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으로의 도전장을 내밀고 싶다면, 혼다 XL750 트랜잘프

최근 모터사이클 시장의 주된 관심사는 단연 어드벤처였지만, 조금 더 상세히 들여다보면 몇 년 전까지와는 조금 양상이 달라졌다. 기존 어드벤처 시장을 이끌고 있던 것이 리터급, 혹은 오버리터급에 속하는 모델들이었는데, 최근 들어 브랜드에서는 1,000cc 미만의 미들급 어드벤처들을 선보이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우선 리터급에 비해 부담을 낮춘 성능, 무게, 가격 등이 이유일 것이다. 물론 성능도 다다익선이라 생각하겠지만, 일상에서의 활용까지 생각할 때 최소 100마력이 넘어가는 리터급 이상의 어드벤처는 일상 영역에서 다룰 때 불편하고 유지비 역시 적잖이 들어간다. 무게 역시도 리터급 이상은 250kg 전후여서 정차 시나 저속에서 다루기가 만만치 않지만, 미들급으로 내려오면 200kg 전후로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다루기가 한결 수월하다. 대신 상위 모델의 각종 첨단 장비들이 빠지게 되므로 조금 아쉬운 부분일 수 있으나, 그래도 가격이 크게 내려간 덕분에 구입 부담을 상당히 덜어준다는 이점도 있다.

많은 브랜드들, 특히 기존 라인업에 미들급 어드벤처가 없던 브랜드에서도 하나둘 신제품을 내놓고 있는 와중에, 혼다가 역사적 모델을 오마주한 신제품으로 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7월 19일 강원도 홍천에서 혼다 XL750 트랜잘프 미디어 출시행사를 개최했다.

트랜잘프가 시장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86년이니까 곧 40주년이 다가오는 상당한 장수모델이다. 국내에는 혼다코리아가 설립되기 한참 전 국내 수입사를 통해 선보인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이름이었던 ‘트랜스알프’가 굳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혼다 본사의 공식적인 이름은 ‘트랜잘프’로, ‘트랜스(Trans)’와 ‘알프스(Alps)’를 합쳐 알프스를 내달릴 수 있는 모터사이클 정도의 의미는 그대로다. 초기 모델인 XL600V는 583cc(일본 내수 사양 400 모델도 존재했음)의 수랭 2기통 엔진을 탑재했고, 이후 XL650V, XL700V 등으로 배기량을 조금씩 높여왔으며 이번에 새로운 755cc 엔진을 탑재한 XL750으로 돌아온 것이다.

외관은 전형적인 혼다 어드벤처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어드벤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면부의 부리, 일명 ‘비크’가 사라진 디자인이 특징인데, 이전 세대 모델과 달리 이를 더욱 날카롭게 다듬어 전면부에서 연료탱크로 이어지는 형태를 통해 화살과 같은 형태를 만들어 스포티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헤드라이트 좌우에서 연료탱크로 이어지는 치켜 올라간 라인에 맞춰 데칼을 입히고 시트 라인이나 머플러 역시 이에 맞춰 위로 들어 올렸다. 차량 곳곳에 부착된 산 모양의 로고가 노면을 가리지 않는 특성을 보여주는 아이콘의 역할을 한다. 차량 크기는 전장 2,325mm, 전폭 835mm, 전고 1,450mm에 휠베이스 1,560mm다.

계기판이나 핸들바 버튼 모두 최근 신제품들에 두루 추구하고 있는 구성이라 낯설지는 않다. 계기판은 5인치 풀컬러 TFT 스크린이 탑재됐으며, 표시되는 정보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주행모드를 비롯한 엔진의 출력특성, 엔진 브레이크, 토크 컨트롤(트랙션 컨트롤), ABS 등 각종 기능의 설정 역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한 점도 동일. 왼쪽 핸들바에 기능 조작을 위한 주요 버튼들이 모여있으며, 세세한 설정 변경도 가능하며 모드 버튼을 이용해 다양한 설정을 한꺼번에 변경할 수 있는 주행모드도 스포츠, 스탠더드, 레인, 그래블, 유저 5종을 제공한다.

일단 시승을 위해 차량에 올라 시동을 건다. 수랭 2기통 755cc 엔진은 최고출력 91마력/9,500rpm, 최대토크 7.6kg·m/7,250rpm의 성능을 갖췄다. 호넷에 이어 이번 트랜잘프에도 적용되고 있는 신형 엔진이 동일하게 탑재됐지만, 차량 특성에 맞춰 세팅을 변경해 적용됐다. 특히 다운드래프트 구조의 흡기 시스템과 와류 덕트를 채용해 전 회전대에서 즉각적인 구동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이런 어드벤처 모델의 경우 오프로드에서 조작에 따른 재빠른 반응이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이런 세팅 변경은 반갑다. 물론 이렇게 변경된 부분이 온로드 주행에선 조금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럴 때는 주행모드나 엔진 출력 설정을 변경해 조금 부드러운 반응으로 편하게 주행할 수 있다. 시내에서는 스탠더드로 느긋하게 달리다 보니 종종 들렀던 가락재 와인딩 코스가 나타나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꿔준다. 빠릿해진 엔진의 반응에 공격적으로 코너를 하나둘 공략하기 시작했다.

좌로 우로 이어지는 코너에서도 트랜잘프는 빠르고 경쾌하다. 어드벤처 장르가 기본적으로 오프로드와 온로드 모두에서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으로, 차량의 무게도 208kg으로 CRF1100L 아프리카 트윈보다 22kg 가벼워 훨씬 다루기 수월하다. 다만 슈퍼스포츠나 네이키드와 다른 점이라면 서스펜션이 앞뒤 모두 부드럽게 세팅됐다는 차이가 있어 운전자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대신 장거리 주행에서도 노면에서의 충격이나 진동을 잘 걸러주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이만한 모델이 또 없을 것이다. 앞뒤 서스펜션 쇼와제로, 모두 프리로드를 조절할 수 있으니 자신에 맞춘 세팅으로 편안함과 스포티함을 모두 경험해보는 걸 추천한다.

브레이크는 앞 듀얼 디스크에 2포트 캘리퍼, 뒤 싱글 디스크에 1포트 캘리퍼 구성으로, 온로드에서도 우수한 제동력을 보여주며, 제동력은 점진적으로 솟아나는 편이어서 세밀하게 제어하기 쉽다. 휠은 앞 21인치, 뒤 18인치에 모두 튜브 방식의 스포크휠로 오프로드에 대응하는 구성이 갖춰져 있다. 다만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튜브리스 스포크 휠을 옵션으로라도 선택할 수 있게 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고정식인 윈드스크린은 기본 사양으로도 괜찮은 방풍 성능을 보여주고, 옵션으로 높이가 더 높은 하이 스크린과 스크린 좌우에 부착하는 윈드스크린 디플렉터도 있어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

가락재를 넘어와 드디어 오늘의 본격 오프로드 코스를 달릴 차례. 그런데 웬걸, 흙길 정도를 기대했던 기자의 앞에 펼쳐진 건 아스팔트로 잘 포장된 길이 아닌가. 관계자가 처음 답사를 왔을 때만 하더라도 분명 콘크리트길과 약간의 흙길이 조합된 구간이었다는데, 근 한 달 만에 도로가 싹 포장이 된 것. 덕분에 편하게 올라오긴 했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지도를 검색해보니 반환점에서 조금 더 달려가면 본격적인 임도가 나타난다고 해 조금 더 달려보기로 했다.

반환점을 출발하자마자 아스팔트 포장이 끝나고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가 쭉 이어진다. 도로 위에 떨어진 낙엽이야 잘 마른 가을철이라면 별로 신경 쓸 것이 아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이 지역에도 거센 비가 내렸던 터라 잘못 밟으면 미끄러질 수 있다. 최대한 살살 피해가며 한참을 달리자 갈림길에서 드디어 비포장도로를 만나게 된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곤란하니 내비게이션을 여러번 확인한 후 드디어 임도에 들어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오프로드 지향 모델이 스포크휠과 21인치의 대구경 휠을 장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프로드에서의 주파력을 높이고 휠을 통해서도 충격이나 진동을 흡수해 승차감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물론 19인치나 그보다 작은 휠, 혹은 캐스팅 휠을 장착한 모델로도 임도를 달릴 수 있지만 승차감에서 느껴지는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여기에 긴 작동범위의 앞뒤 서스펜션, 그리고 엉덩이를 살짝 들어올리고 무릎을 살짝 구부려 또 하나의 충격 흡수 장치를 만들어주면 상체로 전달되는 노면의 충격이 최소화된다. 이런 소소한 포인트들이 오프로드 주행에서의 피로를 줄여준다. 동행한 인원과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 저속으로 천천히 주행하지만 꽤나 낮은 회전수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시동이 꺼질 기미 없이 끈기있게 구동력을 이어간다. 시트고는 850mm로 제법 높은 편이지만 오프로드에서의 컨트롤을 생각하면 적당한 구성인데, 시내 등에서 불편하다면 로우 시트를 선택해 높이를 30mm 낮출 수 있다. 일어선 자세에서의 핸들바 위치는 개인적으로는 살짝 낮다는 느낌이었지만 평균 키 전후의 라이더에겐 체형에 딱 맞는 정도일 것이다.

곳곳에 쌓여있는 나무들이 주변 산지를 관리하기 위한 임도임을 보여준다. 즉 차가 자주 다니는 곳은 아니라는 것. 덕분에 그리 깨끗하지 않은 노면 상태와 함께 곳곳에 얼마 전 내린 비의 흔적이 채 마르지 않아 미끄러운 웅덩이들도 드문드문 나타난다. 그래도 최대한 부드럽게 조종하려 애썼는데 핸들링이 너무 무겁지 않아 넘어지는 일 없이 무사히 임도를 통과할 수 있었다. 다만 최저지상고가 210mm로 높은 편이지만 임도 주행을 생각한다면 매니폴더나 오일팬 등이 위치한 차량 하부를 보호할 수 있는 스키드 플레이트나 가드류는 필히 장착하는 것이 좋겠다.

온로드부터 오프로드까지 다양한 코스들을 달려보니 왜 이런 미들급 어드벤처가 유행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시장이 최근에 새로 생긴 것도 아니고, 예전부터 판매해온 브랜드도 여럿 존재한다. 그럼에도 여러 브랜드에서 이 시장에 새로 도전장을 내미는 이유는 리터급이나 오버리터급 모델에 비해 온로드에서도, 오프로드에서도 훨씬 다루기 쉽다는 이점 때문일 것이다. 투어링이든 임도든 일정 이상의 성능을 거뜬히 발휘해주는 엔진, 노면을 가리지 않고 모두 아우르는 서스펜션, 그리고 다양한 편의장비와 안전기능들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 이를 통해 쿼터급에서 미들급으로 넘어오는 소비자들을 어드벤처 시장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엔트리 모델이 필요하고, 이를 XL750 트랜잘프 같은 미들급 어드벤처가 담당하는 것이다.

여기에 최소 2,000만 원대에서 시작하는 리터급 이상 모델들의 가격대를 생각할 때 1,359만 원의 가격표를 달고 등장한 XL750 트랜잘프 정도면 다용도로 타기 좋은 합리적 가격의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모델을 보유한 브랜드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모델이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강력한 경쟁자가 계속 나타나야 더욱 향상된 모터사이클을 기대할 수 있으니 그저 반가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