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영리 환경단체 EWG가 발표한 '더티더즌'

미국에서 식탁에 오르는 농산물 중 75% 이상에서 유해한 살충제가 검출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특히 시금치, 딸기, 케일처럼 많이 소비되는 채소와 과일에서 살충제 잔류물이 다량 검출됐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각)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 환경워킹그룹(EWG)은 '2025년 농산물 소비자 가이드'를 발표하며 살충제에 가장 많이 오염된 12가지 농산물 목록인 '더티 더즌(Dirty Dozen)'을 공개했다.
EWG는 농무부가 47종의 과일과 채소 샘플 5만 3692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잔류 농약 검사 데이터를 분석해 '더티 더즌'을 발표했으며, 검사를 위해 샘플들의 껍질을 벗기거나 세척한 뒤 테스트를 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심각하게 오염된 농작물은 '시금치'

EWG 발표에 따르면, 올해 가장 심각하게 오염된 농산물은 시금치로 드러났다. 조사에 사용된 시금치 샘플에서는 평균 7가지 이상의 살충제가 검출됐으며, 일부 샘플에서는 최대 19종의 서로 다른 살충제와 농약류가 확인됐다.
특히 전체 시금치 샘플의 76%에서는 유럽연합에서 2000년 이후 식량 작물에 사용이 금지된 신경독성 살충제인 페르메트린이 검출됐다.
그 뒤를 이은 것은 딸기와 케일이었다. 케일의 경우 겨자잎과 콜라드 그린을 포함한 조사 결과로, 이들 역시 높은 농도의 잔류 농약이 검출됐다.
이 외에도 포도, 복숭아, 체리, 천도복숭아, 배, 사과, 블랙베리, 블루베리, 감자 등 흔히 소비되는 과채류가 모두 더티 더즌 목록에 포함됐다.
특히 블랙베리와 감자는 올해 처음으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EWG는 전체 더티 더즌 농산물 샘플 중 96%에서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살충제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녹두·피망·고추도 고위험군

EWG는 단순히 검출 여부뿐 아니라 해당 성분의 독성 정도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녹두, 시금치, 피망, 고추, 케일, 콜라드, 겨자잎 등에서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품목에서는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계통의 농약 성분이 반복적으로 검출됐다.
EWG는 농약이 체내에 흡수됐을 때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성분은 어린이나 임산부에게 더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는 물질로 분류돼 미국 내 식품 안전 기준에서도 지속적인 논의 대상이 되고 있다.
농무부와 식약처는 모든 샘플을 껍질 제거 또는 세척한 후 검사했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 노출 수준에 가까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염물질이 껍질에만 남아있다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세척 후에도 상당량의 잔류물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과도한 불안감 조성…" 이견도 여럿 나와
다만, 이번 발표를 둘러싼 이견도 여럿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와 식품 과학자들은 EWG의 조사 방식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우려를 했다.
특히 '더티 더즌'이라는 표현 자체가 소비자에게 과일과 채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EWG는 과일과 채소 섭취 자체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농약 노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알렉시스 템킨 EWG 과학 담당 부사장은 "기존 식단에서 유기농 식단으로 전환했을 때 소변에서 검출되는 농약 수치가 현저히 줄어드는 결과를 확인했다"며 "과일과 채소 섭취를 적극 권장하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으며, 소비자가 정보를 가지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농약 검출 수준이 낮은 '클린 피프틴'

한편, EWG는 농약 검출 수준이 매우 낮은 농산물을 의미하는 '클린 피프틴(Clean Fifteen)'도 함께 발표했다.
이번 클린 피프틴에는 파인애플, 스위트콘, 아보카도, 파파야, 양파, 스위트 피, 아스파라거스, 양배추, 수박, 콜리플라워, 바나나, 망고, 당근, 버섯, 키위가 포함됐다.
올해 클린피프틴에는 바나나와 콜리플라워가 새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EWG는 "우리의 목표는 특정 농산물을 피하라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농약 노출을 줄일 수 있는 선택지를 알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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