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멀티 골·1어시 맹활약에 중국전 3-0 완승…6년 전 ‘창사 참사’ 악몽 씻어냈다
클린스만호가 중국과의 원정 경기에서 완승하며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종 예선을 향한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6년 전 울리 슈틸리케 사령탑 체제에서 치른 2018 러시아 월드컵 지역 최종예선 중국 원정 경기 당시 0-1로 패했던 ‘창사 참사’의 악몽도 깨끗이 씻어냈다.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21일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지역 2차 예선 C조 2차전 원정 경기에서 주장 손흥민(31·토트넘)의 멀티 골, 1어시스트 활약을 앞세워 3-0으로 이겼다. 지난 16일 싱가포르와의 1차전에서 5-0 대승 이후 중국까지 잡으면서 조 1위를 굳혔다. 한국은 태국, 싱가포르 등이 속한 C조에서 유일하게 2승을 올렸다. 조 상위 2개 팀이 최종 예선에 진출한다.
4-1-4-1 포메이션을 꺼내든 한국은 조규성을 최전방에 세우고, 2선에 왼쪽 측면부터 황희찬(27·울버햄프턴), 손흥민, 황인범(27·즈베즈다),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을 배치했다. 3선에는 박용우(30·알아인)가 홀로 서고, 4백 수비는 왼쪽부터 이기제(32·수원),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 정승현(29), 김태환(34·이상 울산)이 책임졌다.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33·알샤바브)가 꼈다.
대표팀은 이전 경기에서처럼 공격진에서는 손흥민이 중앙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박용우가 홀딩 미드필더로 나서 최종 수비진을 보호했고, 김민재는 하프라인 근처에서부터 중국의 패스를 끊어내며 위험을 사전에 차단했다.
중국은 선수비 후 역습으로 맞선 가운데 우려했던 대로 거친 몸싸움을 걸어오며 위협했다. 하지만 전반전 점유율 30%, 슈팅 2개(한국 11개)라는 기록에서 보듯 한국에 완전히 밀렸다.
대표팀은 경기 초반부터 페널티킥(PK)을 얻어내며 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황희찬이 볼을 따내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 발에 넘어지면서 전반 11분 PK가 선언됐다. 손흥민이 골대 왼쪽 아래 구석을 보고 강하게 깔아 차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중국 팬들에게 보란 듯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로 세리머니를 펼쳤다. 창사 참사 당시 앞선 경기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었던 아쉬움을 달래는 동작이었다.
전반 42분 이기제가 상대 압박에 공을 뺏기면서 옆 그물을 흔드는 슈팅을 내주는 등 아찔한 장면도 있었지만, 얼마 안 돼 이강인과 손흥민의 콤비 플레이로 추가 골을 넣으며 찬물을 끼얹었다. 전반 45분 이강인이 코너킥 상황에서 올린 왼발 감아 차기 크로스를 손흥민이 흔치 않게 헤더로 득점에 성공했다. 425일 만의 대표팀 헤더 골이다. 이강인은 이 도움으로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쌓으며 절정의 경기력을 뽐냈다.
중국은 추가 실점 이후에도 좀처럼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한국은 조규성, 황희찬, 이강인 등 주축 선수들을 교체하며 체력 안배를 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여기에 후반 43분 손흥민의 프리킥을 정승현이 헤더로 골망을 흔들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023년 마지막 A매치 승리로 유종의 미를 거둔 대표팀은 약 두 달 뒤인 내년 1월 15일 바레인과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첫 경기를 치른다. 역대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표팀은 63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린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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