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 걱정말고 출근하세요!'

서울 노원구는 2020년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아픈아이돌봄센터를 열었습니다. 이밖에도 전국 최초 지자체 직영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다양한 어린이안전정책을 모범적으로 수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어린이 안전대상'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했는데요. 자세한 내용 '정책주간지 K-공감'에서 확인하세요!


‘어린이 안전대상’ 행정안전부장관상
서울 노원구를 가다
서울 노원구의 아픈아이돌봄센터에서는 부모를 대신해 아픈 아이들의 병원동행과 병상돌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발을 다친 초등학생이 센터에서 그림을 그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아이를 양육하는 맞벌이 부부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는 아이가 아플 때입니다. 갑자기 휴가를 내기도 어렵고 친척이 아이를 봐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예고도 없이 아플 때가 많아 그때마다 맞벌이 부부들은 ‘위기’를 맞습니다.

서울 노원구는 이 같은 부모들을 위해 아픈 아이를 대신 돌보겠다며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2020년 10월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아픈아이돌봄센터(노원아이돌봄센터 3층)의 문을 연 것입니다. 몸이 아파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 가기 어려운 아이들은 간호사보육교사 등이 상주하는 이곳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요청할 경우 평소 아이가 다니는 병원으로 동행도 해줍니다. 노원구청 아동친화정책팀 박진아 주무관은 직접 서비스를 이용해본 경험을 전하며 큰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외부 일정 중 유치원에 간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난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무척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아픈아이돌봄센터에 병원동행을 부탁했죠. 6살 난 아이가 처음 본 센터 선생님을 따라갈지 걱정했는데 우려와는 달리 진료를 잘 마쳤더군요. 선생님께선 이동 상황과 아이 상태를 중간에 계속 알려주고 사진까지 찍어 보내줘서 안심이 됐어요. 병원 진료를 마친 아이는 제가 퇴근할 때까지 돌봄센터에서 편히 쉬고 있었죠. 저 같은 워킹맘에겐 얼마나 큰 도움이 된지 몰라요.”


실시간 소통으로 부모도 '안심'
감기에 걸린 아이들이 센터 병상에서 잠을 자고 있는 모습. 사진 C영상미디어

아픈아이돌봄센터만 4세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회원가입만 하면 노원구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감기, 몸살, 비전염성 장염 등 가벼운 질병이 있는 경우엔 병상돌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병원동행 서비스도 병원비 및 약제비 등만 부담하면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오는 것부터 귀가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자가 직접 센터를 찾은 날 병상엔 5세·7세 남매가 돌봄을 받고 있었습니다. 감기로 3일째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남매는 맞벌이하는 부모가 출근 전 이곳에 맡기고 퇴근 후 데려간다고 했습니다. 병상돌봄은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이뤄집니다. 양현옥 센터장은 “부모님과 상의해 복약지도를 돕고 이곳에서 식사와 간식까지 제공한다”면서 “맞벌이 부부는 물론 한부모가정, 저소득가정일시적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서 주로 이용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병상 반대쪽에 마련된 놀이공간에선 축구를 하다 발가락이 골절됐다는 서현채 군(초등 4학년)이 깁스를 한 채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이곳을 오간 지 2주째라는 현채 군은 혼자 있어도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아이 주위로는 각종 놀잇감, 소파 등이 배치돼 마치 어린이도서관키즈카페가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었습니다.

“매일 11시부터 4시까지 이곳에 있어요. 선생님께서 뭘 하고 싶은지 물어봐주시곤 함께 보드게임도 하고 찰흙으로 인형도 만들어요. 방학이라 학교에도 못 가고 다리를 다쳐 친구들을 만나러 갈 수도 없는데 여기서 재밌게 지내고 있어요.”아픈아이돌봄센터는 다른 지자체에서 직접 찾아와 문의할 만큼 아동안전·돌봄의 모범사례로 손꼽힙니다. 특히 서울시에선 이를 벤치마킹해 성북구에 거점형 아픈아이돌봄센터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김산규 노원구청 아동친화정책팀장은 “주민들에게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불만 민원이 한 건도 없는 서비스 중 하나”라며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전국 최초 직영 '아보전'서
아동학대 직접
노원구는 지자체 최초로 ‘아동보호구역’ 조례를 제정하고 학교와 놀이터, 공원 등 89곳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아동안전지킴이 순찰, 긴급보호소 운영 등을 통해 아동범죄를 예방하고 있다. 사진 노원구
사진 C영상미디어

노원구는 아픈아이돌봄센터를 비롯해 다양한 어린이안전 정책을 모범적으로 수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12월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제12회 어린이 안전대상’에서 행정안전부장관상(본상)을 받았습니다. 어린이 안전대상은 어린이 안전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높이고 지자체의 우수한 안전 시책을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아픈아이돌봄센터 외에도 노원구가 추진하는 아동안전 관련 정책에는 유독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2018년 전국 최초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을 지자체가 직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보전은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왔을 경우 현장에 나가 이를 조사하고 학대로 판단될 경우 분리조치부터 심리상담, 재학대예방교육, 원가정 복귀 등을 지원하는 구실을 합니다. 노원구청 5층에 자리한 아보전에는 전문 상담원과 심리치료사 등 12명의 근무인력이 상주합니다.

아보전은 전국에 약 85곳이 있는데 지자체마다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의 아보전이 여러 권역을 동시에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기곤 노원구 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아동학대 관리에 대한 지자체의 책임성과 공공성이 두터워진 데 의미가 크다고 강조합니다.

“아보전은 사회복지기관이나 종교기관 등에 민간위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전엔 동대문구에 있는 서울 동부 아보전에서 노원구를 포함한 6개 권역을 담당했는데 피해 아동이 조사와 상담 등을 받기 위해 지역을 이동해야 해 몹시 불편했죠. 실무자들의 효율성도 떨어지고요. 지자체의 직영 아보전이 생기면서 아동학대가 발생한 지역에서 해당 지자체와 경찰서가 협력해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체계가 잡혀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영유아 전용 쉼터도 조성
'공동생활가정'서 보호

노원구에서는 2017년부터 영유아 전용 학대 피해 아동 쉼터도 직접 조성했습니다. 영유아만을 위한 학대 피해 아동 쉼터 자체가 찾아보기 어려운 데다 이를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사례 역시 노원구가 처음 시도했습니다. 2021년부터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즉각 분리제도가 시행되면서 일시보호 수요가 증가한 데다 영유아 특성에 맞는 상담과 치료 필요성에 대해 지자체가 깊이 고민한 결과입니다. 공동생활가정 형태로 운영되는 두 곳의 쉼터에서 영유아들은 짧게는 두세 달, 길게는 1년 이상 심리치료 등을 받습니다.

한편 2022년(1~11월) 노원구의 아동학대 피해 신고는 총 428건에 이릅니다. 한 달에 약 38건의 신고가 들어온 셈입니다. 이는 서울시 내에서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김 관장은 이는 미국의 아동학대 신고율에 비하면 절반밖에 안된다고 꼬집습니다.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아동학대가 많다는 지적입니다. 즉 단순히 신고가 많다는 것을 아동학대가 많다는 부정적 신호로만 볼 게 아니라 학대를 피해자 스스로 자각하고 있으며 이웃의 관심이 많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아동학대 신고는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첫 단계로 김 관장은 ‘산불 신고하듯’ 발견 즉시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동학대에 대한 우리의 민감성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수상한 정황을 감지했다면 아동학대일 가능성이 큽니다. 오랫동안 아이가 악 쓰며 우는 소리가 멈추지 않는 경우가 가장 흔하죠. 심한 부부싸움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겐 정서학대이고 법적으로 부모의 징계권이 없어져 체벌도 안됩니다.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112에 신고해야 해요. 산에 불이 나면 ‘산불 났어요’라고 주변에 알리듯 ‘옆집에서 큰 소리가 나요’라고 신고한다고 생각하면 쉬워요. 참고인 조사에 임해야 할 수도 있지만 신원의 비밀이 보장되니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교통안전은 '스쿨존'
범죄예방은 '아동보호구역'

노원구에서는 이처럼 가정 내 발생하는 아동학대뿐 아니라 거리 등에서 일어나는 아동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아동보호구역’ 조례를 제정(2019년), 학교어린이집·유치원·공원·골목길 등의 주변 89곳을 아동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흔히 ‘스쿨존’으로 불리는 어린이보호구역이 교통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아동보호구역은 범죄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노원구는 보호구역 주변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하고 50세 이상 중년 구직자 85명을 ‘아동안전지킴이’로 임명해 주변에 위험요소가 없는지 매일 순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급상황에서 아동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주변 경로당, 편의점, 주민센터 등을 긴급보호소로 지정해 관련 교육도 시행합니다. 김산규 팀장은 “아동보호구역은 ‘여성안심귀갓길’을 아동 대상으로 확대한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팻말 등으로 아동보호구역임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스쿨존과 달리 아동보호구역은 지자체에 지정 의무가 없어 주민 계도와 지원 체계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 담당자들은 토로합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제도를 앞서 시행하는 데는 아동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자리합니다. 김 팀장은 어린이를 위한 정책은 소외되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동정책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동은 투표권이 없고 아동정책은 예산도 많이 들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가 강하지 않으면 추진하기가 쉽지 않아요. 매년 지자체 사업을 평가할 때 아동정책이 얼마나 있는지도 평가하면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아동정책을 만드는 주체가 어른이기 때문에 어린이의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해요. 노원구에선 놀이터를 지으면서 ‘나도건축가’라는 사업을 통해 어린이들의 의견을 실제로 반영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아이가 중심이 되는 정책을 만들겠습니다.”


임신부, 영유아 '아이편한 택시'로 편하게 이용하세요
C영상미디어
노원구의 ‘아이편한 택시’는 1주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려울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임신부와 난임부부, 24개월 이하 영유아가 있는 가구에서 탈 수 있는 이 택시는 노원구 내의 의료기관이나 육아 관련 시설(공동육아방, 장난감 대여소, 문화·체육시설 등)을 오갈 때 연 12회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택시 안에는 카시트와 공기청정기가 구비돼 있어 어린 아이와 임산부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고 유모차 등 큰 짐을 싣고 내릴 땐 기사가 도와줍니다. 노원어르신행복주식회사를 통해 아이편한 택시의 기사로 일하고 있는 윤영섭 씨는 “30~50㎞/h의 속도로 안전하게 운행하며 승객이 차에서 타고 내릴 때 오토바이 등 위험요소가 없는지 확인해 문을 열어준다”면서 “짐이 많은 산모들이 휴대전화나 젖병 등을 빠트리지 않았는지도 반드시 확인한다. 아이 손님을 위해 동요 80곡을 넣은 USB(이동식 저장장치)도 가지고 다닌다”고 전했습니다.

아이편한 택시는 노원어르신행복주식회사 누리집(www.nowonseniorhappiness.co.kr)을 통해 예약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은평·성북·강동·광진구 등에서 운영하는 ‘아이맘택시’는 ‘i.M’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예약하고 이용 후 병원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