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경임]뉴진스 하니 출석시켜 ‘코미디 국감’ 벌인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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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그 발단은 지난달 11일 뉴진스가 올린 영상이었다.
하니는 이 영상에서 "하이브 사옥 복도에서 마주친 다른 그룹 매니저가 (따라오는 멤버들에게) '무시해'라고 했다"고 말했다.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의 모회사인 하이브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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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영 환노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질의하겠다”며 하니를 참고인으로, 소속사 어도어 대표인 김주영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를 증인으로 각각 불렀다. “나 결정했어! 국회에 나갈 거야! 국정검사(감사를 잘못 표기)! 혼자 나갈 거예요.” 국감도 띄우고, 성난 팬심도 달래보고자 증인도 아니고 참고인으로 슬쩍 불러봤는데 “뉴진스를 지키겠다”며 하니가 출석 선언을 한 것이다. 정말 나올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의원들이 더 놀랐다는 뒷말이 들린다.
▷팬덤의 눈치가 보였던 탓인지 국감이 진행된 1시간가량 의원들의 질의는 공손했다. “참고인 하니 팜 님께 질문하겠습니다” “하니 팜 님,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안 위원장), “뭣 때문에 회사가 싫어한다고 생각하시나요”(국민의힘 우재준 의원), “하니 팜 씨가 직접 ‘무시해’라는 말씀을 들었다고 폭로해서 국민들의 충격이 크다”(민주당 박홍배 의원), “오늘 하니 님이 하신 것이 엔터업계가 ‘우리도 노동자이고 인간’이라는 목소리를 낸 역사적 순간”(진보당 정혜경 의원). 이날 환노위 국감장에 불려 온 기업인들이 면박 섞인 질의를 들으며 연신 고개를 숙여야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정부 부처와 기관을 감사해 국정 운영에 문제가 없는지 따지는 자리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뉴진스 소속사 내부 갈등이 국감 대상인지도 의문이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걸그룹 멤버가 ‘직장 내 괴롭힘’의 대상인지도 불확실하다. 안 위원장은 하니 출석과 관련해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현실을 다루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감에선 산업재해로 숨진 하청 노동자 문제도 다뤄졌다. 정작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한 노동자 문제는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니 출석으로 환노위 국감은 ‘팬 미팅’으로 희화화됐고 같은 시간 진행되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감까지 파행을 겪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국감 도중 하니와 별도 만남을 가진 사실이 논란이 되어 여야 간 거친 공방이 오가면서다. 무더기 자료 제출과 증인 신청 요청, 막말과 호통만 주고받는 질의로 부족해 이젠 연예인 팬 미팅까지 자청하고 있으니 국감 무용론이 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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