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의사 수는…" 답 내놓을 기구 법제화 시동에 의대정원 변수 주목

정심교 기자 2025. 2. 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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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법제화 공청회서 팽팽한 신경전

우리나라에 의사가 과연 몇 명 필요한지, 이를 위해 의대 정원을 몇 명 뽑아야 하는지를 과학적으로 따지는 법제화가 국회에서 시동을 걸었다. 이른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이하, 추계위)를 법에 따라 운영하려는 건데, 당장 26학년도 의대정원을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추계위 구성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위원회)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선 의사단체,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대학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선 추계위 설치 관련 발의된 법안(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 4건,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 2건) 6건을 토대로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이하, 추계위)의 권한을 어디까지 부여할지 △구성원은 어느 직역을 얼마큼의 비율로 참여해야 할지 △기구를 정부 산하로 둘지 △의사 수 추계는 어떻게 할지 등을 놓고 다양한 견해가 나왔다.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주요 쟁점 위주로 정리한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옥민수 울산의대병원 예방의학과 부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2025.02.14.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
쟁점 1. 권한 어디까지 부여해야 하나?
추계위의 권한을 추계 결과를 심의하는 자문기구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과 최종 의사 결정까지 부여해야 한다는 견해가 공존했다. 그간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추계위가 단순히 안건을 논하는 기구가 아닌 의결할 수 있는 기구로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술인 12명 중 6명은 '추계위에 의결권(의사결정권)까지 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복지부 장관은 위원회 수급 추계 결과를 준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추계위의 역할은 추계 결과를 심의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자문기구로, 최종 의사 결정은 '정부'가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주 대한병원협회 기획부위원장도 "'보건의료인력 양성 대학의 입학정원'이 교육의 질적 관리나 교육 환경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의 전반적인 교육정책의 방향성과 일관성을 가져야 함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행과 같이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교육부 장관이 정해야 하는 절차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장원모 보라매병원 공공의학과 교수는 "(추계위 설치 관련) 6개 개정법률안 중 3개 개정안에서 추계위의 심의·의결 권한을 명기했다"면서 "위원회의 안정적이고 지속적 운영을 위해 인력 수급 관리에 필요한 사항 등을 심의 및 의결하는 권한을 위원회가 가질 수 있도록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실적인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옥민수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부교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이 추계위 심의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거나, 의결권을 부여해야 한다면 보정심에서 추계 결과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는 규정을 포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위원회에서 도출한 권고사항이나 추계결과를 정부·국회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 사유를 분명히 설명하도록 하는 이견 설명 절차를 두는 방안이 고려될 만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옥민수 울산의대병원 예방의학과 부교수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 출석해 진술하고 있다. 2025.2.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쟁점 2. 추계위 위원 구성, 의사 비중 얼마나?
의료계는 정부가 지난해 2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발표한 의대 증원의 추계가 의사 등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으며, 비과학적이고 일방적이라고 지적해왔다. 이 때문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적정 의료 인력을 정하는 추계위 과반을 의사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진술인 12명 중 7명은 '추계위에 의사 인원이 과반 참여해야 한다'는 의협의 주장에 반대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와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 등은 의사가 과반인 추계위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형선 교수는 "추계위가 '직종 전문가', '이해당사자'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건 곤란하다"고 못 박았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는 추계위를 보건의료인력 직능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와 보건의료 수요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로 구성하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반드시 비율을 동수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도 "보건의료 공급자(의사) 측에서 추천하는 위원이 추계위 또는 직종별 분과 위원회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일부 법안들에 대해서는 우려한다"고 말했다.

반면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과 김민수 의협 정책이사 등은 직역 전문가가 추계위 과반을 구성해야 전문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안덕선 원장은 "위원은 의사 등 해당 직역 전문직을 3분의 2 이상으로 하되, 위원장을 정부 측 위원이 해선 안 된다. 전문가 중에서 위원장을 위촉해야 한다"며 "위원엔 의대생·전공의·학회·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협·대한병원협회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직 전공의인 김민수 의협 정책이사는 "추계위의 인적 구성은 각 직종의 현장 전문가가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면서 "의료인력 추계는 단순한 전체 추계뿐 아니라 지역별 추계, 진료 과목별 추계가 함께 이뤄져야 하므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사회정책 비교 전문가인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도 "일본의 사례처럼 우리나라의 추계위도 최소한 4분의 3 정도를 개원의, 의대교수, 병원 행정 유경험자 등 의사 면허 소지자로 구성하고, 의사 면허 소지자에 대한 추천권을 의사단체 측에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 참석해 방청하고 있다. 2025.2.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쟁점 3. 추계위 운영 주체, 누가?
추계위를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나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보인정심) 산하에 둘지, 독립적인 민간기구로 운영할지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렸다.

의협 측 참석자들은 추계위가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지닌 독립적인 의결기구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추계위를 보정심 산하에 두는 것은 절대 반대"라고 강조했다. 안덕선 원장은 "추계위는 정부 산하 기관이 아닌, 독립성·중립성·투명성·전문성 확보를 한 비정부 법정단체나 법인 형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수 의협 정책이사도 "의료정책 심의는 독립된 중개기구에서 전문가 위주로 과학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도 "일본의 경우 의대 정원은 원칙적으로 내각의 결정이여서 후생노동성 혹은 문부과학성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이런 구조를 도입해 복지부와 교육부가 협의토록 해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복지부는 추계위의 건의 없이 교육부와 협의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계위 논의 결과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면 된다는 반론도 있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역할과 권한은 의결이 아닌 심의로 한정하고, 사회적 합의기구인 보정심·보인정심에서 추계위 결과를 반영·심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휴학 중인 의대생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 휴학하는 방식으로 의대 증원 저지 투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7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학 서적만 놓여있다. 2025.01.07. lmy@newsis.com /사진=이무열
쟁점 4. 의사 수 추계, 어떤 단계로?
의사 수 추계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방향을 설정하고 의료 이용 형태 변화, 의료전달체계(환자의뢰체계), 의학교육, 필수의료 소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윤정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교수는 의학교육 여건을 고려해 추계위 설치 법안에 2026학년도 의대 정원과 관련된 특례 조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지난해부터 유급된 학생과 증원된 신입생을 합산하면 2025년도 1학년 학생은 7500명에 이른다"면서 "150여 명의 임상 교수가 근무하는 단국대병원의 지난해 퇴사자는 24명으로 전년도 동일 기간보다 3배 늘어나 2~3배의 학생을 받아 교육하는 것은 물리적·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재훈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의사 인력 수급은 국가 전체의 인적자원 전략과 맞물려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추계는 어떤 의료체계를 지향하는지에 따라 결괏값이 크게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면서 "사회적으로 합의된 목표와 가치를 명확히 설치하고 실현하기 위해 서로 얼마나 솔직하게 논의하고 협력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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