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로 날아오른 소년… 다시 돌아온 기적의 몸짓

이태훈 기자 2026. 5. 1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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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누적 관객 1200만명…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시즌4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중 '솔리대러티(Solidarity·연대)' 장면. 파업 중인 광부들과 경찰들의 대치 상황, 그 사이에서 발레 수업을 받는 아이들이 교차하는 경이로운 12분의 논스톱 시퀀스다. /신시컴퍼니

어떤 감동은 세월이 지나도 빛 바랠 줄 모른다.

5대륙에서 세계 1200만 관객을 울리며 날아올랐던 탄광 마을 소년의 꿈이 서울에서 다시 한번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 2005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초연 뒤 벌써 21년이 흘렀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초연 뒤 2021년에 이어 5년 만의 네 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이야기다.

‘빌리’(조윤우)와 단짝 ‘마이클’(이루리)이 여자 옷을 입어보며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이 뮤지컬에서 가장 화려하고 경쾌하다. /신시컴퍼니

지난 세 시즌 동안 우리 관객 약 60만명이 빌리와 탄광 마을 사람들의 꿈과 눈물을 만났다. 영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로런스 올리비에상 5개, 미국 토니상 10개 등 이 작품에 주어진 각종 트로피만 85개. 이번 시즌은 특히 첫 시즌에서 어린 빌리 역의 열한 살 소년이었던 유니버설발레단 임선우(27) 수석무용수가 ‘성인 빌리’로 참여한다. 제작사 신시컴퍼니 박명성 예술감독은 “무대 위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가장 정직하고 감동적인 증거, 한국 뮤지컬의 기적”이라고 했다. 동명 영화(2000)를 감독한 스티븐 달드리 연출은 엘튼 존의 음악을 무대 위 땀과 눈물에 버무려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불꽃 튀듯이 전기가 흘러, 자유!”

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 탄광 마을 이웃들이 한 푼 두 푼 모아준 돈으로 런던 로열발레학교 오디션에 간 빌리에게 한 심사위원이 “춤출 때 어떤 기분이냐” 묻는다. 빌리는 노래와 춤으로 대답한다. “어떻게 설명해요. 잘 모르겠어요. 설명할 수 없는 이 느낌. 불꽃 튀듯이, 전기가 흘러, 자유를 얻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중 로열 발레 학교 입학 오디션에 간 빌리의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 장면. /신시컴퍼니
그래픽=김현국

파업 중인 광부들과 경찰들의 대치 상황, 그 사이에서 발레 수업을 받는 아이들의 모습이 교차하는 ‘솔리대러티(Solidarity·연대)’ 군무는 경이로운 12분의 논스톱 시퀀스다. 거친 성인 남성들의 움직임과 아이들의 우아한 발레 동작이 절묘하게 섞인다. 빌리 역 어린 배우들의 재능이 폭발하는 ‘앵그리 댄스(Angry Dance)’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족은 발레를 향한 빌리의 열망을 이해하지 못하고, 분노한 빌리는 강렬한 드럼 비트에 맞춰 광란의 탭댄스로 울분을 토해낸다.

◇소년의 꿈, 무대 위 춤과 노래로

어린 ‘빌리’(박지후)는 발레리노가 된 자신 ‘성인 빌리’(임선우)를 만나 함께 춤추다 하늘로 날아오른다. 소년의 꿈을 무대 위에 시각화한 ‘드림 발레’ 장면. /신시컴퍼니

‘드림 발레(Dream Ballet)’는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의 메인 테마 선율에 맞춰 발레리노가 되고 싶은 소년의 꿈을 무대 위에 완벽한 비주얼로 구현한다. 미래의 자신인 ‘성인 빌리’와 어린 빌리가 함께 춤추는 환상적인 2인무. 와이어를 이용해 빌리가 실제 공중으로 날아오르면 객석은 탄성과 환호로 가득 찬다. 여자 옷을 꺼내입어 보는 단짝 친구 마이클과 빌리의 장난처럼 시작된 ‘너 자신을 표현해(Expressing Yourself)’ 장면은 커다란 드레스들이 등장하며 이 뮤지컬의 가장 유쾌하고 화려한 춤판으로 변한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피날레 '한때 우리는 왕이었네(Once We Were Kings) 장면. /신시컴퍼니

관객이 훌쩍이는 소리가 가장 많이 들려오는 건 돌아가신 엄마가 빌리에게 남긴 편지를 발레 교사 윌킨슨 선생님과 함께 읽는 ‘편지(The Letter)’ 장면. 하지만 끝까지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뮤지컬의 마지막, 파업이 실패로 끝난 뒤 다시 갱도로 내려가는 광부들의 헬멧 램프가 발레 학교로 떠나는 빌리의 앞길을 비출 때, 모두 함께 ‘한때 우리는 왕이었네(Once We Were Kings)’를 부른다. 웅장한 노래만큼이나 감동적인 피날레다.

공연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7월 26일까지, 8만~1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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