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이라더니… 알고 보니 사망보험이었다”

‘보험의 꽃’이라 불리는 종신보험을 둘러싼 민원이 줄지 않고 있습니다.
연금이나 저축 상품으로 인식해 가입했지만, 실제로는 사망보험금 지급을 목적으로 한 보장성보험이었다는 점을 뒤늦게 확인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보험 모집 관련 민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보험 모집 과정에서 발생한 민원은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종신보험을 연금·저축 상품으로 오인해 가입했다는 불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험 모집 관련 민원은 지난해 상반기 3,588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3,209건으로 줄었지만, 상품 성격에 대한 오해와 설명 부족을 문제 삼는 민원은 감소 흐름과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금감원은 종신보험이 사망보험금 지급을 목적으로 한 보장성보험임에도 불구하고, 판매 과정에서 연금이나 재테크 수단처럼 설명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겉으로 보면 설계사 개인의 설명 미흡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품 구조와 판매 관행이 맞물린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 “연금처럼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만든 착시
종신보험은,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장성 상품입니다.
그러나 판매 현장에서는 ‘연금 전환’, ‘확정이율’, ‘목돈 마련’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소비자의 판단을 흐려왔습니다.
특히 연금 전환 기능은 사망보장을 유지하면서 연금을 받는 구조가 아닙니다.
사망보장을 포기하고, 그동안 쌓인 해약환급금을 재원으로 연금을 수령하는 선택지에 가깝습니다.
같은 보험료를 납입하더라도 처음부터 연금보험에 가입한 경우보다 연금 수령액이 낮아지고, 이를 장기간으로 환산하면 손실 규모는 수천만 원대로 커질 수 있습니다.

■ ‘완전판매 모니터링’, 형식이 되는 순간 위험
금감원에 접수된 일부 사례에서는 설계사가 전자서명이나 완전판매 모니터링 답변을 사실상 유도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소비자가 저축성 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문구를 보험증권에 임의로 기재하거나, 모니터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제시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완전판매 모니터링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마지막 안전장치입니다.
하지만 이 절차가 형식으로 흐를 경우, 소비자는 분쟁 발생 시 오히려 불리한 증거를 남기게 됩니다.
실제로 자필서명과 녹취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구제받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 “5년만 내면 끝난다”는 설명, 사실과 달라
유니버셜보험을 둘러싼 오해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의무납입기간만 지나면 보험료를 더 이상 내지 않아도 보장이 유지된다는 설명을 믿고 가입했다가, 보험료 미납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는 사례입니다.
유니버셜보험은 납입 시기와 금액을 조절할 수 있는 구조일 뿐, 보험료 납부가 면제되는 상품은 아닙니다.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해약환급금이 줄어들고, 결국 계약은 종료됩니다.
이 차이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갑니다.
■ 보험 갈아타기, 손실이 가장 크게 발생하는 구간
또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로운 상품으로 옮기는 이른바 ‘보험 갈아타기’ 과정에서도 민원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보장이 늘고 조건이 개선된다는 설명을 믿고 계약을 옮겼지만, 실제로는 기존 상품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보장 범위와 환급 구조가 불리해진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금감원은 신·구 계약 비교 절차가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음에도, 소비자가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서명하는 관행 자체가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보험 갈아타기는 설명의 문제라기보다, 보험료·보장 내용·납입 기간·환급 구조를 숫자로 비교하지 않으면 판단이 어려운 영역이라는 판단입니다.
다만 종신보험 자체가 잘못된 상품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가장의 사망 이후 남겨진 가족의 생계를 보호하는 목적에서는 여전히 기능이 명확한 상품이며, 문제의 핵심은 상품의 성격이 아니라 판매 과정에서 목적이 왜곡돼 전달되는 구조라고 금감원은 설명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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