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을 발판으로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증권사의 생산적 금융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개인 투자자 중심 브로커리지 사업으로 성장해 온 키움증권이 조달 기반을 확보하면서 자본 운용 구조를 기업 투자와 혁신기업 지원 등 실물경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획득하며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을 확보했다. 발행어음 사업은 자기자본의 최대 두 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제도로, 증권사가 투자와 기업금융을 확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 모델로 꼽힌다. 그동안 발행어음 사업은 초대형 투자은행 중심으로 운영돼 왔지만 키움증권이 신규 사업자로 합류하면서 사업 구조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발행어음 사업은 증권사의 생산적 금융 역할과 직접 연결되는 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가운데 일정 비율을 모험자본에 투자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험자본은 혁신기업 투자와 중소·중견기업 금융 지원 등 기업 성장 자금 공급으로 이어지는 영역으로, 금융당국이 강조해 온 생산적 금융의 핵심 분야로 꼽힌다.
키움증권 역시 발행어음 조달 자금 가운데 일정 비율을 모험자본 투자에 배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발행어음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기업 투자와 인수금융, 사모 투자 등 다양한 기업금융 영역에서 투자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중개 사업 중심의 증권사가 투자와 기업금융 기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는 키움증권의 기존 사업 구조와도 대비되는 모습이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주식 거래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며 성장해 온 대표적인 리테일 증권사다.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이 높고 개인 투자자 거래 확대에 따른 수탁 수수료 수익이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아 왔다.
이러한 사업 구조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금융과 투자은행 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돼 왔다. 대형 증권사들이 기업금융과 투자 사업을 확대하며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는 동안 키움증권은 개인 투자자 시장 중심 전략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발행어음 사업 진출은 이러한 사업 구조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투자와 기업금융을 확대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발행어음 사업을 운영하는 주요 증권사들은 조달 자금을 활용해 기업금융과 투자 사업을 확대하며 사업 구조를 다각화해 왔다.
다만 발행어음 사업이 곧바로 생산적 금융 확대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발행어음 자금이 기업금융이나 모험자본 투자로 연결될 수도 있지만 채권 투자나 대체투자 등 금융자산 운용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발행어음 조달 자금이 기업 투자보다 운용 자산 확대에 활용됐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결국 키움증권의 발행어음 사업이 생산적 금융으로 이어질지는 자금 운용 전략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모험자본 투자와 기업금융 비중을 얼마나 확대하느냐에 따라 증권사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리테일 중심 증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기업금융과 투자 영역으로 사업 구조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했다"며 "조달 자금이 실제 기업 투자와 혁신기업 지원으로 이어질 경우 증권사의 생산적 금융 역할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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