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편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재부, 국민 1만명에게 묻는다
연말까지 여론조사 실시해 보고서 마련한다
내년 상반기 중 상속세 개편안 보충 자료로 활용
기획재정부가 상속세 제도 개편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내년 유산취득세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과정으로, 상속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동의 정도를 확인하고 정책 설계에 반영하려는 취지다.
29일 기재부 조세개혁추진단에 따르면 기재부는 올해 말까지 국민 1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상속세 개편 필요성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설문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산취득세 전문가를 섭외해 설문 문항을 작성하고, 조세 분야 전문가 30명 이상을 대상으로 별도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행 상속세는 1억원 이하 10%,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20%,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30%,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로 구간별 세율을 적용한다. 상속 재산 전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세 방식으로, 상속인에게 분배하기 전에 먼저 세금을 매긴다.
기재부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을 검토 중이다. 유산취득세는 상속 재산을 상속인들이 나눈 후 각자의 몫에 대해 개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8개국 중 24개국이 이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4개국만 유산세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유산세 방식은 30억원의 자산을 세 자녀에게 각각 10억원씩 물려줄 경우 30억원 전체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현행 상속세율에 따르면, 30억원을 초과한 금액에는 50%의 세율이 적용돼 이때 총세액은 약 8억1000만원에 이른다. 각 자녀가 부담해야 할 세금은 2억7000만원 정도다.
그러나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하면, 자녀 각자가 받은 10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된다. 이 경우, 총세액은 약 5억4000만원으로 줄어들며, 1인당 세 부담은 1억8000만원 수준으로 감소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유산취득세 도입 시 1인당 세금이 9000만 원 줄어드는 셈이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유산취득세 전환은 우리 사회의 경제적 변화에 맞춘 제도 개편의 일환”이라며 “상속세가 25년 동안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개편은 낡은 세제를 합리화하는 과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한 야당이 제기한 ‘부자 감세’라는 비판에 대해 “이번 개편은 단순히 세율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상속세 과세 체계를 보다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바꾸기 위한 노력”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유산취득세 도입 여부와 상관 없이 이미 상속세 관련 논쟁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재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 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인상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야당은 최고세율 50%를 유지하되, 일괄공제를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공제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세율 인하에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재부는 내년 상반기 국회에 유산취득세 법률안을 제출할 예정이지만, 민주당의 반대가 강해 법안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유산취득세가 공평성과 재산 분배 효과가 크고, 각자 능력에 맞게 세금을 부담한다는 ‘응능부담의 원칙’에도 부합해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허위 분할 신고가 성행할 우려가 있고 유산분할의 실태를 투명하게 공시하지 않으면 세무 집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여론조사 결과를 연내에 받아보고 이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 중 상속세 개편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산취득세 개편 방안은 7월쯤 발표되는 세법 개정안에 포함될 수도 있고, 그 이전에 별도로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며 “여론조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제도 설계에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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