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Universe] 중앙대학교 고대한
고대한, 지금 이 순간
눈 깜짝할 새 배트가 돌고, 투수가 힘차게 던진 공이 포수 미트의 가운데에 꽂힌다. 팀 스포츠인 야구에서는 9명의 수비수가 함께 그라운드를 지키는데, 그중 포수 오각형의 꼭짓점에서 무게중심을 지킨다. 때로는 손끝으로 보내는 신호로 경기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가 되기도, 혹은 홈에 눌러앉아 점수 대신 아웃카운트를 만드는 수호신이 되기도 하는 팔색조 같은 매력을 가진 존재. 혹자는 이 포지션이 지루하다고 하지만, 이런 의견에 강력하게 물음표를 던지는 이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오늘도 팀의 모든 야수와 눈을 맞추는 자리에 앉은 채, 고대한은 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힘찬 기합을 내뱉는다. 파이팅, 가자!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Hahyeon Son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고대한
출생 2001년 6월 28일
신체조건 175cm 75kg
출신교 청주중-청주고-중앙대
포지션 포수 투타 우투우타
2024년 성적
16경기 타율 0.222 12안타 0홈런 11타점 0도루 OPS 0.672
#최강대한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분들께 인사와 자기소개 부탁해요! (7월 29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중앙대학교 4학년 포수이자, 최강야구 시즌 3에 출연하고 있는 고대한이라고 합니다.
‘최강야구’ 출연을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
인생의 갈림길이 좀 많았어요. 드래프트에서 지명도 안 되고, 육성선수로도 안 뽑히니까 어떻게 보면 야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온 거죠. 그때 중앙대학교 감독님께서 몬스터즈와 경기를 해야 하는데 “네가 나갔으면 좋겠다”라고 하신 거예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조금만 해보자” 하셔서 저도 막연히 준비를 하는 과정이었어요. 마침 그때 야구가 재미도 없었고, ‘나한테 의미가 있나?’라는 회의감도 들었고요. 그렇게 몬스터즈와 경기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되기도 했고 뭔가 저한테 무언가를 알려준 게 최강야구가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트라이아웃을 통해서 합류하게 되었는데, 트라이아웃 동안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작년에 타격에서는 저만의 장점이 좀 있다고 말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타격보다는 수비에 더 신경을 썼어요. 송구를 정확하게 한다든지, 블로킹이라든지, 그런 부분 말이죠.
최강야구 합류 소식을 들은 주변 사람들 반응은 어땠어요?
저보다도 기뻐하신 분이 많았어요. 근데 한편으로는 걱정해 주신 분도 꽤 있더라고요. 체력적으로도 더 신경 써야 하고, 남들의 시선처럼 야구 외적으로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생길 테니까요. 그래서인지 정작 전 만족스럽다는 마음이 컸는데, 살짝 꺼려진다는 분들도 계셨죠.
첫 촬영 날 엄청나게 떨렸을 것 같아요, 그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요?
첫 경기가 장충고와의 맞대결이었어요. 그날이 정말 힘든 경기였는데, 다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위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첫 안타를 서울고 에이스 김영우에게 뽑아냈어요. 리그에서 치는 안타와는 소감이 또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김영우 선수는 제가 직접 분석도 하고, 그 내용을 선배님들과 공유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실제로 타석에 나가서 보니까 긴장되기보다는 자신감이 더 크게 차오르더라고요. (안타를 칠 때의 상황은 어땠어요?) 초구에 바로 쳤죠. 칠 때는 몰랐는데, 구속이 150km/h가 찍히더라고요. (웃음)
중학생 때부터 야구를 했지만, 방송에서 하는 야구는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대학리그랑 최강야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어느 부분이라고 보나요?
차이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없더라고요. 선배님들도 그렇고 감독님들도 다 야구에 정말 진심이시거든요.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여기 와서 다양하게 배우게 되는 부분이 더 커요.
작년에 중앙대 소속으로 참여한 몬스터즈와의 경기에서는 4타점을 뽑아내는 활약을 했어요. 그리고 올해는 몬스터즈 선수가 됐고요. 작년에는 이렇게 될 줄 알았나요?
전혀 몰랐죠. 그때만 해도 그냥 만족스러웠고, 야구가 잘 됐고 그랬는데, 어떻게 보면 야구를 못하는 상황이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간절함을 좀 더 크게 느꼈어요.
팬들도 엄청 늘었을 것 같아요. 인지도가 올라간 걸 본인도 느끼나요?
느끼고 있죠. 자주 그런 건 아니지만 지나가다가 알아보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대신 그것 때문에 평소에도 언행을 좀 더 조심하게 되는 습관도 생겼어요.
#최고참 안방마님
팀의 최고참이 되었어요. 1년을 더 도전하는 데 꽤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요.
최고참이라고 해서 제가 뭔가 달라졌다고 보진 않아요. 몬스터즈의 일원이 되었다고 해서 제 위상이 달라졌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요. 단순히 작년보다는 좀 더 잘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올해는 그렇게는 조금 안 되고 있네요.
올해 준비한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개인적인 목표는 수비에 더 신경을 쓰는 거였어요. 작년에는 타격이 좋았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수비가 안정적이어야 타격이 더 돋보이고, 좋은 포수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거든요. 반대로 팀적으로는 꼭 우승을 해보는 게 목표였어요. 여태 우승이랑 연이 별로 없었거든요. 제가 기여를 해서 팀 성적이 잘 나왔으면 하는데, 아직까진 조금 아쉬워요.
드래프트를 한 달 앞둔 지금, 그 목표는 어느 정도 이뤘나요?
아직 한 개도 못 이뤘어요. 그래도 경기에 임할 때의 여유가 살짝 생기긴 했지만요. 수비에 나가면 파이팅을 더 자주 외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요. 학교에서는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대부분이니까, 최대한 제가 조금 더 리드해서 경기를 끌어 나가려고 하게 돼요.
작년 77타석에서 5할이라는 높은 성적을 기록했어요. 본인만의 특별한 타격 비법이 있나요?
훈련할 때는 50% 이상으로는 힘을 들이지 않으려고 해요. 연습량을 많이 가져가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특별한 타격 비법이라고 할 건 없지만, 김강민 선수의 폼을 조금씩 따라 하게 되면서 그 선수의 장점을 흡수하려고 노력했어요.
방송 촬영과 학교 일정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는 않나요?
힘들긴 하죠. 직접적인 체력 문제보다는, 학교가 안성에 있고 촬영은 서울에서 하잖아요. 훈련을 양쪽에서 하니까 이동할 때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요. 그게 제일 힘든 부분이죠.
대학교에 입학했을 당시엔 외야수가 주 포지션이었어요. 포수로 포지션을 변경한 이유는 뭔가요?
원래 주 포지션이 포수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포수를 봤고, 중학교 입학할 때도 포수를 하고 싶었는데 성장통이 심하게 오는 바람에 무릎을 꿇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내야수를 하다가 아픈 걸 참고 포수를 다시 했죠. 근데 어릴 땐 체구가 작다 보니 경쟁에서 밀리더라고요. 마음은 포수였는데 팀에서 입지가 줄어들다 보니 살아남으려고 외야수를 선택하게 된 거죠. 조금 먼 길을 돌아오긴 했지만, 어쨌든 지금은 다시 포수를 하고 있네요.
‘야구의 매력을 알려준 포지션이 포수’라고 말한 걸 봤어요.
포수는 리더라고 생각해요. 팀에 주장이 따로 있다고 해도, 포수가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거나 마냥 자기 플레이에만 집중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보거든요. 저 역시 적극적으로 선수단을 더 리드하려고 하는 편이고요. 게다가 모든 수비수를 볼 수 있는 건 포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제일 매력적인 포지션이 포수가 아닐까 싶어요.
방송에 출연한 이후로, 팀 내에서 변한 부분이나 변화를 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 투수들한테 변화를 주려고 했어요. 저희 선수들도 개개인을 보면 능력치가 훌륭한 선수가 많거든요. 근데 몬스터즈의 선배님들은 다들 레전드급의 선수였잖아요. 그래서 단편적인 자세보다는 피칭 스타일이나 루틴 이런 거를 배워와서 투수들한테 알려주려고 하고 있어요. (배운 것 중에 가장 기억나는 건 어떤 거예요?) 김성근 감독님께서 늘 의식을 가지고 플레이하라고 강조하시는데, 이 부분이 제일 기억나요.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야구했구나 싶기도 했고요. 개인적인 능력치가 나쁘다고는 느끼지 않았는데, 멘탈 쪽으로 뭔가 평소 사고방식을 바꿀 만한 이야기들을 자주 해주세요.
U리그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더 좋은 타격 성적을 냈더라고요. 특별한 비법이 있어요?
강팀들을 보면 뛰어난 투수가 한 명씩은 다 있잖아요. 그래서 타석에 들어갈 때 ‘이 선수 거는 꼭 쳐야겠다’ 이런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자주 있어요. 그리고 작년까지는 친구도 많이 있었고요. 초등학교 친구부터 고등학교 친구까지, 아는 얼굴이 많아서 경쟁의식도 들었어요. 결론적으로는 운이 좋았죠. (가장 까다로웠던 상대는 누구예요?) 지금은 LG로 간 고려대학교 정지헌 선수가 가장 까다로웠어요. 저도 타석에서 잘 치고 나쁘지 않게 결과를 내긴 했는데, 상대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나요.
작년에 열린 제1회 고교‧대학 올스타전에서 대학 타자 MVP로도 선정됐어요.
저는 큰 무대에서 더 잘하는 체질인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런 상황에 긴장도 이상하게 안 되고요. 거기다 올스타전 전날 잠들기 전에 ‘내가 저기 나가서 상을 받으면 뭐라고 말해야 하지?’라고 곱씹어 보면서 잠들었는데, 다음날 그게 이뤄져서 신기했어요.
#야구선수 고대한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뭐였어요?
처음부터 야구선수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우연히 야구부가 있는 초등학교에 가서 동네 형이랑 야구를 했는데, 초등학교 감독님이 그걸 보시고 야구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하게 되고, 처음인데도 제 자신이 꽤 잘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야구가 더 재미있는 운동이라고 느꼈죠.
야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뭔가요?
최근에는 ‘생각’이요. 잡념을 어느 정도 비우고, 자기 상황을 잘 알아야 더욱 높이 올라갈 수 있겠더라고요. (타석에서는 보통 어떤 생각을 해요?) 타석에서는 그냥 조금 더 우측으로 치려고 해요. 그렇게 쳐야 조금 더 제 스윙도 잘 만들어 낼 수 있더라고요. 간결하게 30% 정도만 치자는 생각도 하고 있고요.
포수 고대한이 갖는 본인만의 장점은 어떤 점인가요?
최대 장점은 스로잉이에요. 이 부분엔 어느 정도 자부심도 있고요. 그리고 투수 리드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느껴요. 투수들한테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확실하게 말하곤 하거든요. 이럴 때 투수들도 제 피드백이 도움이 된다고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뿌듯한 마음도 들죠.
반대로, 가장 부족한 부분은 어떤 점일까요?
제가 멘탈이 약해요. 겸손이라고 보실 수도 있겠지만, 평소에 잘 안 풀리는 일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를 탓하는 경향이 있어요. 뜻대로 되지 않을 때면 ‘내가 잘 해야 했는데’라고 곱씹곤 하죠. 그런 것 때문에 풀릴 일도 나쁜 결과로 끝나는 상황도 생겼고요.
슬럼프가 한 번 오면 크게 오는 편이겠어요.
실제로 지금이 가장 슬럼프에 가까운 상태예요.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려고 해도 잘 안 되니까, 자꾸 절 탓하는 순간이 늘어나더라고요. 작년에도 성적이 나쁘지 않아서 입지가 어느 정도는 다져졌다고 느꼈는데, 올해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보니까 절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길었어요. (그럴 때마다 어떻게 극복하려고 해요?) 제 처지를 잘 파악해야죠.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고, 어떤 방향을 잡는 게 옳은지 고민도 하고요. 지금은 제 개인 성적보다는 팀에 도움이 되고 싶거든요. 제가 덜 잘 되더라도, 팀이 잘해야 제 가치도 올라가는 거니까요. 힘들어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하고, 그 덕분에 천천히 회복 중이긴 합니다. 그래도 아직 완전히 극복하려면 조금 멀었어요.
포수는 투수와의 궁합이 꽤 중요한 포지션이잖아요. 가장 합이 잘 맞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개인적으로 몬스터즈에서는 (더스틴) 니퍼트 선배님이랑 신재영 선배님이요. 특히 니퍼트 선배님과는 사고방식이 비슷한데, 선배님의 수와 제 수가 겹쳐서 서로 놀랄 정도예요. 신재영 선배님이랑은 리드가 그냥 잘 맞는 느낌이고요. (학교에서는요?) 학교는 (김)도윤이요. 도윤이랑은 작년부터 잘 맞춰 왔기 때문에 편해요. 그리고 도윤이가 가지고 있는 능력 자체가 좋기 때문에 그 선수를 제가 높게 평가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 친구가 던지는 공을 믿고 리드를 하게 되는 거죠.
야구를 시작한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그때도 다시 야구를 선택할 건가요?
당연하죠. 제가 야구밖에 안 해보긴 했는데, 야구에서 인생을 정말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돌아가면 절대 안 하고 싶다는 선수들도 있겠지만, 저는 다시 고르라고 해도 꼭 야구를 선택할 거예요.
어떤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어요?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깊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유명세보다는 야구를 향한 진심을 보여주고 싶고, 그렇게 인정받고 싶어요. 제가 야구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진심’이거든요. 야구에 대해서 제가 설정해놓은 수많은 마인드맵이 있어요. 그중에서 야구는 체력이나 기술을 떠나서 올바른 마음가짐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그것이 제가 ‘깊은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은 까닭이기도 하고요.
이 질문에 4년 만에 다시 대답하게 됐네요. 고대한에게 야구란?
인생의 배움터죠. 올해가 끝나고 야구를 못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야구는 제 인생에서 여전히 1순위예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본인을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부탁해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저를 응원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라는 사람을 알아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얼마 안 남았지만 조금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61호 (9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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