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는 태생적으로 한계를 안고 태어난 모델이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는 연료가 떨어져도 주유소에 들러 1분 남짓이면 다시 연료를 채우고 주행할 수 있지만, 전기차는 연료인 전기가 떨어지면 짧게는 수십 분, 길게는 1시간 이상 전기를 충전해야지만 다시 운행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물론 이동 동선이 계획적인 사람에게야 큰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모두가 그런 것도 아니고, 특히 장거리를 이동하는 사람이라면 휴게소 등에서 수십 분 이상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 내연기관차 이용자들은 이 부분에 부담을 느끼고 전기차로 쉽사리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친환경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 브랜드에서도 다양한 대안을 두고 고민했고, 친환경을 이어가면서도 충전 시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품이 나왔으니 그것이 바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이하 수소차)다. 이 수소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처럼 충전소에 들러 수소를 5분가량 충전하면 바로 연료탱크를 가득 채워 이동할 수 있어 시간 부담도 훨씬 덜하고, 그러면서도 수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친환경 기조 또한 그대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단점들을 보완한 확실한 해법인 셈. 개발을 거듭한 끝에 세계 첫 양산 수소차인 현대자동차 넥쏘가 2018년 출시됐는데, 7년째인 올해 드디어 첫 번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지난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처음으로 실물을 공개한 데 이어 지난 10일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됐다. 새로운 넥쏘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실제 주행에서의 느낌은 어떤지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현장을 찾아 시승해보았다.


이전 모델 역시 충분히 개성 있는 모습이었지만, 신형 넥쏘 역시 독특한 디자인으로 길에서 만나더라도 넥쏘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개성 넘치는 모습이다. 얇고 길게 뻗은 중앙의 바로 좌우 헤드라이트를 이었던 전면부는 가로선 2개로 이루어진 헤드라이트와 중앙의 4개의 픽셀 덩어리 4개로 꽤나 독특한 인상을 만든다. 이 픽셀 디자인은 현대차그룹의 수소 브랜드인 HTWO를 형상화한 것이기도 한데, 그보다 먼저 아이오닉 5에서 픽셀을 이용한 디자인이 시작되었음을 생각하면 친환경차 범주들은 이 픽셀 디자인으로 동질감을 유지하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픽셀 디자인은 아래 안개등과 그릴부로도 이어지고, 후면 역시 테일램프와 테일게이트 중앙에 적용하며 차량 전체적으로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외관 디자인도 변화가 상당하지만, 기존 넥쏘를 경험해봤다면 실내의 변화에 더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말 많았던 센터 콘솔이 사라지고 익숙한 현대차그룹의 디자인으로 탈바꿈했기 때문. 우선 대시보드 위에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하나로 이은 파노라마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자리하고 있고,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아래로는 전환식 콘솔을 배치해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조절과 공조장치 조절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평소 디지털 방식으로의 전환을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전 세대 넥쏘의 센터 콘솔을 생각하면 차라리 이렇게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고 깔끔하게 유지하는 편이 낫지 싶다.


수많은 버튼들이 배치된 콘솔부를 삭제한 대신, 그 아래로 다양한 수납함과 컵홀더를 배치해 실용성을 높였고, 콘솔박스 앞으로는 지문 인식부와 주차 기능 버튼 몇 개만이 있을 뿐이고,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를 2개 배치해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의 편의성을 높였다. 대시보드 양 끝으로는 디지털 사이드미러용 스크린이 배치되어 있는데 여러 번의 시승을 통해 조금 익숙해지긴 했으나 여전히 거울형에 비해 어색한 느낌을 지우진 못했다. 2열에는 리클라이닝 기능을 더한 시트를 장착했고, 탑승자 편의를 위해 콘솔박스 뒤편에 100W급 USB-C 타입 포트 2개와 실내 V2L 기능을 위한 콘센트가 배치되어 있다.


적재공간은 이전 세대보다 넓어져 활용성을 더욱 높였다. 기본 적재 공간은 510L로 49L 늘어났고, 2열 시트를 접어내렸을 때의 공간도 1,630L로 164L 늘어나 다양한 짐을 싣기 좋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추가 적재공간이 필요할 때 활용하던 바닥면 아래의 경우 넥쏘는 그곳에 수소탱크와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어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기본 공간이 넓어졌으니 이곳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한 적재가 가능해 걱정이 없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신형 넥쏘를 개발한 연구원들이 총출동해 제품에 대한 설명을 진행했다. 특히 신형은 기존 넥쏘 고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개발 방향을 세웠다는 점이 인상적인 부분. 운전자가 가장 크게 체감할 주행 관련 성능의 경우, 먼저 연료전지 시스템의 성능을 끌어올리고 PE 시스템을 개선해 출력을 이전 110kW에서 150kW로 크게 향상했다. 토크는 이전보다 감소했지만, 감속비를 높이는 방법으로 충분한 가속력을 경험할 수 있다고. 이런 성능 향상 덕분에 제로백(0-100km/h)이 기존 9.2초에서 7.8초로 확 줄어들었다.

주행 거리도 늘어났는데, 시스템 효율을 높이고 수소 탱크의 용량을 기존 6.33kg(156.6L)에서 6.69kg(162.6L)으로 늘리는 등의 변화가 이뤄져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기존 609km에서 720km로 크게 늘어났다. 또한 리튬이온 배터리의 용량을 80% 가까이 늘려 주행 중 회수되는 전력을 더 많이 저장해 이 또한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그리고 작동 원리상 물이 생기는 시스템을 겨울철에 보호할 수 있도록 로직을 강화했다. 이 밖에도 승차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관련 부품 업그레이드, 아이오닉 시리즈에서 먼저 적용해 호평받은 e-핸들링 기술, NVH 성능을 높이기 위한 개선과 신규 부품 및 기능 투입 등 많은 변화가 더해졌다.



편의성 면에서도 업그레이드가 상당하다. 2열 시트의 경우 1열 시트를 더 날씬하게 다듬어 무릎 공간을 넓혔고, 리클라이닝 기능의 경우도 각도를 8°에서 14°로 늘려 더 편하게 탑승할 수 있으며 승하차 편의를 위해 문이 열리는 각도도 10° 넓힌 80°로 설정했다.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현재 충전량과 이동 거리를 고려해 내비게이션에서 최적의 충전소를 찾아 안내하는 루트 플래너, 레저 활동에서 편의성을 높이는 실내외 V2L 기능, 뱅앤올룹슨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등 여러 편의 기능들도 대거 추가됐다. 실외 V2L 기능의 경우 전기차는 충전구를 이용해 전력을 뽑아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커넥터가 필요했지만, 넥쏘는 수소차인 만큼 별도의 커넥터 없이 바로 전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충전구 반대편에 220V 콘센트를 마련해놓았다. 사용시간의 경우 탱크에 충전된 수소를 이용해 바로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최대 사용 가능한 전력이 무려 110kWh에 달하는데 이는 아이오닉 5나 아이오닉 9보다도 높은 양으로, 1인 가정 1일 전력 사용량이 7~10kWh인 걸 생각하면 엄청난 양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차량에 대한 소개를 마치고 본격적인 시승이 시작됐다. 사실 수소차라고 해서 기존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막상 타보니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약간의 차이가 있는 건 시스템에서 구동이 이뤄지는 방식인데, 전기차의 경우 충전된 전력을 모터로 보내 구동에 이용하는 방식인 것과 달리, 수소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더 가까운 방식이다. 즉 출발이나 저속에선 배터리에 충전된 전력으로 모터를 구동시키고, 일정 이상의 속도에선 연료전지 시스템이 생산한 전력까지도 모터로 전달한다. 배터리의 경우 회생 제동을 통해 회수되는 에너지를 이용해 충전하거나, 일정 이하로 전력이 줄어들면 시스템에서 전력을 배터리로 보내 충전시키며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한다. 여기서 연료전지 시스템을 엔진으로 바꿔주면 하이브리드차의 시스템과 완전히 동일한 구성인 셈.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가속페달을 꾹 밟아보니 가속이 꽤 빠르긴 한데 폭발적이거나 강력하다고 느낄 정도까진 아니다. 최근에 워낙 강력한 전기차들도 많이 나왔고 현대차 역시 앞뒤 2 모터의 사륜구동 모델이나 아이오닉 5N 등의 모델이 있어 그런 모델들과 비교하면 조금 아쉬운 모습. 그렇다고 일상적인 운전에서 불편할 수준인 것은 아니다. 고성능 전기차에 비교해 성능이 낮은 것이지,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충분히 강력한 성능을 보여준다. 비슷한 성능 수치를 보여주더라도 일정 이상까지 엔진이 회전해야 그 성능이 나오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조작 즉시 표기된 성능 수치를 바로 뿜어낼 수 있음은 이젠 다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주행모드가 있어 세팅만으로도 강력한 성능을 울컥거림 없이 부드럽게 다룰 수 있다. 또한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회생제동 기능이 있는데, 스티어링 휠 뒤 패들 시프트로 조절이 가능하다. 그리고 가장 최신인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 3.0과 i-페달 3.0 기능으로 내비게이션 상황까지 고려해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한결 편하다.

인상적인 건 연비였다. 이날 시승에서 연비왕 선발대회가 진행돼 주행 흐름에 맞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해 달렸는데, 도착지에서 측정한 연비는 115km/kg으로, 최근 수소 1kg 충전 비용이 10,000원 전후임을 생각하면 1km 이동에 약 87원 정도 들어간 셈. 이번 신형 넥쏘 시승에서 가장 높은 연비를 기록한 참가자는 162km/kg으로, 환산하면 61~62원/km이니 전기차와도 대등한 수준이다. 딱 하나 아쉬운 건 수소충전소의 숫자가 적다는 것인데, 본인의 주요 거점 주변이나 주요 이동 동선상에 충전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고민해봐도 좋지 않을까.

내연기관은 언젠간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 순간이 점점 다가온다면 결국 새로운 것을 선택해야 하는데, 전기차의 충전 시간의 부담이 크다면 답은 수소차다. 물론 수소차 또한 충전 차량 간 대기시간 소요, 충전소 부족 및 심야 시간 이용 불가라는 일부 인프라의 한계점이 존재하고 있지만, 조금씩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인 만큼 이런 것들은 금방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여기에 성능이 크게 향상된 신형 넥쏘에 올해 출시 예정인 세단 신제품까지 더해지면 수소차 또한 친환경의 흐름에서 무시 못 할 존재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