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법정관리] "대금 정산 문제없다" 밝혔지만… 협력업체 우려 확산

홈플러스가  6일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일시 중지됐던 일반 상거래채권 지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따른 여파가 유통 업계를 넘어 국내 대기업을 포함한 협력 업체에까지 미치면서 일시 중단됐던 상거래채권 지급이 재개됐다. 이는 협력 업체들의 불안을 일부 해소하는 효과를 냈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업계는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채무 변제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6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4일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중단됐던 일반 상거래채권 지급이 이날부터 재개됐다. 회생절차에 따라 회사의 채권 지급이 모두 일시적으로 중단됐으나 이날 법원의 승인으로 상거래채권 지급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금융채권 유예 조치는 유지된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가용현금 잔액은 3090억원, 이달 순현금 유입은 약 3000억원으로 예상돼 상거래채권 지급에는 문제가 없다"며 "순차적으로 전액 변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금 미지급 우려로 홈플러스를 떠나려던 협력사들의 움직임을 누그러뜨리는 조치로 풀이된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D(디폴트)까지 하락하자 CJ푸드빌, CGV, 신라면세점 등 홈플러스와 상품권을 제휴한 업체 10여곳이 결제중단 조치를 내린 데 이어 LG전자, 삼성전자,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등 주요 대기업도 홈플러스에 대한 신규 물량 공급을 중단하는 등 납품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시장은 여전히 짙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는 홈플러스 회생절차 진행이 지난해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유사하다는 기시감에 따른 불안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당시 티메프는 미정산금이 1조2790억원에 달했고, 이 중 미정산 상품권만 3000억원 규모였다. 티메프는 지난해 7월28일 기업회생을 신청한 후 44일 만인 9월10일 서울회생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이 지난해 12월27일에서 올해 3월7일로 연장되면서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한 협력 업체 관계자는 “채권 지급 재개 소식에 다소 안도했지만 변제 일정과 구체적인 계획이 명확하지 않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일부 업체는 상황을 지켜보거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발주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미래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홈플러스는 18일까지 채권자 목록을 제출한 후 회생 채권 및 회생 담보권 조사를 거쳐 6월3일까지 회생계획안을 마련해야 한다. 계획안에는 채무조정 방안과 자산매각 계획, 경영개선 방안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이 변제계획을 수립하지만, 홈플러스는 별도의 관리인을 두지 않고 김광일 MBK 부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이 기존 운영자의 역할을 유지한다. 채무산정조사위원은 삼일회계법인이다.

업계는 홈플러스가 부동산 자산 및 토지를 활용해 채무를 변제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인수 당시 141개였던 점포 수를 126개로 줄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가 경영을 맡은 2016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유형자산, 매각예정 자산, 투자 부동산 등을 처분해 총 4조113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 중 점포와 점포 부지, 점포 내 영업기구 등을 매각한 유형자산이 3조4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안산점, 해운대점 등 주요 점포까지 매각하면서 매출감소가 불가피했지만 당장 변제와 현금확보가 시급한 만큼 점포 매각을 가속화할 것 같다”며 “인력 구조조정도 가능성이 있지만 노조의 반발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자산인 기업형슈퍼마켓(SSM)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분리매각도 주목받고 있다. MBK가 지난해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분리매각을 추진해온 가운데 최근 원매자가 등장해 회생 개시 이전에 실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2023회계연도 기준 매출 1조20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 8%를 기록해 업계 평균(5%)을 상회했다. 또 SSM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어 유망 매물로 평가된다.

그러나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MBK가 손실을 감수하고 홈플러스를 정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MBK가 2009년 인수한 영화엔지니어링은 실적악화로 2016년 회생절차에 들어간 이듬해 인수가(1000억원)의 절반 수준인 약 500억원에 매각된 바 있다.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MBK가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딜라이브강남, 네파, 골프존카운티, 롯데카드 등과 마찬가지로 홈플러스를 떠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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