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막자”…너도나도 금리 인하 나서는데 ‘집값’에 발목잡힌 한국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를 낮추는 ‘글로벌 피봇’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 국가 중 올 들어 기준금리를 내린 국가는 총15개 국가다. 75%이상이 금리를 내렸다는 얘기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을 비롯해 공동 통화정책을 펴는 유로존 국가들이 모두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낮췄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신흥국들도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중국도 최근 기준금리를 낮추고 막대한 돈을 풀면서 경기를 띄우고 있다.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기준금리를 내렸다. OECD국가에 포함되지 않지만 칠레 필리핀 스위스 스웨덴 체코 헝가리 뉴질랜드등도 일제히 금리를 인하했다. 바야흐로 글로벌 피봇의 시대다. 이 같은 금리 인하의 흐름에 역행하는 국가도 있다. 일본과 터키는 금리를 올렸다. 일본은 오래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탈피하는 과정에서 금리를 올렸고 터키는 50%가 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 반면 한국과 호주 인도는 금리를 낮추지도 올리지도 않아 시대의 흐름에 뒷짐을 지고 구경만 하고 있다. 잘 하고 있는 일일까.
통화정책의 우선순위도 대외적 요인보다는 대내적 요인이 컸다.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낮추는 국가의 경제에 기대되는 효과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과의 금리차가 벌어져 국내 자본이 이탈해 신흥국의 환율이 오르고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통화가치의 급속한 하락은 시장 불안을 야기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다른 하나는 금리를 낮추면 국내 경기가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경제성장이 촉진되면 통화가치는 오히려 오른다. 경기활성화로 통화가치가 안정되는 것이 금리인하의 베스트 시나리오다.
이 같은 대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금리를 내려 내수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적절한 경제정책이다. 정부와 한국은행간의 효율적인 정책조합을 감안해도 금리인하가 적절해 보인다. 정부는 올 들어서도 사상 초유의 세수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정부가 재정을 통해 경기를 띄우고 서민생활을 지원하려고 해도 쓸 돈이 없다. 재정정책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는 통화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외 여러 가지 경제 상황은 금리 인하를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정작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에 미온적이다. 가계부채가 너무 많고 현재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로 지적된다.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값을 자극할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 부동산시장을 잡기위해 경제의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을 활용하는 것은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는 형국이다. ‘금리인하- >가계부채증가- >부동산값 상승’의 악순환 고리는 대출 규제와 부동산 수급 등의 미시적인 정책을 통해 잡아가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특히 현재 부동산 값은 상승은 2022년 이후 금리를 올리고 돈줄을 적극적으로 죄어야 할 국면에서 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못한 것의 부메랑으로 볼 수도 있다. 한번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또 한 번 정책의 실기를 한다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매일 10분씩 늦게 가는 시계는 한 번도 정확한 시간을 알려줄 수 없다. 반면 고장 나서 정지된 시계는 하루 두 번은 맞는다. 우리나라의 통화 정책이 매일 10분씩 늦게 가는 시계처럼 진행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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