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개성 시내 북한군도 엿본다…국산 첨단 무인기, 어떻게 만들었나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4. 3. 2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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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감시정찰능력을 대폭 높일 국산 중고도무인정찰기(MUAV) 양산이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2028년까지 진행될 MUAV 생산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서울 도심에서 100㎞ 떨어진 개성 일대의 북한군 움직임도 정찰할 수 있는 감시자산을 국내 기술로 확보하게 된다. 

이를 통해 독자적인 대북 전략감시 능력을 확보하면서 미래 무인기 전력을 구축하기 위한 기술적 기반도 닦을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4드론쇼코리아에서 관람객들이 대한항공 부스에 전시된 중고도무인정찰기(MUAV)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고성능 무인기를 개발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기술적 문제로 당초 일정보다 작업이 지연됐고, 고고도무인정찰기(HUAV) 글로벌호크와의 중복 논란에도 직면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내 방위산업체 관계자들의 노력과 헌신이 없었다면 무인기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와 관련해 방위사업청이 세계일보를 통해 밝힌 MUAV 개발·양산 준비 과정에 따르면, 모든 부분에서 어려움이 작지 않았다. 말 그대로 엄청난 노력 끝에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기술적 문제 극복하고자 총력 대응

MUAV는 지난 2002년에 처음으로 군에서 소요가 결정됐다. 2008년 사업추진 기본전략이 수립됐고, 탐색개발(2008~2012년)을 거쳐 체계개발이 이뤄졌다. 

2011년쯤 공군 글로벌호크와의 운용 및 개념 중복 문제가 불거지면서 개발이 한때 중단될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술적으로 검토해본 결과 글로벌호크 도입과는 별개로 MUAV도 필요하다”는 군 내부 판단에 따라 MUAV는 극적으로 회생했다. MUAV에 쓰고자 국내에서 개발중이었던 관련 기술도 사장될 위기에서 벗어났다.

MUAV는 365일 연속으로 약 12.2㎞ 이상의 고도에서 24시간 운용할 수 있다. 주·야간 고해상도의 표적 영상을 실시간으로 지상 통제 장비에 보내고, 판독·분석 및 전투피해평가도 가능하다. 

MUAV는 기체와 지상통제소, 임무장비로 구분된다. 기체는 전자광학 및 적외선(EO/IR) 센서와 합성개구레이더(SAR)를 탑재한다. 이들 장비는 지상에 대해 연속적인 정지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MUAV가 야외에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O/IR은 MUAV의 ‘눈’ 역할을 수행한다. 주간에는 전자광학 카메라로, 야간에는 적외선 카메라로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한다. 

SAR는 공중에서 지상 및 해양을 관찰하는 레이더다. 전자파를 쏴서 돌아오는 시간차를 처리하여 지상지형도를 만들거나 지표를 관측한다. 날씨와 관계 없이 정찰이 가능하다.

MUAV는 이같은 센서를 탑재해 임무경로를 따라 비행한다. 수집된 영상정보는 지상통제소로 송신한다.

지상통제소는 기체의 이착륙 및 임무를 통제하고, 기체에서 보내온 영상정보를 영상판독처리체계로 송신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에 육군에서 운용하던 국산 송골매 무인정찰기보다 훨씬 높은 성능을 지니고 있는 MUAV의 개발 과정은 어렵고 복잡했다.

공군이 처음 요구한 MUAV 최대운용고도는 국내 기술 수준에서 비춰볼 때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였다. 

ADD 기술자들은 공군의 요구도를 충족하기 위해 13년에 이르는 탐색·체계개발 단계 동안 주말과 휴일도 반납하며 개발을 진행했다.

하지만 비행시험 도중 상승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MUAV 시제기가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원인 분석 결과 예상치 못했던 요소에 의해 양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의심됐다. ADD는 이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여러 차례 데이터 분석, 기술검토회의와 비행시험을 진행, 의심했던 현상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했다. 

기술 검토와 자문, 시험을 수행해 가장 적합한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낸 결과 MUAV는 동급 비행체 중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운용고도를 갖고 있다고 방위사업청 측은 설명했다.

MUAV가 제 성능을 발휘하려면 기체와 더불어 데이터링크 장비 등을 동시에 개발하고 체계에 통합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장비별 성능 테스트에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기체 장착 이후 시험 과정에서 데이터링크 장비의 문제가 발견됐다. 

MUAV의 데이터링크는 3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기체에 장착하였으나 2016년 말 최초 안전 비행시험 직전에 고장이 반복됐다. 

ADD는 원인 분석과 해결 방안을 찾은 끝에 장비 품질 문제를 한 달 만에 확인했다. 이후 해당 장비를 다시 제작하고 시험 및 품질 검사까지 6개월 만에 완료, 2017년 8월에 최초 안전 비행시험을 수행할 수 있었다.

MUAV는 국내에서 처음 만든 대형급 무인기다. 비행시험을 하려면 공군의 표준활주로(2.7㎞)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ADD는 공군 서산비행단에서 시험을 수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평일에는 공군 전투기 작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활주로를 주말에만 사용해야 했다. 
지난 2023년 9월 22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미디어데이에서 MUAV가 분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연구원들은 개발 사업 초반 6개월의 비행시험 기간에 주말 여가를 반납하고 현장에서 시험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어린 아이를 자녀로 뒀던 젊은 연구원들은 나중에 아이들이 자신의 얼굴을 몰라볼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나중에는 공군과의 지속적인 협조를 통해 평일에도 공군 작전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비행시험을 할 수 있었지만, 시험비행에서 겪은 고충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자동착륙 시험에서도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지난 2018년 12월 주 기지에서 이륙해 예비기지에 자동착륙하는 비행시험을 수행하던 도중 착륙경로에 있는 주변 산과의 거리가 가까워 안전을 위해 자동착륙 접근을 취소하고 복행을 하기로 했다. 

예비기지 착륙을 위해서는 사전 설정된 예비기지 착륙경로를 수정해야 했다. ADD 연구원들은 비행체를 착륙 대기지점에서 선회하게 해서 대기하게 했고, 공군의 지원을 받아 현장에서 착륙경로에 설정된 임무계획파일의 착륙경로에 설정된 착륙항로점 고도를 수정했다. 

이를 통해 수정된 임무계획파일을 비행체에 다시 입력한 끝에 착륙승인을 받았다. 이후 정상적으로 자동착륙 비행시험을 완료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최한 공개행사에서 MUAV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쉽지 않았던 양산 착수

방위력개선사업 절차상 체계개발이 종료되면, 개발 참여 업체는 방산물자와 방산업체 지정을 통해 방위사업청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방산업체로 지정받은 업체는 방산업체 보호 및 육성을 위해 계약 체결 과정에서 일반업체 대비 높은 이윤을 보장하는 방산원가를 적용받는다. 

다만 계약 체결 전에 해당 업체가 방산업체 지정을 받아야 한다. 신청 이후 방산업체로 지정받는 데 약 5개월의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MUAV 사업에서 일부 업체들이 양산 계약이 임박한 시점에서 방위사업청에 방산물자 및 방산업체 지정을 신청했다. 

기존 방식대로 방산업체 지정을 기다리면 애초 계획한 ‘2023년 내 계약 체결’이 불투명해지는 상황이었다. 
지난 2022년 9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방위산업전에서 MUAV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는 공군 전력화 시기 지연과 더불어 약 1400억원의 양산 착수금이 불용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방위사업청 내 해당 사업팀은 원가산정팀과 협조하는 한편 업체들에 필요한 자료들을 신속히 제출하도록 촉구했다. 

대외적으로는 방산업체 지정 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실무자·관리자 수시 방문 면담, 업체 자료 사전검토를 통한 시행착오 기간 최소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통해 지난해 12월 양산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또한 1400억원의 양산 착수금이 불용처리되는 것을 방지했다고 방위사업청은 설명했다.

김태곤 방위사업청 첨단기술사업단장은 “MUAV 체계개발사업은 기존에 없던 도전적인 무인항공기 개발사업으로 수많은 연구원과 사업관계자의 헌신과 노력이 투입됐다”며 “우리 군 임무 능력의 향상과 더불어 향후 고성능 무인항공기 개발을 위한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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