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세상에서 벗어나 평화롭고 고요한 수면 아래를 천천히, 자유롭게 누비는 해방감은 모든 인간의 욕망이 아닐까. 최소한의 장비로 바다와 만나는 가장 친밀한 방법, 프리다이빙에 대해 알아보자.
프리다이빙이란
산소호흡기 등의 보조 장비 없이 무호흡으로 수중에서 하는 활동. 시행하는 형태에 따라 무호흡 다이빙 또는 스킨 다이빙이라고도 불린다. 프리다이빙은 장비가 간소하기 때문에 휴대가 편리하고 그만큼 물속에서의 움직임이 자유롭다. 별도의 호흡 장비가 없어 위험도가 높아 보이지만 수중에서 호흡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잠수병의 위험이 없어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오히려 스쿠버 다이빙보다 안전하다. 수중 호흡 시 생기는 버블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물속의 평화를 만끽하기도 좋다.
프리다이빙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 무호흡과 이퀄라이징이다. 다이빙 마스크와 핀 정도만 착용하기 때문에 수중에서 호흡이 불가능하다. 길게는 몇 분간 호흡 없이 물속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숨 참기 능력이 중요하다. 프리다이빙 시 수심이 깊어질수록 다이버의 공기 공간(귀, 부비동, 마스크, 폐 등)은 큰 수압을 받게 된다. 깊은 수심에서 높아진 외부 압력과 동일하게 공기 공간 부분의 압력을 맞춰주는 것을 이퀄라이징 혹은 압력 평형이라고 한다. 안전한 프리다이빙을 위해 사전에 수면에서 이퀄라이징을 한 후 입수해야 한다. 외부 압력에 의해 귀에 통증이 생기면 이미 늦다. 불편함을 느껴지기 전에 미리, 자주 이퀄라이징을 해야 한다. 보통 손으로 코를 잡고 ‘코를 푼다’는 느낌으로 복부와 횡격막의 수축을 이용하는 발살바 방식을 활용하지만 프리다이빙은 한 번의 호흡으로 머리가 아래로 향한 상태에서 수직 방향으로 깊이 잠수하는 레포츠다. 이런 상태에서 발살바 방식을 통한 이퀄라이징을 시행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횡격막의 힘으로 직접 이퀄라이징을 하지 않고, 목 위 쪽, 후두개 위에서 공기를 밀어 귀로 보내 주는 프렌젤 방식이 효율적이다. 수심이 깊지 않은 곳에서 프리다이빙을 한다면 크게 상관없지만, 상급 다이버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습득해야 되는 기술이다.
프리다이빙 시작하기
프리다이빙은 값비싼 장비도, 거창한 기술도 필요 없다. 물속의 해양생물을 구경하는 스쿠버다이빙과 달리 해양생물과 함께 유영하며 자연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안전 장비가 없으니 시작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물 공포증이 있는 이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은 사실 물속이 낯설지 않다. 우리는 세상에 등장한 그 순간부터 물속에 있었다. 갓 태어난 아기가 누가 수영을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물에서 자연스레 헤엄치는 모습을 본 적 있지 않은가. 일단 물에 발을 담가보자. 다음 단계만 거치면 우리는 누구나 프리다이버가 될 수 있다.
프리다이버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이론 교육을 숙지하는 것. 프리다이빙을 처음 시작할 때 강사에게 프리다이빙의 정의부터 물속에서의 호흡법, 이퀄라이징, 안전 수칙 등을 배운다. 프리다이빙에는 물속에서 즐기는 스쿠버다이빙, 수영 등과는 다른 호흡법이 따로 있다. 준비 호흡과 이완 호흡, 최종 호흡, 회복 호흡 등 4단계의 호흡은 물속에서 숨을 쉬고자 하는 욕구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준다. 몸을 최대한 이완시킨 상태에서 시행하는 준비 호흡과 이완 호흡은 산소 소모를 최소화시켜주고, 다이빙 직전의 최종 호흡은 최대한 많은 공기를 마련해 준다. 프리다이빙 후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회복 호흡을 해주면 평소 수면 위의 정상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이론 교육을 마치면 준비 운동에 나선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준비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미리 몸의 긴장과 근육을 풀어줘야 부상이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이다. 프리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폐 스트레칭. 인간의 몸은 수심 18m만 내려가도 폐가 3분의 1로 줄어들게 된다. 폐 스트레칭은 수압으로 인해 폐가 줄어들었을 때 상해를 방지하기 위한 필수 운동이다. 가슴을 크게 부풀린다는 생각으로 숨을 가득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고, 숨을 들이마신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며 폐의 근육을 유연하게 만들어 두자.
물에 들어가기에 앞서 장비를 착용한다. 수영복과 웨트 슈트를 입고 스노클 마스크와 핀만 착용하면 준비 끝. 이마저도 귀찮다면 맨몸으로 잠수풀을 찾아가면 된다. 대부분의 잠수풀에는 웨트 슈트부터 마스크, 핀 등 다양한 장비를 대여해 주고 있다.
이미 수영이나 스쿠버다이빙을 즐겨본 이들이라면 상관없지만 물 고포증이 있다면 물과 친해지는 것이 먼저다. 이들에겐 물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난관이기 때문에 일단 물속에 들어가 다양한 연습을 거쳐야 한다. 물에 얼굴을 완전히 담그기, 물속에서 주변 둘러보기, 스노클로 호흡하기 등을 연습한 후 익숙해지면 기초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프리다이빙의 기초 기술은 어렵지 않다. 입으로 스노클 물 빼내기, 수면에서 숨 참기, 오리발 발차기, 얕은 수면 오가기, 덕다이빙으로 입수하기 등이다.
기초 기술을 익힌 후에는 목표 수심을 정해 덕다이빙으로 입수하면 된다. 이때 이퀄라이징이 덜 된 상태에서 덕다이빙을 하면 귀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입수 전 이퀄라이징을 하며 충분히 귀를 뚫어주어야 한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수면 위의 세상과 잠시 헤어져 물속에 온몸을 맡길 시간. 강사와 함께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자유로이 유영해 보자. 물속에서 숨을 참는 것이 아닌, 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면 진정한 자유와 해방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프리다이빙 자격증 따기
강사와 동행해 취미로 즐기기만 한다면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지만, 프리다이빙을 시작하고 나면 자연스레 자격증에 대한 열망이 피어오른다. 프리다이빙은 이름처럼 자유로운 활동이기 때문에 호흡법과 기술이 익숙해지고 나면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유영하고 싶어지는데, 강사 없이 즐기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격증이 주는 묘한 성취감도 한몫한다.
프리다이빙 자격증은 프리다이빙 교육 기관에서 일정 교육을 이수한 후 발급받을 수 있다. 큰 단체로는 패디PADI, 아이다AIDA, SSI, CMAS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수많은 협회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격증은 각 기관마다 레벨 명칭은 다르지만 능력에 따라 크게 베이직, 프리다이버, 어드밴스드 프리다이버, 마스터 프리다이버 등 4단계로 나뉜다. 베이직은 잠수풀에서만 입수할 수 있고 바로 윗 단계인 프리다이버부터 바다 입수가 가능하다. 각 레벨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준은 단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큰 차이가 없다. 보통 한 단체에서 베이직 레벨 자격증을 취득했다면, 다른 단체에서 프리다이버 레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프리다이버 강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도 있다. 독립적으로 교육과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프리다이빙 지식과 기술은 물론, 티칭 기술과 안전 교육, 프리다이버 프로그램을 습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억해두어야 할 점은 아무리 높은 레벨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하더라도 혼자서는 프리다이빙을 할 수 없다는 것. 안전을 위해 자격증을 소지한 2명이 함께 버디(짝)를 이루어 2인 1조로만 입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