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액, 채무조정 대상 결정 기준에서 제외한다

“보이스피싱을 당해 3600만원의 빚이 억울하게 생긴 분이 오셨어요. 그런데 최근 6개월 내 발생한 채무가 전체 채무액의 30%를 넘을 땐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없다는 규정에 막혀 피해자를 돌려보내야 했어요. 안타까움과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채무조정 현장 상담원 ㄱ씨)
이처럼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채무조정 상담 창구를 찾았다가 제도적 한계에 가로막혀 발길을 돌려야 했던 현실이 개선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중앙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서민금융·채무조정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은 채무조정 신청 대상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은 최근 6개월 이내에 생긴 채무가 전체 채무의 30%를 넘으면 신청할 수 없도록 한다. 대출을 일부러 늘려 상환을 회피하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장치다.
보이스피싱을 당해 대출을 받은 경우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이 신용회복위원회로 연결해주는데,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채무 비중이 큰 경우 곧바로 채무조정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해왔다. 범죄 피해를 당한 탓에 금융지원이 가로막히는 역설이 있었던 셈이다.
이런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위는 올해 말까지 신용회복지원 협약을 개정하고, 은행이 발급한 피해확인서나 경찰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신고서로 피해가 확인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은 선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대신 조정 기간인 6주 동안 원금 및 이자 납부와 추심이 중단되는 혜택은 보이스피싱 피해 대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울러 금융위는 이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청산형 채무조정’ 기준도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청산형 채무조정은 채무 원금이 1500만원 이하인 기초수급자, 중증장애인, 70살 이상 고령자가 원금을 최대 90% 감면받은 뒤 3년 이상에 걸쳐 조정된 채무를 절반 이상 갚으면 남은 채무를 면책해주는 제도다. 최대 8년간 분할해 상환하도록 하는 일반 채무조정이 사실상 어려운 이들을 위한 장치다. 금융위는 채무 원금 기준을 현행 1500만원보다 높여 청산형 채무조정 대상을 확대하고, 부모의 빚을 물려받은 미성년 상속자도 청산형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 신용회복 협약 개정 후 시행할 방침이다.
불법사금융 피해자 보호를 위한 홍보 강화에도 나선다. 대부업법 개정으로 지난 7월22일부터 연이자 60%를 넘는 반사회적 초고금리 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 모두 무효로 간주하고, 이미 낸 원금·이자도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해 아직도 빚 독촉에 시달리며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오는 사례가 많다는 현장 의견에 따라, 금융당국은 상담창구 안내와 대국민 홍보를 확대할 방침이다. 금감원(1332)이나 법률구조공단(132)으로 전화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쿠팡 수사외압’ 폭로 검사 또 울먹…“엄희준 지청장, 거짓말”
- 김건희 ‘어좌’ 앉은 날, 380만원 디올 재킷에 혼자 선글라스…경복궁 ‘그날’ 사진
- “박성재, 검찰국장에 쌍욕…홍철호 선거법 수사에 난리 쳐”
- 최민희, 커지는 보도개입 논란…민주서도 “당도 심각하게 봐”
- 통신3사 다 털렸나…LG유플러스, 해킹 의혹 석 달 만에 신고
- 이 대통령 “관세협상 타결 시점, 아펙 정상회의보다 시간 좀 걸릴 것”
- “교통이 꼭 빨라야 하나”…‘마곡~잠실 127분’ 한강버스에 오세훈이 한 말
- 내란 특검, ‘대통령 집무실 42분’ 규명에 박성재 영장 재청구 사활
- 다리 골절이었는데…100분 넘게 응급실 못 찾아 결국 사망
- 문형배 “윤석열 구속 취소, 어떻게 그런 결정이”…법원에 ‘쓴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