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ESS에 정밀진단-통합관제… ‘안전운영 기술’ 현장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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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학교 옥상에 태양광발전 설비가 늘어나는 만큼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에서는 배터리를 얼마나 크게 구축하느냐만큼이나 발전·저장·관제·운영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고 설비의 작은 이상 징후까지 세밀하게 살피는 운영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태양광발전,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ESS, AI 기반 에너지관리와 통합 관제 분야에서 오랜 현장 경험을 쌓아온 이투지가 이번 사업에서 주목한 것은 단순한 저장 용량 확대가 아니다.
결국 AI는 ESS를 단순히 전기를 충전하고 방전하는 설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운영하는 에너지 설비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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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충-방전과 설비상태 통합 운영
CMV 정밀계측으로 대지전압 분석, 전압 등 이상 징후 진단기술 고도화
한림항공우주고교에 LFP ESS 적용, 국내 최초로 배전망 연계 ESS 구축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인공지능(AI) 기술을 산업 전반에 접목하는 ‘AX(인공지능 전환) 대전환’을 추진하며 청정에너지와 AI, 과학기술을 결합한 미래 산업 실증 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4대 과학기술원과의 연합캠퍼스 구축 구상도 지역 인재를 육성해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려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이런 배경에서 제주시 한림항공우주고등학교에 구축되는 AI 기반 ESS는 눈여겨볼 만하다.
이투지가 구현하는 ‘판단하는 ESS’
이 프로젝트를 이끈 곳은 2004년 대은전력에서 출발한 ㈜이투지(대표 송기택)다.
태양광발전,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ESS, AI 기반 에너지관리와 통합 관제 분야에서 오랜 현장 경험을 쌓아온 이투지가 이번 사업에서 주목한 것은 단순한 저장 용량 확대가 아니다.
전기가 언제 생산되고 얼마나 필요한지를 판단해 충·방전을 운영하고 설비 상태와 안전 정보까지 함께 관리하는 ‘AI 기반 운영형 ESS’다.
한림항공우주고에 구축되는 ESS는 600㎾h급이며 열적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적용된다. 사업 계획상 연간 약 37만5499㎾h의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학교 전력 사용량의 약 37%를 충당하고 연간 약 5000만 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준공 전 사업 계획 단계의 예상치다. 실제 성과는 가동 이후 축적되는 운영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이 때문에 숫자보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시스템의 구조다.
배터리 랙은 여러 배터리 모듈을 직렬로 구성하고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보호·관리 장치를 적용해 개별 배터리가 아닌 시스템 전체 차원에서 안전 기준을 충족하도록 설계됐다. 세부 수치는 준공 도서와 납품 확인서를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ESS 운영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AI
ESS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것만으로 에너지 관리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태양광발전량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달라지고 학교의 전력 사용량 역시 수업 시간과 방학, 행사 일정 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발전량과 전력 수요의 변화를 사람이 매번 확인하며 충·방전 시점을 결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투지가 AI 기반 에너지관리 시스템(AI-EMS)을 적용한 이유다. AI-EMS는 태양광발전량과 학교의 전력 수요를 예측해 ESS의 충·방전 계획을 수립하고 시간대별 방전량 편차를 줄여 배터리의 부담을 고르게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AI 통합 관제 운영 시스템이 더해진다. 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PCS), 각종 안전 설비의 상태 정보와 경보, 운영 이력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모인다. 담당자는 개별 장비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도 학교 에너지 설비의 전체 흐름과 상태를 한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AI가 사람의 판단을 모두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누적된 운영 데이터와 경보 패턴을 분석해 현장 점검과 예방 정비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결국 AI는 ESS를 단순히 전기를 충전하고 방전하는 설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운영하는 에너지 설비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안전 관리의 다음 과제, 이상 징후를 더 일찍 볼 수 있을까
AI가 설비 전반을 관제하더라도 ESS의 안전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배터리 상태를 관리하는 장치와 전력변환장치, 충·방전 관리 시스템, 화재 감지·차단 설비 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실제 현장에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특히 학생과 교직원이 상시 머무는 학교에서는 설비의 작은 이상도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기존 ESS 안전 관리에서는 온도, 가스, 아크, 절연저항 등 여러 지표를 통해 설비 상태를 감시해왔다.
하지만 이상 징후를 이른 단계에서 파악하고 변화가 어느 방향에서 시작되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려면 추가적인 전기 정보가 필요하다. 이번 학교형 ESS 사업에서 이투지가 공을 들인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 절연 정보에 새로운 전기적 데이터를 더해 설비 상태를 더욱 입체적으로 판단할 수 없을까.

이투지가 주목한 안전 진단 기술, CMV
그 해답 가운데 하나가 공통모드전압(CMV) 정밀 계측 기술이다.
이름은 다소 낯설지만 원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이 각각 대지(접지)와 어떤 전압 관계를 보이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CMV 자체는 이투지가 처음 고안한 개념은 아니다.
전력변환장치(PCS)와 ESS의 절연 안전 분야에서는 국내외에서 CMV와 절연 성능, 접지 방식의 관계를 다룬 연구가 이어져 왔고 공통모드전압을 활용해 지락(접지) 위치를 판별하려는 연구도 진행돼 왔다.
이투지가 주목한 것은 이 개념을 실제 ESS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계측 장치와 진단 기술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전력변환장치가 전력을 변환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양극·음극과 접지 사이에는 각각 전압이 나타난다. 이를 세밀하게 측정하면 기존 절연저항 정보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변화의 방향과 전압 불균형 상태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하나의 절연 수치만 확인하는 데서 나아가 양극과 음극에서 나타나는 전기적 변화를 함께 비교해 설비의 절연 상태를 입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절연 상태를 정밀하게 읽는 이투지 CMV 계측기술
이투지가 개발한 2채널 독립 절연형 계측 장치는 배터리의 양극 접지와 음극 접지 전압을 각각 0∼±1000V 범위에서 독립적으로 측정하도록 설계됐다. 양극과 음극의 전압 정보를 각각 확보해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내부에서는 순차적으로 채널을 전환해 잔류전하를 제거한 뒤 값을 확인하는 측정 로직이 작동하며 측정값과 장치 상태는 통신망을 통해 전력관리시스템(PMS)으로 실시간 전달된다.
반복 측정된 데이터는 장기간의 변화 이력으로 축적돼 설비 상태와 이상 징후를 분석하는 운영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절연저항 정보에 양극과 음극 각각의 대지전압이라는 추가적인 정보를 더함으로써 변화가 어느 방향에서 시작되고, 어떤 형태로 지속되는지를 더욱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구조다. 관련 계측·진단 기술은 최근 특허등록을 마쳤다.
이투지는 이를 기존 안전장치를 단순히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기존 절연 정보에 새로운 계측 데이터를 결합해 ESS의 절연 상태를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안전 진단 체계를 고도화하는 기술로 보고 있다.
특허로 확보한 기술이 실제 학교 ESS에 적용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실험실이나 설계 단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운영하면서 성능을 지속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투지는 향후 후속 연구개발과 현장 운영 데이터를 통해 기술의 성능과 활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특허에서 현장으로… 조달 경쟁력도 높인다
기술의 경쟁력은 특허등록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 제품으로 구현되고 현장에서 작동하며 지속적으로 운영 데이터가 축적돼야 기술의 활용성과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CMV 관련 계측·진단 기술의 특허등록을 마치고 이를 한림항공우주고 ESS 현장에 적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투지는 이러한 ‘특허기술-제품 구현-현장 적용-운영 데이터 축적’의 흐름을 향후 조달 시장에서도 자체 기술 경쟁력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로 보고 있다.
기존 저장 용량이나 에너지 절감 효과에 더해 실제 ESS 운영과 안전 진단 과정에서 어떤 데이터를 확보하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배전망 연계 ESS… 제주서 쌓은 현장 경험
이투지가 AI와 안전 진단 기술을 강조할 수 있는 배경에는 실제 ESS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이 있다. 이투지는 국내 최초로 배전망과 직접 연결되는 단독형 ESS를 제주에 구축한 이력을 갖고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에 구축한 ESS 발전소는 전력을 양방향으로 충전·방전하며 재생에너지 발전량 변동이 큰 배전망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역할을 한다.
이 경험은 가상 발전소(VPP) 사업으로 이어졌다. 이투지는 배전계통 운영 효율을 높이고 한국전력공사의 배전계통 운영 시스템과 연동되는 자체 VPP용 전력관리시스템(PMS)을 개발해 검증을 마쳤으며 한국전력공사가 주관하는 ‘제주 VPP용 ESS 실증사업’에 EPC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대규모 ESS 구축 경험도 이어졌다. 출력 제어가 잦은 제주 전력망의 안정화를 위해 서귀포시 남원읍에 6.27㎿h 규모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를 3개월 만에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사내 독립기업 에이블의 EPC 수행사로 참여하며 협력 관계를 쌓았다. 2025년에는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 ESS 발전소 설치 공사를 추가 수주해 유지보수와 현장 인수 시험까지 수행하며 사후관리 영역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

제주에서 쌓은 경험, 전국으로 향하는 다음 장
2020년 에너지저장시스템 분야 조달우수제품으로 지정된 것도 이러한 현장 경험이 축적된 결과다. 현재 보유한 등록 특허는 45건에 이른다.
하지만 이투지가 강조하는 것은 특허의 숫자보다 연구개발 결과가 실제 제품과 관제·운영 체계, 현장 적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설비 하나를 잘 만드는 기술보다 발전·저장·관제·운영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경험을 앞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림항공우주고 ESS 역시 이러한 흐름 위에 있다.
LFP 배터리와 AI 기반 충·방전 운영, 통합 관제, CMV 정밀 계측을 각각 별개의 기술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운영 체계 안에서 연결하는 방식이다.
청정에너지와 AI, 과학기술을 결합한 미래 산업 실증 도시를 추진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분산 에너지 설비가 확대되는 전국의 학교와 공공기관, 산업시설에서도 저장장치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실제 운영과 안전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제주 현장에서 축적한 이투지의 발전·저장·관제·운영 경험이 향후 공공 분야의 ESS 운영 모델로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ESS는 저장 설비를 넘어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는 설비로 가야”
[인터뷰] 송기택 ㈜이투지 대표

그는 “전기를 저장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력 사용을 지능적으로 조정하고, 작은 전기적 변화까지 함께 살필 수 있는 학교형 에너지 운영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학생과 교직원이 장시간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더욱 세심한 운영 기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AI 기반 LFP ESS를 적용한 것도 같은 이유다. 송 대표는 “배터리의 안정성뿐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충전하고 방전하며 지속적으로 상태를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AI는 발전량과 전력 수요를 분석하고 현장 운영자의 판단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MV 기술에 대해서는 기술 자체보다 실제 현장 적용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절연저항 정보에 양극과 음극의 대지 전압 데이터를 추가해 여러 전기신호를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라며 “단순한 개념이나 특허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ESS 현장에서 작동하는 계측장치로 구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안전장치를 대신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기존에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전기적 변화의 방향과 불균형 정보를 추가로 확보해 안전 진단 체계를 한 단계 더 고도화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투지의 강점으로는 현장 경험을 꼽았다. 송 대표는 “국내 최초로 배전망에 직접 연결되는 ESS를 제주에 구축했고 그 경험을 한전과 함께하는 VPP 실증 사업까지 이어왔다”며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 역시 실제 ESS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기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조달 분야에서 자체 기술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특허를 보유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제품과 현장에 적용해 성능과 운영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기술 역시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검증하면서 기술 경쟁력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 대표가 바라보는 이투지의 다음 목표 역시 ‘연결’에 있다. “이투지가 제주에서 쌓아온 발전·저장·관제·운영의 경험을 하나의 에너지 운영 체계로 발전시켜 앞으로 대한민국 에너지 운영의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주의 학교에서 시작된 새로운 AI 기반 ESS 운영 모델이 향후 공공기관과 산업시설 등 다양한 현장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인규 기자 anold3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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