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찌면 가장 먼저 지방이 쌓이는 곳은 '혀 뒤쪽'

살이 찌기 시작하면 대부분 뱃살이나 허벅지부터 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위에서 먼저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혀의 뒤쪽은 지방이 가장 먼저 쌓이는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부위가 두꺼워지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수면 중 코골이나 무호흡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21일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수면센터와 미국수면의학회는 “비만 환자의 혀 지방 축적이 수면무호흡증의 주요 요인”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내 약 3000만 명이 이 질환을 겪고 있으며, 장기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심장질환·뇌졸중·당뇨·우울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이지 않는 혀 지방이 수면 방해
미국 식품 의학자 윌리엄 리 박사도 최근 팟캐스트 ‘멜 로빈스 쇼’에 출연해 “칼로리가 과잉 상태가 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체내 지방이 먼저 늘어난다”며 “특히 초기 축적 부위는 혀의 뒤쪽”이라고 말했다.

혀 앞부분은 유연하고 중간은 근육이 강하지만, 혀 뒤쪽은 베개처럼 두툼한 구조다. 이 부위가 지방으로 채워지면 숨길이 좁아질 수 있다. 리 박사는 “잠을 자다 코를 심하게 골거나 숨이 막혀 깨어나는 것이 대표적인 신호”라며 “함께 자는 사람이 먼저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리 박사는 “잠자는 동안 새롭게 시작된 코골이나 숨 막힘은 혀 지방 축적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며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겉모습에 체중 변화가 드러나지 않아도 혀 뒤쪽 지방은 먼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은 비만 환자와 정상 체중 환자의 기도를 MRI로 비교했다. 당시 연구에서도 수면무호흡증을 겪는 비만 환자가 혀 뒤쪽에 지방이 집중적으로 쌓여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결과는 ‘Sleep’ 학술지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비만 자체보다 혀 지방이 수면무호흡증의 직접적 원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체중 10% 감량만으로 혀 지방 줄어
2020년 펜실베이니아대학 수면센터 연구진은 다시 한번 67명의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추적했다. 식이요법이나 수술로 체중을 10% 줄인 결과, 수면무호흡 지수가 평균 31% 개선됐다. MRI 영상에서는 혀 지방이 줄어든 것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당시 연구를 이끈 리처드 슈왑 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감량한 혀 지방이 많을수록 증상이 더 크게 개선됐다”며 “혀 지방은 수면무호흡증 치료의 새로운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계에서도 혀 지방에 주목한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이번 연구는 치료 방향을 새롭게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 성인의 40% 이상, 아동·청소년의 20%가 비만 상태라고 밝혔다. CDC는 보고서를 통해 “비만을 예방하는 것이 사후 치료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며 생활습관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혀 지방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방치할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수면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관리가 중요하다.

Copyright © 헬스코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