을 잃은 환자를 보자마자 어떤 다른 생각 없이 무조건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부터 외상 환자 수술이나 응급실 근무를 해서인지 어떤 두려움 없이 바로 구호 조치를 했던 것 같다"며 "만약 제가 아니었더라도 다른 의사 선생님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모두 저처럼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씨는 자신이 구조한 남성 환자에 대한 근황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주변 의사분 중 남성 환자를 직접 보신 분이 계셨다. 그 분께 상태를 여쭤보니 그저께(25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고 들었는데, 좋아졌다는 이야길 들으니 기쁘고 다행이라 생각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성형외과 전문의 송정훈씨./사진=뉴시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