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 나이에 상관 없이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하는 이유

- “다이어트 식단, 오히려 노화를 촉진할 수도”
- “60~70대부터는 흰쌀밥 비중을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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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는 올해 들어 빼놓을 수 없는 건강 키워드일 것이다. 포털에 ‘저속노화’를 검색해 보면 너도나도 한 마디씩 거드는 콘텐츠가 부지기수다. 처음에는 “저속노화가 뭐지?”라고 의문을 가졌던 사람들도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정도랄까.

저속노화가 이토록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2023년 기준 남녀평균 기대수명은 83.6세. 이 수치에는 사고, 질병 등으로 인한 변수들이 포함되므로, 실질적으로 100세 시대라는 말이 어느 정도 현실화됐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내가 100세까지 살게 된다면 어떨까? 솔직히 상상하기 어렵다. 겪어본 적도 없고, 확신할 수도 없는 미지의 영역. 그나마 주위에서 100세에 가깝게 사셨거나 간혹 그를 넘긴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간접적으로 상상해보는 게 최선일 것이다.

수명이야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 그럼에도 한 가지, “만약 100세가 현실이 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가?”라고 묻는다면 그에 대한 대답은 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가능한 한 건강하게, 활력 있게 사는 것. 저속노화가 뭇 사람들로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건 바로 이 대목이 아닐까 싶다.

저속노화, 명쾌하게 정리해보자

14일(금) 방송된 tvN <은퇴설계자들>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가 모습을 비췄다. 저속노화라는 키워드를 쏘아올린 장본인인 만큼, 최근 저속노화를 두고 오가는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속노화란, ‘몸에 고장이 쌓이는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것’. 정 교수가 직접 내린 정의다. 복잡하고 어려운 말을 모두 걷어낸 담백한 표현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설명하는 노화(Senility)는 나이가 들어가며 신체 구조 및 기능이 점진적으로 퇴화하는 것. 신체 구조와 기능의 퇴화라는 대목을 정 교수가 말한 ‘고장이 쌓이다’라는 표현으로 대체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기계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몸 역시 오랜 시간 사용함에 따라 고장이 쌓일 수밖에 없다. 정 교수는 노화의 결정적 요인에 대해 “30% 정도는 유전자, 70% 정도는 생활습관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생활습관을 잘 만들고 실천하면 노쇠가 오는 시기를 최대한 뒤로 미룰 수 있다는 접근이다.

노년내과에는 이미 노쇠가 진행되고 있는 분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정 교수는 “내원하는 환자 분들의 증상을 보고 이를 역추적해보면, 젊었을 적부터 생활습관이 누적된 결과”라고 이야기했다. 그가 젊은 세대의 ‘가속노화’를 경고하고, 3040 때부터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형성할 것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출처 : tvN '은퇴설계자들' 캡처

저속노화,
식단을 ‘자세히’ 들여다볼 것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느냐’일 것이다. 노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실천방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식단. 정 교수는 식단으로 “10년 이상의 수명 차이를 만들 수 있고, 젊을 때부터의 식습관이 치매 발병에도 영향을 준다.”라고 말한다. 치매 발병에는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생활습관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함께 출연한 이들의 하루 식단을 토대로 실질적인 식습관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했다. 먼저 김종민이 아침으로 먹었다는 햄버거 세트에 대한 진단은 익히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감자튀김은 정제된 곡물을 튀긴 것이므로 굉장히 해롭고, 햄버거 단품은 ‘탄단지’ 구성이 비교적 잘 돼 있지만 염분이 높기 때문에 아침식사로 권장되는 메뉴는 아니다.

저녁 식사로는 현미밥을 곁들인 포케(Poke)를 먹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라면을 곁들이는 바람에 ‘가속노화 식단’으로 판정 받았다. 건강한 음식을 일부 섭취했지만, 전체적으로 부적절한 메뉴 선정이 많다는 점에서 식단 변화가 절실하다는 결론이다.

출처 : tvN '은퇴설계자들' 캡처
출처 : tvN '은퇴설계자들' 캡처

다이어트 식단,
노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

한편, 정 교수는 ‘다이어트 식단’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원희가 제출한 식단을 보며 그는 “마른 편이지만 체지방률이 좀 있으시죠?”라고 대번에 짚어냈다. 특히 “치아바타 빵이 혈당을 빠르게 높인다”라며 “지중해 식단이라고 착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이건 유사 지중해 식단”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정 교수는 건강에 좋은 음료라며 사람들이 흔히 마시는 착즙 과일 주스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채소나 과일은 즙이 아닌 상태로 섭취해야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것.

과일을 착즙하더라도 어차피 액상 과당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는 혈당을 급격하게 올려 인슐린 과다 분비를 유발하고, 오래지 않아 혈당이 정상화되면 다시 허기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악순환을 만든다. 정 교수는 치아바타 빵 대신에 렌틸 콩, 과일 착즙 주스 대신에 100% 두유를 식단에 포함시킬 것을 권했다.

또한, 칼로리에만 초점을 맞춘 다이어트 식단이 가속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몸의 대사 효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는 것. 무조건 칼로리를 낮추는 데에만 집중하지 말고, “충분히 먹으면서도 혈당 변동성을 줄이는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의견이다.

마찬가지로 ‘간헐적 단식’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가 바탕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먹는 것을 중단한 채 운동을 안 하면 지방보다 근육이 먼저 소실되기 때문. 흡수가 빠른 정제 탄수화물을 위주로 섭취하면서 단식 중에는 운동을 하지 않는 패턴이 반복되면 기초 대사량이 저하된다. 소위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이어트 식단을 구성하고자 할 때는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며, 단편적인 면만 볼 게 아니라 포괄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출처 : tvN '은퇴설계자들' 캡처
출처 : tvN '은퇴설계자들' 캡처

나이 들수록 중요한 단백질 섭취

마지막으로 한식 스타일로 구성된 김광규의 식단은 시작부터 정 교수의 호평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80점은 된다”고 높게 평가한 정 교수는, “100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백미밥 대신 잡곡과 콩을 첨가하면 좋다는 솔루션도 제시했다.

이 대목에서 ‘흰쌀밥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 등장한다. 흔히 흰쌀밥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다. 하지만 정 교수는 “60~70대로 갈수록 흰쌀밥 비중을 늘려라”라고 이야기했다. 젊은 세대는 흰쌀밥을 줄이는 게 맞고, 70대 이상일 경우 흰쌀밥과 육류 중심의 고단백질 식사와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고령으로 갈수록 근육량의 소실은 빨라진다. 이를 늦추기 위해서는 꾸준한 근력운동이 필요하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근력운동을 수행하기 위해, 에너지를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흰쌀밥이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보인다.

흰쌀밥을 먹은 직후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되지만, 그냥 앉아있거나 누워있게 되면 혈당이 빠르게 오른다. 자연스레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며 졸음이 찾아오게 되고,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며 섭취한 음식을 지방으로 축적한다. 혈당이 떨어지면 잠이 깨며 다시 허기를 느낀다. 전형적인 가속노화 생활패턴이다. 만약 자신이 위와 같은 패턴을 따르고 있다면, 하나씩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감으로써 악순환을 멈추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출처 : tvN '은퇴설계자들' 캡처
출처 : tvN '은퇴설계자들' 캡처

저속노화,
‘생활습관 전환’이라는
총체적 관점으로 봐야

정 교수가 소속된 노년내과는 어쩌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름이다. 하지만 ‘소아과’ 또는 ‘소아청소년과’가 따로 있듯, 노년층을 주 진료대상으로 한다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납득할 수 있다.

평균 기대수명의 증가와 65세 이상 고령인구 증가로, 2022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약 17.5%다. 국제연합(UN)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고령화 사회 다음 단계인 ‘고령 사회’에 해당한다. 이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기에, 앞으로 한동안은 노년내과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 교수가 제시하는 저속노화는 개인의 관점에서도 유용한 키워드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사회적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고령 사회를 헤쳐나갈 수 있는 열쇠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노화라는 자연스러운 현상은 막을 수 없지만, 노화가 진행되는 중에도 활력 있게 사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고령으로 분류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활기차게, 의미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미디어에서 자주 조명되지 않던가.

습관으로 만들어진 결과는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믿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나이가 몇이든 상관없이, 지금 바로 저속노화를 위한 생활습관을 주목하고 실천해야 하는 동기로는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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