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등판, 선발이지만 익숙했던 불펜에서 걸어 나온 한화 정우람··· 누구보다 꾸준했던 18년 현역 마무리[스경x현장]

현역에서 은퇴하는 한화 정우람이 29일 대전 NC전 1회초 마지막 투구를 마치고 모자를 벗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역에서 은퇴하는 한화 정우람이 29일 대전 NC전 1회초 마지막 투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 데뷔 18년 만의 첫 선발 경기였고, 현역 마지막 경기였다. 한화 정우람(39)이 29일 대전에서 한화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대전 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그를 보냈다.

정우람이 현역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지난 15일 은퇴 선언을 했고, 이날로 은퇴식을 잡았다. 플레잉코치로 이번 시즌 1군 등판 없이 2군에서 선수 지도에만 열중했던 그가 마지막 등판을 위해 특별엔트리로 이름을 올렸고, 프로 1005경기 만에 처음으로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멋지게 작별 인사하라는 구단의 배려이자 예우였다.

정우람은 더그아웃이 아닌 불펜에서 천천히 마운드로 걸어 나왔다. 선수 생활 가장 익숙했던 곳이 불펜이었고, 선수 정우람을 상징하는 장소 또한 불펜이었다. 정우람이 마운드에 서서 공 던질 준비를 하는 동안 팬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정우람은 NC 1번 타자 최정원을 상대로 4구째 우전 안타를 맞았다. 정우람은 슬쩍 미소를 짓더니 마운드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경기 전부터 한 타자만 상대하기로 정해뒀다. 한화 내야 모두가 마운드에 모여 떠나는 선배를 끌어안았다. 실질적 선발인 외국인 투수 하이메 바리아도 고개 숙여 베테랑을 예우했다.

정우람이 모자를 벗어 대전 팬들에게 인사했다.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졌다. 끝까지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그는 “대전에서 9년 동안 팬분들을 많이 웃게 해드리지 못했다. 사랑만 받고 가는 것 같다. 그게 제일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아침 은퇴사를 준비하면서도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하지만 정우람은 “경기 때는 울지 않겠다. 다 끝나고 나면 울겠다”고 다짐했다.

한화 정우람이 29일 대전 NC전 1회초 현역 마지막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에서 류현진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 정우람이 29일 대전 NC전 1회초 현역 마지막 투구를 하고 더그아웃에서 장민재 등 동료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그아웃의 선수들도 줄지어 서서 정우람을 맞이했다. 류현진이 맨 앞줄에 서서 선배의 등을 두드렸다. 정우람은 김경문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한 명, 한 명과 가볍게 포옹한 후 더그아웃 뒤편으로 빠져나갔다.

정우람은 2004년 SK(현 SSG)에서 데뷔했다. ‘SK 왕조’의 불펜 중추로 활약하며 2015시즌까지 12년 동안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2016년 한화 이적 이후로도 꾸준히 활약했다. 롱런하기 가장 힘들다는 불펜 투수로 내내 뛰었지만, 그는 누구보다 꾸준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없다면 불가능했다. 지난해 10월2일 마침내 그는 투수 1000경기 출장 금자탑을 쌓았다. 1982년 KBO 원년 이래 투수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영역이다. 이날 마지막 등판까지 정우람은 프로 18년 동안 통산 1005경기 977.1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3.18에 64승 47패 145홀드 197세이브를 기록했다.

한화 팬들에게 이날은 작별의 날이었다.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2024시즌 마지막 경기가 있는 날이었고, 39년 추억이 깃든 대전구장에서 마지막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한화는 1986년 전신인 빙그레 창단 이후 쭉 대전구장을 홈으로 썼다. 내년에는 새 구장이 문을 연다.

무엇보다 정우람의 현역 마지막 등판일이었다. 대전구장 정문 벽면을 비롯해 경기장 안팎 곳곳에 그와의 작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다. 2024시즌과 대전구장, 그리고 정우람의 마지막을 함께 하려는 팬들이 1만2000 전 좌석을 가득 메웠다. 이번 시즌 한화의 47번째 매진이었다.

정우람의 현역 마지막 등판일인 29일 대전 구장 정문 벽면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대전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