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산이 방산부문 재매각에 나설 경우 가장 유력한 선택지는 인적분할 후 지분 매각이다. 상법 개정으로 주주충실 의무가 도입되면서 이사회가 감당해야 할 법적 리스크가 커졌다. 사측이 물적분할 등 소액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는 선택을 한다면 배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인적분할' 주주충실 리스크 해소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풍산은 방산부문 매각을 추진하다 돌연 철회했다. 풍산이 영업이익의 70% 이상이 발생하는 방산부문을 매각하려 했던 건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해석된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장남이 미국 국적자라 한국의 방위사업체를 물려받을 수 없어서다.
오너가 승계보다 상속을 택한다면 방산 호황기를 맞아 몸값이 오른 지금이 적기다. 현재 방산부문 매각은 공식적으로 중단된 상태지만 업계는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올해 연간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기대감으로 몸값이 더 상승할 전망이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방산부문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동 가격 상승에 따라 대규모 이익이 발생할 전망인 점을 고려하면 연간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크게 웃돌 전망"이라고 밝혔다.
풍산이 방산부문 재매각에 나선다면 인적분할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매각 추진 때도 인적분할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적분할은 회사를 나눌 때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율만큼 신설회사의 주식을 배분하기에 주주가치가 근본적으로 훼손되지 않는다.
특히 상법 개정으로 주주충실 의무가 도입된 상황에서 가장 현실성 있는 매각 방식이 인적분할이다. 2025년 7월 1차 상법 개정으로 상법 제382조의3에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가 추가됐다. 공포 즉시 시행된 이 법령은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회사를 비롯해 소액주주 등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상법 개정에 따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물적·인적분할이나 인수합병(M&A), 자사주 소각 등을 결정할 때 모든 주주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법적 책임을 지게 됐다.

풍산의 방산부문은 기업가치를 견인하는 알짜 사업이다. 연간 실적에서 매출 비중은 약 30%에 불과하나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창출한다. 증권가가 풍산의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가 방산부문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주목되기 때문이다.
방산부문을 매각할 때 물적분할이나 영업양수도를 선택한다면 주주가치 훼손 등으로 이사회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물적분할은 풍산이 방산부문을 분할해 신설법인을 만들고 신설법인이 발행할 주식을 모두 소유하는 방식이다. 방산 모멘텀을 보고 풍산에 투자한 소액주주는 주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보기에 주주충실 의무를 위반하게 된다.
영업양수도는 방산부문의 자본과 부채를 구매자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풍산이 방산부문 매각 대금을 주주에게 공평하게 분배한다면 주주가치 훼손 리스크를 벗어날 수 있으나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따른 높은 과세 부담으로 현실성이 낮다. 또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양도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표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작다.
풍산그룹 오너일가는 지주사 풍산홀딩스를 통해 풍산을 지배하고 있다. 풍산홀딩스는 지난해 말 기준 풍산 지분율을 38.00%를 확보했고 소액주주 약 10만명은 45.63%를 보유 중이다. 이밖에 국민연금이 2대주주로 7.97%를 보유했다.
방산부문 매각 중단...'몸값' 더 오를까
풍산그룹이 검토한 방산부문 매각 시나리오는 인적분할 이후 풍산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38%를 매각하는 것이다. 지분 38%에 대한 매각가는 프리미엄을 반영해 1조5000억원 수준이다. 풍산홀딩스가 보유한 풍산 보통주는 1065만주로 1주당 10만원을 반영하면 1조650억원이며 프리미엄 40%를 더하면 1조4910억원으로 증가한다.
풍산이 방산부문 매각을 중단한 건 가격 문제를 비롯해 알짜 사업 매각에 따른 재무·포트폴리오 부담, 노조와의 갈등, 외부적인 독점 규제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주주충실 의무가 도입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도 매각 중단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방산부문 매각으로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게 되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와 배임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 풍산은 상법 개정 전인 2022년에도 방산부문을 물적분할하려다 소액주주의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했다.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 매각이 중단된 상태지만 인적분할이 이뤄지면 풍산의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풍산은 인적분할을 하면 신동부문과 방산부문으로 나뉘게 된다. 방산부문이 최대주주의 매각 추진 때 반영된 프리미엄을 기준으로 시장에서 재평가를 받게 되면 기업가치가 상승할 여력이 크다. 풍산의 의결권 있는 총발행주식 수는 2731만4278주로 1주당 10만원을 반영하면 약 2조7314억원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풍산 최대주주의 지분 38%에 대한 예상 매각가를 역산하면 풍산의 방산부문 가치는 약 3조8000억원으로 시가총액 2조7000억원을 뛰어넘어 적정 가치를 인정받는 셈"이라며 "2026년 방산부문 당기순이익은 약 2000억원으로 추정되므로 주가수익비율(PER) 19배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나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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