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언련 출신 선방위원 기피 넣었는데… "못 받은 걸로 하자"
방심위 노조, 공언련 대표 출신 김대회 선방위원 기피 신청
담당자 부재 이유로 사무처가 기피 내용 못 밝히자 회의 강행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보수성향 시민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가 하반기 재·보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에 다수 민원을 제기한 가운데 공언련 대표 출신 선방위원이 공언련 민원을 심의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기피 신청이 나왔다. 하지만 선방위는 담당 책임자한테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기피 신청을 못 받은 것으로 하자고 표결한 뒤 회의를 정상 진행했다. 한 선방위원은 회의 진행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중도 퇴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지부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추천 김대회 선방위원을 상대로 방심위에 기피 신청을 넣었다. 방심위지부는 “10월24일 개최되는 선방위 회의 안건에 공언련 민원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공언련 공동대표 출신인 김대회 위원이 이 회의에 참여해 심의하는 경우 사적이해관계자인 공언련 민원을 심의하는 것이다.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선방위 안건 8건 가운데 4건을 공언련이 신청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해당 단체 출신이 심의에 참여하는 건 '셀프심의'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방심위 사무처는 국정감사로 인해 이해충돌방지담당관인 박종현 방심위 감사실장이 부재하다며 기피 신청 관련 보고를 정상적으로 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박종현 이해충돌방지담당관이 판단해야 할 사안인데 자리에 없어 현 사무처가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사무처는 “이해충돌방지법 관련 기피 신청이 접수돼 있다. 이해충돌방지담당관(감사실장)이 검토해야 하는데 국회에 가 있고 직원들도 다 거기 있다. 어떤 안건인지 여기서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기피 신청 당사자인 김대회 위원은 “신고 접수 사실을 오늘 오전 다른 팀장에게 연락받고 알았다. 방심위에서 종합 검토 후 유권해석 해주시길 바란다. 회피해야 한다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선방위원들은 기피 보고 여부 및 기피 기준에 대해 2시간 가까이 논쟁하다 결국 기피 신청을 받지 못한 걸로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내용을 알지 못하는데 기피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미디어스는 지난 23일 오후 <김대회 선방심의위원 기피신청… “공언련 대표 출신”> 기사에서 기피 신청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김문환 위원(한국방송기자클럽 추천)은 “우리가 여기서 스스로 결정 못 하고 사무처에 넘기면 안 된다. 선방위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하루가 될 것”이라며 “기각할 거면 하고 자율을 확보하지 않으면 외부의 끝없는 흔들기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송요훈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제가 추천하고 제가 그 사람에게 심의해 달라고 하면 당연히 이해충돌”이라며 “아무리 양심적으로 심의해도 밖에서 공정해 보이지 않으면 신뢰하지 못한다. 방송 제재도 계속 법원에서 부정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석은 우리가 아닌 법률팀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선기 선방위원장(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추천)은 “우리 의사로 결정하자. 우리가 이렇게 쩔쩔맨다면 선방위 권위를 스스로 자긍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기피 신청 내용이 보완돼서 올 때까지 기다릴지 오늘 회의를 진행할 것인지 다수결을 통해 결정하자”고 말했다. 이후 다수결로 정상 회의 진행이 의결됐다. 더불어민주당 추천 송요훈 선방위원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이 회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 뒤 퇴장했다.
김대회 위원은 “어느 안건이 공언련 신청인지 알면 회피하겠지만 그걸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22대 총선 선방위에서 국민의힘 추천으로 위원 활동을 한 최철호 전 공언련 대표(현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는 공언련 민원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심의를 회피하지 않아 지난 9월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결론을 내렸다.
한편 노벨상 폄하 등 각종 극단적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한정석 선방위원은 사퇴해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 전 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솔직히 선방위원 누가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나. 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시민적 소명감으로 하는 것”이라며 “그거 선거 때 되면 아침부터 심야까지 중노동이다. 어떻게 심의해도 방송사들이 승복 안하고 고소·고발하고 씹어댄다”고 했다. 이어 “내가 사퇴한 선방위 심의에 불공정 시비 걸지마라. 거기 극우 심의위원은 나 하나밖에 없으니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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