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공모채 도전' 한화오션, 조달 전략 변곡점
한화오션이 장기 회사채 발행으로 최대 1000억원을 조달한다. 공모채 시장을 찾은 것은 대우조선해양 시절 이후 9년 8개월 만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사채 발행이 향후 한화오션의 조달 전략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저금리에 사용하고 있는 정책금융은 한도가 정해져 있어 이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 공모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19일 한화오션은 이날 오후 4시 총 500억원 규모의 무보증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마감한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000억원까지 늘려 발행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15년 3500억원 조달한 것을 마지막으로 공모 시장을 찾지 않았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지휘 아래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동안 A급이었던 신용도가 투기 등급인 CCC까지 밀려났다.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사실상 산업은행 지원 외에 조달책이 마땅치 않았다.
대주주가 한화그룹으로 손바뀜이 일어난 뒤에도 정책금융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한화그룹 자회사가 되더라도 당장 기존 제공하던 금융 지원을 끊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신종자본증권 이자율 조건 상향 조정 기간 유예, 크레딧 라인(신용 한도) 저리로 제공 등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단기차입금 잔액 3억1137억원 가운데 2조9327억원은 산업은행에서 운영자금 용도로 빌린 것이다. 차입금 이자율은 0.25~0.3%로 시장에서 융통하는 것 보다 조건이 낫다. 특수관계자와 자금 거래 현황을 보면 올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각각 1조2500억원을 차입했다. 또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각각 2812억원, 605억원의 이자비용을 지급했다.
그러나 국책은행 금융 지원은 한도가 정해져 있어 한화오션도 대비책이 필요하다. 실제 한화그룹 편입 당시 2조9000억원 규모의 크레딧 한도는 대부분 사용했으며 4000억원 남짓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한화에 매각 당시 국책은행은 향후 5년간 금융지원을 하기로 협의했다"며 "이번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면서 금융지원 한도를 소진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10년간 회사채 발행 트랙 레코드가 전혀 없다. 이번 공모 사채가 시장 분위기를 읽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일단 기대감은 높다. 2015년 발행 당시 선가가 낮고 전 세계 상선 발주가 줄어 업황이 부진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현재 영업 환경은 작년부터 치솟은 선가 영향으로 신조 수주가 활발하다. 2015년 A+ 신용등급으로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보다 신용도는 낮지만 오히려 분위기는 우호적이다.
특히 한화오션은 BBB+ 등급민평 수익률에 '-0.30%p~+0.00%p' 가산한 이자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등급민평 수익률 이상의 금리는 제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흥행에 자신있다는 방증이다. 2015년 희망 금리 밴드 범위를 0.00%~0.45%로 제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만큼 발행 여건이 개선됐다는 얘기다.
같은 BBB+ 등급의 기업의 발행 성적이 좋았던 점도 한화오션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지난 6개월간 발행된 1.5년 만기 회사채 5건 가운데 4건이 모집 금액을 모두 채웠으며 효성화학만 미매각이 발생했다. 2년 만기 회사채를 찍어낸 기업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두산의 경우 7.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산업은행 차입금은 단기 운영자금이기 때문에 회사채 발행을 통해 만기 구조를 장기화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책은행 금융 지원은 그대로 활용하되 조달책을 다양화해 재무 융통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