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AI 수혜 입은 에어컨주의 눈에 띄는 변화들 [넘버스 투자생각]
🌬 당신에게 들려줄 이야기
· 역대급 무더위에 주목받는 에어컨주
· 캐리어의 사업 개편
· 겹악재에 고전하는 존슨컨트롤즈
· 레녹스와 트레인의 성장 스토리
01.
폭염과 AI에 호조 누리는
에어컨 관련주
올 여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폭염으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올 7월 지구 표면 평균 온도는 섭씨 17.01도로 175년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이미 작년은 세계기상기구(WMO) 관측 역사상 전 세계적으로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습니다.
이와 같은 고온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캐리어글로벌, 레녹스인터내셔널, 존슨콘트롤즈인터내셔널, 트레인테크놀리지과 같은 HVAC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HVAC는 LG전자,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입니다.
특히 미국 북부와 유럽과 같이 지금까지 에어컨 사용도가 높지 않았던 지역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캐리어의 데이비드 기틀린 최고경영자(CEO)는 7월 말 실적 발표에서 “유럽 가정의 20%, 독일의 경우 약 12%만이 에어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는 냉방 전용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캐리어는 2023년에 유럽, 중동, 아프리카가 전체 매출의 22%를 차지했고 이 지역에서 계속해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에어컨의 수리가 더 잦아지는 점과 교체 주기가 짧아지는 점도 HVAC 업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에어컨을 수리하는데 상대적으로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과거에 비해 높은 기온이 오랜 기간 유지되자 제품을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수명이 단축될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레녹스의 마이클 퀜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극심한 더위가 며칠 동안 지속되면 장치의 수명이 크게 단축될 수 있는데 이로 인한 영향은 일관적이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새로운 규제로 인한 호재도 기대됩니다. 지금까지는 많은 기업들이 에어컨에 ‘R410-A’라는 냉매제를 사용했는데요. 내년 1월부터 미국에서 시행되는 규제에 따라 새로 생산하는 에어컨에는 열을 흡수해 차가운 공기를 생성하는 새로운 종류의 냉매 사용이 의무화됩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기존의 R410-A 냉매제가 “지구온난화지수(Global Warming Potential·GWP)가 너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GWP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1로 보고 다른 온실가스가 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를 보여주는 지수입니다.
이 규제는 HVAC 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트레인의 도니 시몬스 미국 사업부 사장은 “새로운 냉매를 처리할 수 있도록 모든 장비를 재설계하고 이전과 동일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제프리스의 스티븐 볼크만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냉매 가격이 더 높지만 에어컨 업체 수익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는 “제품에 비용이 추가되면 회사에 매출이 추가되는 것”이라며 “그리고 매출이 추가되면 일반적으로 약간의 마진도 추가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설명했습니다.
레녹스의 퀜저도 냉매 교체에 따라 제품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러한 신제품 가격은 총 마진을 보호하고 우리가 투자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기존 제품보다 10% 가까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는 기존 에어컨이 레녹스 매출의 30~40%를, 나머지는 신규 제품이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에는 레거시 제품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데이터센터 시장을 겨냥한 냉각 사업도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천문학적인 분량의 AI 데이터를 연산할 때 엄청난 양의 열이 발생하는데요. 데이터센터의 방대한 전력 소비량과 서버 효율 유지를 위한 열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냉각시스템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HVAC 업체들도 초대형 냉방기인 ‘칠러’와 같은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외에도 반도체와 전기자동차 제조 시설 냉각에도 공조 장비가 사용됩니다.
투자전문 매체 배런스는 에어컨 수요가 확실히 증가하고 있지만 “한 가지 장애물이 있다면 주가가 비싸졌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앞에서 언급한 4개 기업 주가는 올해 들어 평균 약 28% 올랐는데 이는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의 상승률인 17.3%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특히 트레인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9배로 가장 높고 그다음으로 레녹스가 26배, 캐리어가 약 23배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 중 가장 낮은 기업은 최근 고전하고 있는 존슨콘트롤스로 약 18배입니다. 배런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온 상승으로 이 업계가 계속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주가가 적절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1. 2020년 미국 대기업 유나이티드 테크놀리지에서 분사한 캐리어는 최근 냉난방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독일 난방 시스템 제조업체 비스만을 120억유로(약 17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고, 같은 해 12월 방산기업 허니웰인터내셔널에 보안 사업을 매각한다고 밝혔습니다.
2. 베어드의 티모시 워즈 애널리스트는 냉난방 및 환기 장비 분야의 수요, 가격이 탄탄하다며 캐리어 목표주가를 64달러에서 75달러로 상향조정했습니다. 특히 향후 1년간 자산 매각, 보다 공격적인 자본 배치, 미국 주거 트렌드 변화 가속화 등의 긍정적인 요인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3. 반면 존슨콘트롤즈 주가는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주거용 HVAC 시장 약세와 중국 매출 감소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지금의 상황은 존슨콘트롤즈의 전환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최근 RBC는 존슨콘트롤즈 목표주가를 61달러에서 69달러로 올려잡았습니다. 최근 엘리엇매니지먼트, 소로반캐피털파트너스 등이 존슨콘트롤즈 지분을 확보한 점이 회사의 위험을 완화해 준다는 판단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