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붕이의 홋카이도 도동 뚜벅이-7일차 (메만베쓰공항, 치토세)
저주받은 5시 반의 기상 버릇이 아직도 나를 옭아매고 있는건지
분명 존나 피곤했을텐데 7시가 되니까 눈이 번쩍 뜨였다
이럴땐 군바리라서 좋... 은건가?
어제 가이드분이 연어잡이 배들은 7시 즈음 온다 했으니
눈 뜬 김에 번개같이 쓰레빠에 디티 입고 연어 테라스로 나갔다
과연 배들이 몇 척 정박해있었다
큼지막한 연어가 몇 십 마리고 쏟아지는 환상적인 광경을 기대했으나
어 그런건 없었다
한 30분 정도 죽치고 있었는데 그런 내가 보기 불쌍했는지
어민 한 분이 와서 이미 배들은 다 떠났다고 친절하게도 사망선고를 내려주셨다
시발...
터덜터덜 걸어 내려온 우토로항 최대의 번화가(진짜임)
가이드분 말로는 편의점이 2개나 있으니 번화가가 맞다고 한다
원래는 편의점에서 떼우려고 했는데
연어잡이 배들 못 본 분노를 아침밥으로 푸는 셈 치고
다시 어제 그 가게로 갆다
제기랄 연어알 나는 네가 좋다
언제나 생각하는건데 연어알이 진짜 존나 들어있다
킹 갓 토 코
숙소로 돌아가서
친절하게 맞이해준 민박집 주인아재에게도 감사인사를 전하고
시레토코를 떠날 준비를 마쳤다
이번은 철도로 기어가서 비행기로 다시 돌아오는 식이었는데
다음엔 그냥 비행기로 왕복하는게 나을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네무로랑 아바시리는 이제 다시 안 가봐도 된다 ㄹㅇㅋㅋ
컨텐츠 다 해치웠으니 뭐
공항 가는 도중 또 나타난 짭비에이
온 세상이 비에이다
생각보다 좆만했던 메만베쓰 공항
그래도 그런 좆만한 공항이라도 있다는 것에 감지덕지 해야한다
너네 시레토코 보러 온거잖아하고 마음을 읽는 듯한
시레토코의 동물 출현 달력
응 다음엔 겨울에 올거야
인생 첫 일본 국내선 아다는 ANA가 가져갔다
탑승권 생긴게 좀 신기하다
근데 시발
국제선에서도 당해본적 없는 공항 도착 후 급지연을 당했다
꼴랑 30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30분이 늦어져서
5시 전까지 가야하는 치토세신사 계획이 망가졌다
이 시발 고슈인 받아야한다고
첫 만남이지만 나는 이미 ANA가 싫어졌다
분노의 편의점 폭식
좆만한 공항이라 그런가 식당이라고는 스프카레집 하나밖에 없던데
거기에 공항의 모든 손님이 다 몰리는 바람에 미어터져서 그냥 편의점에서 떼웠다
데스와~
살면서 처음 타보는 프롭기
인천-제주도 제트기로 굴리는 한국에 살다보니
프롭기라는게 존나 낯설다
이거 뜨긴 하는건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옆에서 대 피 치도 탑승준비하고 있었다
다행히 프롭기는 씽씽 잘 날았다
육로로 6시간 30분동안 기어간 거리를
50분만에 따잇하는 재미~ 갑자기 일여가 재밌네~
다시 돌아온 신치토세공항
아 그냥 1일차로 돌려다오 제발
분명 막 도착해서 우유소프트콘을 빨던 내가
이제는 퀭한 얼굴로 치토세로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오늘의 숙소 유유관
치토세역에서 조금 떨어져있지만 가격이 아주 착하다
무엇보다 주변에 술집이 존나 많다
술집이 많다는건 술을 잔뜩 마실 수 있다는 것
나는 마지막 밤인 이 날 밤을 그냥 보낼 생각이 없었다
안 그래도 거지여행에 강행군이라 술도 마음대로 많이 못 마셨는데 시발
이 날은 아주 갈데까지 갈 생각이었다
치토세공항이 군공항이라 그런가 전투기가 심심찮게 날아다닌다
우리 부대는 헬기가 존나 날아다는데 하하
전투기 소리를 브금으로
스프카레 SAMA를 향해 느긋하게 걸어갔다
술 마시기 전에 배는 채워야지
씨발
구글지도야 나를 속인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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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대로 플랜 B로 점찍어두었던 스프카레 가라쿠로 갔다
스프카레는 먹어야지ㅇㅇ
좆중딩 시절 겨울 삿포로에서 먹은 뜨끈한 스프카레의 추억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향수다
그 추억을 훌륭히 이끌어내는 맛이었다
배도 채웠겠다
이제 노미호다이로 이빠이 마셔볼까 부리나케 달려갔는데
구글지도야 나를 속인거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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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냥 핑 찍어놨던 바 중에서 하나 골라 들어갔다
바 In the glass
들어가니까 치토세 아재들이 한껏 만담을 나누고 있었다
첫 잔은 진 토닉으로 시작하는게 내 국룰이다
조용히 아재들의 대화를 안주삼인 마시고 있으니까
아재 중 한 명이 대화가 너무 쇼와틱해서 미안하다고 농담하셨다
바로 이때다 하고 닛뽄진 코스프레는 집어던지고 국적을 밝혔는데
항상 이 한국인임을 알게 된 주민들의 놀라는 반응이 맛있다
마티니
그 뒤로는 군대썰이나 한국 문화 이야기 같은 주제로 아재들과 한일 교류회를 가졌다
역시 아재들이라 그런가 군대썰의 성능이 좋다
마지막으로 모스크뮬 마시고 퇴갤
항상 이 클래식 바 특유의 밋밋한 외관이 마음에 든다
여기는 반대로 수풀에 가려진듯한 외관이다
LP판으로 노래 틀어준다길래 간 바 bird land
버번을 주력으로 하는 위스키바다
근데 여기서 신기하게도 한국인 커플과의 인연이 생겼다
마스터분이랑 떠들고 있었는데 한국인인걸 밝히니까
옆자리 커플도 한국인이라고 마스터가 말씀하시는게 아닌가
그분들은 연남동에서 옷 가게를 하시는 분들이었는데
빈티지룩 전문점이다보니 일본을 사업차 자주 오시는 분들이었다
이번 치토세도 그런 목적으로 오셨는데
마지막 밤 그냥 보내긴 아쉬워서 나처럼 바를 오신 것이었다
군바리임을 밝히니까 남자분께서 동정심과 측은함을 느끼셨는지
나중에 꼭 가게로 한번 놀러오라고 술을 쏘셨다
감사... 압도적 감사...!
덕분에 스뱅이라던가 이것저것 마셨다
감사합니다 정말
까리한 간판이 마음에 들어서 3차로 간 바 侍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아늑하다
곧 문 닫는다길래 1잔만 마실 요량으로 쪼까 돈을 좀 썼다
미야기코가 요즘 은근히 맛있게 느껴진다
좀만 싼 위스키였다면 면세점에서 하나 샀을텐데...
근데 이번이 9번째 일여인데
이 바에서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금태양'을 만날 수 있었다
여태까지 길에서 본 남자 양아치들은 금발이지만 태닝을 안 했거나
태닝은 했는데 금발은 아니었는데
옆자리 사람이 진짜 말 그대로의 '금태양'이었다
마치 본토의 진또배기 멘헤라 패션을 본 듯한 충격
금태양다운 외모에 충실하게
이미 한계까지 취한 듯한 좀 어려보이는 여자애를 데리고 있었는데
과연 그들은 바 폐점 후 어디를 갔을까...
마지막 4차로 간 바는
폐점 후 다른 남자 손님의 뒤를 졸졸 쫓아가서 들어갔다
바 red raven
자가제 음료를 주력으로 하는 곳이었다
자가제 콜라로 만든 럼콕이나 자가제 진으로 만든 진토닉 등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이때쯤부턴 나도 슬슬 만취상태라서 사진을 찍을 정신이 없었다
겨우겨우 자가제 진저에일로 만든 모스크뮬은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같이 따라간 그 손님을 비롯해
하얀 짬뽕을 먹고 있던 마스터의 겜블 동료들이라던가 또 잔뜩 수다를 떨었다
항상 바에서 같이 떠든 사람들 연령대가 좀 높았는데
겜블 동료들은 대부분 내 또래였던지라 좀 대화가 신선했다
롤 얘기라던가 뉴진스 얘기라던가
그렇게 거나하게 4차까지 달리고 휘청휘청 숙소로 돌아왔다
그동안 욕망을 억눌러온 것을 빵 터뜨리니 아주 속이 시원했다
암 일본을 가면 술을 마셔야지
비록 폭풍음주로 노잣돈은 거의 떨어졌지만
마음만은 풍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