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코드 여객기, 이렇게 멋진 데다 성능까지 뛰어난데 대체 왜 사라졌을까? 실제로 투입된 뒤 드러난 문제점들이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먼저 초음속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엄청난 양의 연료를 소모해야 했습니다. 특히 전투기처럼 마하 영역에 진입하기 위한 급가속을 위해 애프터 버너를 작동시켜야 했는데, 연료를 배기가스에 섞어 태우며 순간 추진력을 높이는 애초에 효율과는 거리가 먼 장치이다 보니 그야말로 돈다발을 흩뿌리는 수준이었죠. 훨씬 크고 더 많은 승객과 짐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제트 여객기들보다 훨씬 비효율적이라 도입에 우려를 표하는 항공사들이 이때부터 하나둘 생겨났습니다. 콩코드가 본격적으로 하늘을 날기 시작한 무렵 들이닥친 두 차례의 오일 쇼크도 무시할 수 없는 악재였고요.

당장 국군이 운용하는 주력 전투기 'F-15K' 한기가 1시간 반 남짓한 작전 시간 동안 무려 1만 리터가 넘는 연료를 태운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거대한 초음속 여객기가 얼마나 기름을 퍼먹을지 짐작이 되시겠죠. 콩코드는 무려 1시간 동안 6,800갤런, 2만 5천 리터가 넘는 엄청난 먹성을 자랑했어요. 이는 곧 엄청난 티켓 가격으로 이어졌습니다.

연비는 둘째치고 초음속을 넘나드는 비행기다 보니 늘 혹사당하는 엔진을 비롯, 기체 표면이 100도가 넘는 마찰열에 달궈지면서 손상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등 이로 인한 유지보수, 정비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갔습니다. 또 마치 군용 잠수함 외부의 높은 압력을 견디기 위해 유리창의 면적까지 줄이면서 가뜩이나 좁아 터졌는데, 시끄럽고 답답하기까지 한 탓에 장거리 노선의 필수 요소인 쾌적함과는 거리가 있었죠. 때문에 좌석 편의성은 저가 항공사가 주로 운영하는 소형 여객기보다 안 좋은 수준이었지만, 항공료는 같은 구간 일반 항공편의 10배 이상으로 퍼스트 클래스 요금마저도 아득히 뛰어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했어요.

그래도 콩코드를 운영하는 항공사는 이를 럭셔리 마케팅으로 포장해 최고급 샴페인과 캐비어 등 퍼스트 클래스의 맞먹는 서비스를 제공했고 시간이 금이나 다름없는 셀럽들, 사회 지도층 소비자들에게 어필했습니다. 콩코드를 이용하는 것 자체를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 특별하게 비싼 것을 '특별해서 비싼 것'으로 바꾸는 데 성공하면서 다행히 좌석은 어찌어찌 판매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승객들의 귀를 보호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외부의 소음은 막을 수 없었죠. 전투기가 음속을 돌파하는 장면을 직접 보신 분들은 많지 않겠지만, 그 파열음이 엄청나죠. 일반 전투기보다 크기가 2배 이상 큰 만큼 소닉 붐으로 인한 충격파와 파열음도 업그레이드 됐어요. 콩코드가 지나갈 때마다 하늘에서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파동이 밀려오니 건물의 유리창이 깨지거나 오래된 건물에 균열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 영토 내 초음속 비행을 아예 금지하기도 했고 콩코드의 진입을 거부하는 공항들도 늘어났습니다. 몇 개 없는 노선에서도 도심지를 최대한 빨리 벗어나기 위해 이륙 직후 급격하게 방향을 트는 등 소음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했죠.

이 밖에 콩코드의 항속거리는 약 7,000km로 대서양은 한 번에 횡단할 수 있었지만 한국, 일본, 싱가폴 등 아시아에서는 서유럽이나 미국 직항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수요가 물 건너갔습니다. 급유를 위해 어딘가에 경유를 하면 빠른 속도에서 오는 콩코드의 메리트가 훼손됐으니까요.
이런 악재들이 차곡차곡 겹쳐 콩코드의 도입을 고려하던 전 세계 수많은 항공사들이 하나둘 도입을 철회했고, 시재기 6대를 포함 단 20대를 끝으로 라인이 멈춰버렸습니다. 만들어 놓은 것도 고향인 영국과 프랑스만이 사이좋게 나눠가지게 됐어요.

이렇게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2000년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을 나서던 에어프랑스 소속의 뉴욕행 콩코드가 이륙 직후 갑작스럽게 폭발,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한 탑승객 109명 전원과 지상의 건물을 덮치면서 4명이 사망하는 가슴 아픈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콩코드를 이용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만큼 사회 고위층 승객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그 여파가 상당했어요. 영국과 프랑스 당국은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콩코드의 운행 중단 조치를 내리고 조사에 착수했는데, 앞서 출발한 비행기에서 떨어져 나온 금속 파편이 이륙을 준비하던 콩코드의 연료탱크를 파손시켰고 이후 불길이 번져 손쓸 틈도 없이 폭발한 것이었죠.

다행히 기체의 결함은 아닌 활주로 내 이물질에 의한 사고였지만, 이런 대참사의 휘말린 이상 부정적인 이미지가 따라오는 건 막을 수 없었습니다. 가뜩이나 많은 단점이 부각되는 와중에 위험한 항공기라는 낙인까지 찍혔고 결국 조기 퇴역에 기름을 부었어요.
참고로 금속 파편을 떨어뜨린 범인은 항공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은 들어봤을 '그 비행기', 맥도널 더글라스의 'DC-10'이었죠.

결국 콩코드는 지난 2003년을 끝으로 운행을 종료하면서 아쉽게도 27년이라는 항공기 치고는 굉장히 짧은 역사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워낙에 상징적인 물건이다 보니 현재도 온전한 상태로 보존되어 몇몇 박물관에서 전시용으로 만나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오늘날의 초음속 여객기는 어떨까요? 콩코드의 실패 이후 속도보다는 효율과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시다시피 터보팬 방식의 여객기들이 주류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속도에 대한 갈망이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었는데요. 미국 NASA와 록히드 마틴이 협력해 내놓은 새로운 초음속 항공기 'X-59'나 최근 미국의 항공기업 '붐 슈퍼소닉'이 초음속 시험기를 공개하면서 초음속 여객기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모아지고 있습니다.
콩코드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였던 소음 문제 해결에 집중해 소닉붐을 최소화한 설계로 실제로 콩코드에 비해 파열음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하네요.

아직은 테스트용 항공기이기 때문에 외관이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지만, 최고속도 마하 4를 목표로 하는 X-59는 '도요새'처럼 주둥이가 심하게 긴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기능을 위한 최선의 디자인이긴 하지만, 겉보기에 카리스마가 좀 떨어져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조종사의 시야 문제는 유리창이 아닌 카메라를 통한 디스플레이로 외부 상황을 전달받을 수 있게 해결했습니다.
이 밖에 수소를 동력으로 하는 친환경 여객기, 초음속을 넘어 마하 5 이상의 극초음속 여객기가 개발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등, 신기술을 접목해 효율과 속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차세대 항공기들이 지금도 개발되고 있으니, 미래 여객기 시장이 과연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

지금까지 비운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생산 대수 단 20대,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으니 기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부품 생산을 위한 유지관리비, 전문 인력을 훈련하는 데 소모되는 비용 등 관련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굴리면 굴릴수록 손해만 막심해지는데, 이미 들어간 돈이 너무나도 막대하다 보니 쉽사리 손을 털 수도 없어 콩코드 유지를 위해 한때 정부의 재정지원까지 받는 지경이 이르렀죠.

이미 잘못된 것을 알지만 매몰비용 때문에 손절을 망설여 장기적으로 더 큰 손해를 본다는 뜻의 '콩코드의 오류' 또는 '콩코드 효과'라는 경제 용어까지 등장할 정도였어요. 그래도 콩코드가 남긴 역사적 발자취, 초음속 여객기에 대한 기술 및 운영에 관한 데이터는 후대에 고스란히 전수되어 현대 항공 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초음속 여객기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예전 어른들이 콩코드에 대해 품었던 기대감을 조금이나마 가져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과연 콩코드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초음속 여객기를 우린 만나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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