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총격, 간발의 차로 피했다” 모랄레스 동영상 공개…현·구 정권 내분 격화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자신을 표적으로 한 암살 시도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번 암살 시도는 볼리비아 집권당 사회주의운동(MAS) 내에서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루이스 아르세 현 대통령 간 권력 다툼으로 내분이 심화한 상황에서 벌어졌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날 오전 6시20분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차파레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검은 두건을 쓴 4명의 남성이 그가 탄 차량을 향해 총을 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암살 시도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도 함께 올렸다. 동영상에는 조수석에 앉은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피를 흘린 채 운전하는 사람이 보인다. 총탄이 앞 좌석 유리창을 뚫으며 생긴 구멍 2개도 보인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같은 당내 경쟁자인 아르세 현 대통령이 이번 일을 꾸몄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탄 차에 14개의 총알구멍이 생겼고, 불과 몇 ㎝ 차이로 총알을 피했다”며 “이는 나를 암살하려 한 계획적인 공격으로, (총격범이) 군인인지 경찰관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루초(아르세 대통령 별명)가 볼리비아를 파괴했고, 이젠 나를 제거하려 한다”고 했다.
이에 아르세 대통령은 “당파적 추측”에 불과하다며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암살 시도 주장을 일축했다.
이번 사건은 같은 당인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아르세 대통령이 내년 대선 출마권을 경쟁하며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볼리비아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으로, 2005년 취임해 4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9년 부정선거 의혹이 불었고, 시민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으면서 사임, 망명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한때 아르세를 경제장관으로 기용할 정도로 그를 ‘정치적 우군’으로 여겼다. 하지만 지난해 아르세 대통령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재출마에 반대하면서 이들의 사이가 벌어졌다.
지난 6월26일 볼리비아 라파스 대통령궁에서는 아르세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한 쿠데타 시도가 일어나기도 했다. 아르세 대통령이 군 지휘부 세 명을 긴급히 교체하고, 볼리비아 시민과 국제사회가 군을 규탄하면서 쿠데타는 3시간 만에 일단락됐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쿠데타 시도가 아르세 대통령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지만, 아르세 대통령은 이를 부인했다.
내년 8월17일 치러지는 대선과 총선 전까지 볼리비아의 정치적 불안정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재출마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뒤 볼리비아 거리에선 그와 아르세 지지자들이 각각 시위를 벌였고,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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