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퍽’하고 미트에 공이 꽂히는 소리, 타자들의 방망이에 ‘쾅’하고 공이 맞아 나가는 소리. 야구인들은 이 소리를 그리워하면서 긴 겨울을 보낸다. 그러다 “아니 벌써”라는 생각으로 또 다른 그라운드를 준비하곤 한다.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의 2025시즌은 미국 어바인에서 그려지고 있다.
두둑한 보너스와 대폭 인상된 연봉 그리고 선수단 전원 비즈니스석까지…. 따뜻한 겨울을 보낸 ‘디펜딩 챔피언’의 전력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지난해 75.1이닝을 책임졌던 불펜 마당쇠 장현식이 FA 선수로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지난 3년 KBO 관중석에 중독성 가득한 응원가가 울려 퍼지게 했던 소크라테스 브리토와는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붙잡는 데 성공한 KIA는 화려한 이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에릭 라우어와의 인연도 마무리했다.
KIA는 스토브리그에서 빠진 조각을 다시 채우기 위해 분주했다. 언젠가 만날 것 같던 조상우의 KIA행이 현실이 됐고, 빅리그에서 ‘힘’을 보여준 아담 올러와 패트릭 위즈덤으로 외국인 트리오가 새로 구성됐다.
‘KBO 선배’ 네일을 중심으로 ‘호기심 천국’ 올러와 ‘미스터리’의 위즈덤이 만들어 갈 2025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일단 이들의 KBO 도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올러와 위즈덤 모두 낯선 빅리그에서 인상적인 강점을 보여준 선수들이지만 KBO에 도전하는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적응’이라는 변수가 있다.
낯선 팀에서 낯선 리그를 경험하게 되는 만큼 얼마나 빨리, 어떻게 잘 적응하느냐가 외국인 선수들의 성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 면에서 KIA의 새 외국인 선수들에게 적응은 어느 해보다 사소한 변수가 됐다.
지난해 네일은 20시간가량을 날아와 호주 캔버라에서 새 동료들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네일은 활발한 성격의 윌 크로우에 비해 조용히 자신의 것을 준비하면서 시차와 팀 적응까지 해야 했다.
KIA에서 특별했던 2024시즌을 보낸 네일은 익숙한 곳에서 느긋하게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자신의 고국에서 동료들을 맞은 그는 “웰컴 투 USA”를 외치며 동료들의 가이드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사람 다 됐다”는 동료들의 평가처럼 컵라면을 맛있게 먹는 네일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지난해 호주 캔버라에서도 좋은 경험을 했지만 확실히 이곳에서 준비하는 게 더 편하다. 위즈덤과 윌러도 미국에서 팀에 합류했으니까 적응하는 데도 더 좋을 것이다. 다시 KIA로 오게 돼서 정말 기쁘다. 내가 원하는 것들이 잘 이뤄져서 지난해 우승을 했던 팀에서 다시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다시 우승에 도전할 것이다. 동료들도 모두 기분이 좋아 보인다.”
지난해 생일을 낯선 캔버라에서, 낯선 동료들과 보냈던 네일은 지난 2월 8일 KIA에서 두 번째 생일을 맞았다.
‘한국사람’ 다 된 네일은 “미국 나이로 32살”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아직 젊다”고 웃음을 터트렸고, 어바인 캠프 덕에 가족과 즐거운 생일을 보낼 수 있었다.

“고향에 있어서 행복하다. 생일을 맞아 가족이 어바인으로 왔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기 전에 다시 한번 그들을 볼 수 있게 됐다.”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올러의 KIA 적응기도 흥미롭다. 낯선 타국이 아닌 미국에서의 캠프를 오히려 아쉬워 할 정도로 적응력은 만점이다.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서 호주, 대만, 괌 등 어느 지역에서 훈련을 해도 좋았을 것이다. 그래도 미국에서 캠프를 해서 가족과 친구들이 방문할 수 있다는 점도 좋고 비행기에서 내려서 미국 문화에서 한국 문화로 넘어온 것 같다는 점도 좋다. 확실히 여기에서는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사실 적응은 이미 끝난 것 같다. “내 한국어가 형편없다”고 말하지만 한국말로 “행운을 빌어”라고 말하는 올러는 ‘십니까’ 공식도 외웠다. 포수들과의 소통을 위해 ‘높게’, ‘낮게’도 배웠다.

야구와 문화에 대한 그의 호기심은 ‘KIA 투수 올러’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네일과 야구 이야기를 할 때는 진지한 올러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할 때는 행복한 표정의 덕후가 된다. 그는 애니메이션과 관련한 문신들을 몸에 새겼고, 앞으로도 새길 계획이다.
배움과 도전을 좋아하는 만큼 그는 2025시즌 준비를 위한 다음 무대를 기다리고 있다.
“호주, 뉴질랜드, 중남미 등 여행을 가봤지만 아직 아시아는 방문하지 못했다. 한국, 일본, 대만, 태국 등은 내가 가보고 싶은 여행지들이다. 새로운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야구를 경험하면서 가보고 싶었던 다른 나라도 여행할 수 있게 돼서 정말 좋다. 한국에 가서 문화, 사람, 음식 등 모든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다. 강속구 장인인 그는 자신이 보유한 슬러브, 커브, 커터,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로 KBO 성공을 위한 최적의 조합을 찾고 있다.

위즈덤도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있다. KIA의 새 가족이 된 위즈덤, 그의 가족도 이미 KIA의 가족이 됐다.
그의 부모님은 KIA의 캠프지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시애틀에 거주하는 그의 아내라 세 아이도 위즈덤을 응원하기 위해 어바인을 찾았고, 남동생 조카까지 대가족이 위즈덤과 함께 하기도 했다.

위즈덤의 아버지는 “45분 정도 거리에 살고 있다. 가까이에서 아들의 훈련을 지켜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시즌이 시작되면 가족들이 한국도 찾을 계획이다”고 아들의 새로운 시작을 반겼다.
위즈덤은 가족을 대하는 동료들의 모습에서 ‘원팀’을 느꼈다.
“동료들이 아이들을 반겨주고 놀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이 팀의 일원이 됐고, 환영받는 기분이 들었다. 가족이 가까이에 있어서 힘이 된다. 런던, 아이슬란드, 멕시코, 캐나다 등을 방문했지만 아직 아시아는 가본 적이 없다. 그곳에서의 새로운 경험이 기대된다. 가족들도 같이 한국 생활을 할 예정이다. 가족들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기대하고 있는 위즈덤, 팬들은 그의 파워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박찬호는 “지금까지 본 외국인 타자 중 가장 기본기가 좋다. 내가 감히 평가할 선수가 아니다”고 위즈덤을 이야기했다.
그가 만들 성적에 대한 궁금증은 남아있다. 현역 시설 타격 좀 했던 이범호 감독과 김주찬 QC 코치는 그의 실제 스윙과는 다른 삼진율 기록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수 보는 눈이 좋은 최형우도 빅리그 출신다운 그의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실전을 궁금해했다. 최형우의 궁금증 바탕에도 바로 삼진율이 있다. “최대한 공을 보고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두고 친다”는 게 최형우의 이야기. 헛스윙 비율이 떨어지는 메커니즘과 그렇지 못했던 결과였기에 그의 삼진율은 올 시즌의 키워드다.
전망은 밝다. 좋은 선수를 만난 이범호 감독은 ‘심리적인 부분’에서 답을 찾고 있다. 빅리그에서 쫓기듯 타석에 섰던 위즈덤은 KIA에서는 붙박이 중심타자로 경기에 나서게 된다.
‘하고 싶은 것 다 하게 된’ 위즈덤. 지혜롭게 자신의 강점을 보여준다면 그가 언급한 눈에 띄는 타자 김도영·나성범과 막강 타선을 구축하게 될 것이고, KIA는 또 다른 질주를 하게 될 것이다.
<광주일보 김여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