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잊은 그대에게 추천하는 이탈리아 밀라노 여행 1
무모함, 그 불안하고도 젊은 감정을 마지막으로 느껴본 게 언제였던가.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파동을 일으키는 곳, 밀라노에서라면 꿈과 낭만을 쫓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MILANO
무난함이 미덕인 삶이었다. 모나지 않기 위해 남들처럼 일하고, 남들처럼 입다 보니 무한한 꿈과 욕망은 색을 잃은 지 오래. 무탈하게 흐르는 삶에 만족하던 어느 날, 이탈리아 밀라노는 꽁꽁 숨겨두었던 욕망 주머니를 단숨에 터트렸다. 고풍스러운 도시의 개성 넘치는 사람들은 어느 하나 같은 옷을 입은 이가 없고, 머리 스타일도 제각각이다. 잔디밭과 나무, 들판에 털썩 주저앉아 샌드위치를 먹거나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춤을 추는 모습도 새롭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게 이토록 반짝이고 아름다웠던가. 경직되고 반복되는 일상에 피로를 느낀다면 지금, 밀라노로 달려가자.
밀라노는 이탈리아 북부의 최대 도시이자 제2의 도시로 꼽힌다. 이탈리아의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겠지만 밀라노는 특히 역사 깊은 유적지와 아름다운 도시 풍경 덕에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다. 도시 규모가 185km2에 달하지만 주요 관광 명소들이 밀집되어 있어 관광에 용이한 점도 매력적이다. 이탈리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밀라노 대성당부터 미켈란젤로 최후의 작품을 품은 스포르체스코 성, 전 세계 쇼핑센터의 시초로 알려진 갤러리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Galleria Vittorio Emanuele II, 유럽 3대 오페라 하우스인 스칼라 극장까지, 밀라노를 대표하는 필수 명소 역시 하루면 모두 둘러볼 수 있다.
갤러리아 비토리 에마누엘레 2세는 쇼핑에 관심이 없는 이라도 꼭 들러야 할 밀라노 필수 코스다. 무려 1877년에 지어졌으며 네오 르네상스 양식의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외관과 유리로 된 돔 지붕이 감탄을 자아낸다. 프라다, 아르마니, 베르사체 등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숍과 카페가 모여 있어 과거 부르주아들의 만남의 장소로 사랑받았기에 ‘밀라노 살롱’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곳에는 이탈리아 정통 젤라또를 맛볼 수 있는 마르케시 1824도 자리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마르케시 가족이 1824년 오픈한 200년 전통의 디저트 카페로 관광객들은 ‘프라다 카페’라 부르기도 한다. 프라다그룹이 인수했으며 프라다 매장 2층에 위치하기 때문. 계단을 오르면 민트색의 아기자기한 카페 공간이 펼쳐지며, 젤라또를 비롯해 이탈리아 정통 베이커리, 비스킷, 케이크, 커피 등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아케이드가 뻗어있는 길을 따라 나오니 웅장하고 화려한 고딕 양식의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4세기에 착공해 20세기에 완공된 만큼 오랜 시간과 노력이 묻어나는 비주얼을 자랑한다. 70m 높이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루프탑 테라스에 오르면 도심 경관과 화려한 장식의 성당 지붕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GAVI
와인 애호가라면 익숙한 이름, 가비.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이자 이탈리아 북서부에 자리한 피에몬테 지역에 속해 있다. 때 묻지 않은 자연 풍광과 풍요로운 조건을 갖춘 광활한 포도밭, 유서 깊은 와이너리를 품고 있으며 이탈리아 쇼핑 필수 코스인 세라발레 아웃렛과 가까워 밀라노와 함께 사랑받는 도시다.
노비 리구레
NOVI LIGURE
밀라노에서 활기차고 번화한 도시를 경험했다면, 노비 리구레에서는 아늑하고 여유로운 근교 도시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알레산드리아도에 위치한 노비 리구레는 17세기와 18세기 귀족들의 휴양지로 사랑받은 덕분에 수많은 귀족 궁전을 품고 있으며 궁전 외관을 장식했던 화려한 벽화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여러 궁전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피아자 마리아노 델레피아네Piazza Mariano Dellepiane에 위치한 팔라조 델레 피아네Palazzo Delle Piane. 색 바랜 노란빛의 외관과 아담한 광장이 눈길을 끈다. 과거의 영광을 품은 도시들이 으레 그렇듯 노비 리구레 역시 고요하지만 우아함이 물씬하다. 호화로웠던 것들은 빛이 바래도 여전히 아름답고, 역사 속에 사는 이들의 걸음은 한없이 여유롭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것 같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도시다. 이곳의 여행법은 ‘산책’. 고즈넉한 골목을 따라 목적을 두지 않고 걸음을 옮기며 숨어있던 명소와 생기 가득한 현지인의 삶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색색의 과일을 정갈하게 진열한 과일 가게, 웃음소리가 만연한 카페의 테라스, 텅 빈 광장을 제 땅인 양 누비는 새들까지. 모든 풍경이 사랑스럽다. 그럼에도 꼭 찾아가야 할 노비 리구레의 명소를 묻는다면, 로무알도 마렌코TEATRO ROMUALDO MARENCO 극장을 추천한다. 1839년에 지어진 이 극장은 우아한 외관으로 유명하다. 유려한 곡선과 금박 장식은 당시 극장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짐작케 한다. 극장 이름이기도 한 로무알도 마렌코는 노비 리구레 출신의 작곡가로 당시 그의 작품들이 극장에 올랐다. 쇠퇴기를 맞으며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예술 보호 기관의 도움으로 19세기 극장 건물로서 보존하게 됐다. 내부에는 옛 모습을 간직한 무대를 비롯해 극장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마리아노 델레피아네Mariano Dellepiane 광장과 산타 마리아 마조레Santa Maria Maggiore 성당이 근처에 있어 산책하듯 함께 둘러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