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세 도입 논의 확대…애완동물 키우려면 세금이?”
반려동물 인구의 증가와 함께 개 물림 사고와 동물 유기 같은 사회적 문제가 심화되며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의 필요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사육 가구에 세금을 부과해 동물권과 반려인의 책임을 동시에 높이자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와 정부의 신중한 접근으로 인해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보유세 다시 대두"... 반려동물 증가로 인한 사회적 문제·비용 증가
KB금융그룹이 발간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 가구는 2022년 말 기준 약 552만 가구이고, 동물등록을 마친 반려견은 2022년 말 기준 302만5859마리입니다.
해마다 반려동물 인구가 많아지면서 개 물림 사고, 동물 유기 등 사회적 문제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소방청 '119구급대 개 물림 환자 이송 현황'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로 인한 병원 이송은 ▲2020년 2114건 ▲2021년 2197건 ▲2022년 2216건 등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개 물림 사고로 일평균 6명이 구급차를 탄다는 얘기로, 직·간접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농식품부 '2022년 구조동물 구조·보호 현황'에 따르면 2022년 버려진 동물은 11만3440마리입니다. 2017년부터 매년 적게는 10만마리부터 많게는 13만5000마리까지 버려지고 있어 동물 유기 문제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농식품부의 '2022년 반려동물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실·유기 동물 구조·보호 비용을 포함한 동물보호센터 운영비용은 총 294억8000만원이었습니다. ▲2019년 232억원 ▲2020년 267억원 ▲2021년 297억4000만원으로 증가해왔습니다.
세금을 걷어서 동물복지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괜찮은 생각 아닌가요?
보유세 도입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예산 부족 문제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했습니다.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정부나 지자체가 좋은 의도의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기획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그 정책을 시작하거나 지속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들을 여럿 보았기에 더욱 보유세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현정 정책기획팀장은 "독일, 네덜란드, 미국 등에서는 보유세를 반려동물 인프라 확충과 같은 복지 증진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반려동물 관리에 대한 책임 인식을 강화해 유기 동물 발생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고, 반려동물을 위한 편의시설 확대, 의료비 부담 등으로 반려동물과 반려인 모두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간다면 보유세에 대한 공감대 확보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보유세로 조성된 자금이 반려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를 손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면, 보유세에 대한 국민들의 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게 이들의 생각입니다.
농식품부 "보유세 계획 없어"…전문가 "정부 행정 역량 파악이 중요"
농식품부는 2020년 1월 '제2차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2020~2024년)'을 발표하면서 늦어도 2024년 보유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계획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농식품부는 2022년 반려동물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보유세 신설에 대한 질문을 포함하려다가, 반발을 우려해 끝내 제외하기도 했습니다.
보유세 도입 논의 방향에 대해선 "보유세의 정착을 위해선 반려동물의 관리를 위한 물적·인적 인프라가 필요한 만큼, 현재 정부의 행정적인 역량 수준을 파악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독일처럼 보유세 방식이 좋을지, 일본처럼 구입 단계에서 높은 가격을 부과하는 방식이 좋을지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은 시기상조
반려동물의 복지와 보호 예산이 부족한 가운데 보유세 징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정확한 규모 파악이 어려워 행정 비용이 오히려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는 목소리 입니다.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의 양육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 회장은 "강아지는 평균수명이 짧고 직접 방문해서 파악하기 전에는 주기적으로 보유 여부를 점검하기도 어려워 과세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세금보다 행정비용이 더 들어갈 것같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 회장은 "정말 어렵게 생활하면서 가족처럼 의지하고 기르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며 "취약계층에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것이 공정한 일이라 할 수 있는지 과연, 그분들이 세금을 낼 수 있는지 봐야 한다. 세금은 강제성이 있어 납부하지 않으면 경제활동을 못 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웅종 연암대학교 동물보호계열 교수(이삭애견훈련소 대표)는 "한국에서 보유세를 걷는 건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다른 국가들이 보유세를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사용하는 반면, 한국은 주로 유기 동물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이어 "세금을 내면 세금을 내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보유세의 경우 반려인들이 세금만 낼 뿐 어떠한 혜택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보유세를 걷는다면 반려인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존에도 재정가뭄에 지자체 보유세 세원 확대 외쳐
2023년 6월에도 반려동물 보유세가 언급된 적이 있습니다. 부동산 감세 정책 등으로 세수 급감을 맞은 지자체에서 관련 세금의 도입을 요구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겁니다.
반려동물 보유세는 반려동물을 보유한 가구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21년 기준 등록 반려견 수 276만 마리, 마리당 10만 원으로 계산하면 2,760억 원의 세금이 생기는 겁니다. 등록 반려견이 절반 수준인 걸 감안하면 실세 세수는 두 배까지도 예상할 수 있으니 상당한 규모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제 미국, 중국, 독일 등 많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2022년 설문조사 결과 절반 정도가 찬성하는 걸로 나타난 상태입니다.
반려동물 보유세 논의는 단지 세금 도입의 찬반을 넘어 우리 사회가 생명체로서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반성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생명에 대한 깊은 존중과 감수성이 있는 사회만이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 논의를 통해 우리가 동물을 독립된 생명체로 인정하고 그들의 복지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