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활짝, 우리는 텅텅… 국내 관광지의 처절한 현실
‘제주도 갈 바에 일본 간다’더니…
일본 여행 역대급 호황일 때
제주도 여행은 400곳 폐업
올해 제주도는 관광업계의 어려움이 더욱 두드러진 한 해였다. 제주도 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0월 기준으로 제주에서 경영난으로 폐업한 숙박시설이 437곳에 달했으며, 이 중 91.3%에 해당하는 399곳이 농어촌민박이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계속된 경영난 속에서 내국인 관광객 감소와 일반 숙박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결과로 분석된다.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농어촌민박업의 위기는 단순한 경영난을 넘어 제주 관광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단순히 폐업으로 그치지 않았다. 올여름 제주도는 관광객들로부터 바가지 요금 논란에 휩싸이며 또 한 번 신뢰를 잃었다. 특히 함덕, 협재, 금능 등 주요 해수욕장에서 평상 대여료가 최고 6만 원까지 책정되어 여행객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이후 제주도는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이미 악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더해 파라솔 대여료도 일부 해수욕장에서 3만 원에 달하며 ‘비싼 제주’라는 인식이 더욱 굳어졌다.
제주도 당국은 해수욕장 편의용품 대여료를 내년부터 통합 관리해 바가지 요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러한 노력은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본은 올해 한국 관광객들로 인해 역대급 호황을 누렸다. 2024년 1월부터 10월까지 한국과 일본을 오간 항공 승객 수는 2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같은 기간 역대 최다 기록이다.
특히 일본 엔화의 약세로 인해 저렴한 여행 비용이 가능해지면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을 선택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일본과의 항공 노선 수는 지난해보다 29% 증가했으며, 오카야마, 구마모토, 도쿠시마 등 소도시까지 신규 노선이 열리며 관광 수요를 흡수했다.
엔저로 인한 경제적 매력과 함께 일본 관광청이 소도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전략이 맞물리며, 일본은 올해 한국인 방문객의 선호 여행지로서 자리매김했다.
제주도와 일본의 이러한 차이는 여행객들의 경험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속설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특히 실제 여행비를 비교한 결과, 제주도의 평균 여행비가 52만 8천 원, 일본이 113만 6천 원으로 나타나 일본 여행비가 약 2배 가까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일본 선호는 비용을 넘어선 서비스와 전반적인 만족도의 차이에 기인했다.
제주도 여행에 대한 오래된 부정적 인식과 더불어 바가지 요금 논란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시켰다.
제주도는 일본처럼 단기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제주 관광업계가 내국인 관광객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가격 합리화뿐 아니라 숙박, 교통, 먹거리 등 전반적인 서비스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일본이 소도시까지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성공적인 모델을 구축한 것처럼, 제주도도 지역별 차별화된 전략과 높은 서비스 기준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지 않다면, 제주도는 한국 관광객들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여행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