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밸류체인 지도]⑤글로벌 벤더 된 올리브영, 커지는 공존 과제

K뷰티 산업이 제조·유통·브랜드를 한 몸에 갖춘 대기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용기·ODM부터 벤더·유통·브랜드·자본까지 층위별 전문 플레이어 중심의 밸류체인으로 재편되고 있다. 각 층위를 대표하는 기업들을 짚어가며 K뷰티 지형 변화의 승자와 과제를 진단한다.

올리브영 홍대타운을 찾은 고객이 매장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 제공=CJ올리브영

CJ올리브영이 단순 유통채널을 넘어 K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슈퍼 벤더'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 화장품 규제 강화와 글로벌 유통망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규제 대응부터 물류·마케팅까지 아우르는 플랫폼 역량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다. 올리브영 중심의 생태계가 확대될수록 브랜드들의 '탈올영'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플랫폼과 자체 브랜드(PB) 사업 간 균형 역시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의 별도 기준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1조7977억원, 상반기 누적 매출은 23.7% 늘어난 3조3349억원으로 집계됐다.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올해 매출 6조원 돌파에 이어 2026년 연간 매출이 7조원대 중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적 성장세를 이끈 핵심 동력은 방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인바운드 매출’ 확대다. 올해 오프라인 매장 외국인 누적 구매액은 8월 기준 1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단기간 기록을 경신했다. 전국 매장 영업시간 기준으로는 0.9초마다 외국인 결제가 한 건씩 이뤄진 셈이다.

북미 규제 파고 넘는 '슈퍼 벤더'

인바운드 수요는 단순한 실적 성장 요인을 넘어 회사 글로벌 전략의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매장에서 검증된 브랜드를 해외 유통망과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면서 올리브영의 역할도 판매 채널에서 글로벌 플랫폼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실제 최근 K뷰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북미 시장은 미국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 시행 이후 진입 문턱이 높아졌다. FDA 시설 등록과 성분 정보 공개, 현지 대리인 지정 등이 의무화되면서 중소 인디 브랜드의 부담도 커졌다. 업계에서는 K뷰티 수출 경쟁의 무게중심이 제품력에서 규제 대응력과 물류·유통 인프라 경쟁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리브영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규제 대응부터 물류, 유통, 마케팅까지 아우르는 통합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회사의 글로벌 전략은 국내 매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검증하는 '인바운드 쇼케이스', 역직구 플랫폼 '글로벌몰', 세포라 등 현지 유통망과 협력하는 'B2B 벤더', 미국 현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직진출' 등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확장 모델로 구성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블루밍턴에 위치한 올리브영 미국 서부센터 외부전경 /사진 제공=올리브영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 블루밍턴에 1100평 규모의 '미국 서부센터'를 운영 중이다. 통관부터 재고 보관, 현지 배송까지 아우르는 E2E(End to End) 물류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세포라 내 '올리브영 K뷰티에딧' 매대 입점을 주도하는 등 중소 브랜드의 해외 진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현지 맞춤형 마케팅과 '올리브영 페스타'를 통한 브랜딩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커지는 '탈올영' 시험대

다만 올리브영 중심의 생태계가 공고해질수록 뷰티 업계 일각에서는 '탈(脫)올영'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올리브영을 발판으로 성장한 일부 인디 브랜드들이 자체 유통망 구축과 해외 직진출에 나서며 독자 노선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실제 '조선미녀' '티르티르'를 운영하는 구다이글로벌은 미국 유통사 한성USA를 인수하며 현지 유통망 내재화에 나섰다. 에이피알(메디큐브), 스킨1004, 더파운더즈(아누아) 등도 자사몰과 아마존 등을 중심으로 해외 직접 판매를 확대하며 독립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코스알엑스나 마녀공장처럼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낸 뒤 대기업이나 사모펀드에 인수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올리브영은 개별 브랜드의 독자 행보를 경쟁 관계가 아닌 K뷰티 생태계 확장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이 K뷰티 시장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만큼 락인(Lock-in) 전략보다 글로벌 유통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인 상생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세포라와 협력해 '올리브영 K뷰티에딧'을 운영하며 인디 브랜드의 현지 시장 안착을 지원하고 있다.

플랫폼과 PB의 공존 전략

CJ올리브영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플랫폼과 브랜드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사업 모델에도 관심이 쏠린다. 수천개의 브랜드를 온·오프라인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이자 벤더인 동시에, 직접 브랜드와 상품을 기획·제조하는 브랜드 보유사 역할도 수행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올리브영은 입점 브랜드의 성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자체 브랜드(PB)의 경쟁력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와 브랜드 보유사라는 이중적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균형 있는 운영이 중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리브영의 대표 자체브랜드(PB). 왼쪽부터 루테카, 컬러그램, 브링그린, 바이오힐보, 웨이크메이크 /사진 제공=올리브영

회사 측은 이를 내부 경쟁이 아닌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분업 구조로 보고 있다. PB를 해외 시장 개척의 전면에 배치해 K뷰티 수요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생태계 전반의 성장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표 스킨케어 PB인 바이오힐보의 글로벌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약 70%에 달한다. 컬러그램과 브링그린 등도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1이 해외 소비자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PB를 통해 해외 시장 수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K뷰티 생태계 전반의 글로벌 확장으로 연결한다는 전략이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자체 브랜드는 10여 개 수준으로 3000개 이상인 전체 입점 브랜드와 비교하면 상품군 중복이 크지 않다"며 "국내에서 육성한 PB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먼저 진출해 K뷰티의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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