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판결문 공개 확대 촉구… 관건은 ‘개인정보 보호’ 장치

이재명(사법연수원 18기) 대통령이 하급심 판결문의 전면적인 공개 확대를 촉구하면서 관련 법적 쟁점이 주목받고 있다. 법조에서는 이 대통령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행법상 얽혀 있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법적 장벽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6월 2일 제24회 국무회의 겸 제11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조원철(18기) 법제처장에게서 업무보고를 받던 중 하급심 판결문 공개 문제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어떤 행위의 기준이나 판단의 기준은 비밀일 수 없지 않느냐"며 "하급심 판결 공개를 안 하면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국민이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례 또는 행정 결정, 선례·관행을 원칙적으로 공개해야 구성원들이 어디에 맞춰 행동할지 판단하고, 어떤 행동이 사회와 법 질서 체제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과거 변호사로 활동하던 때를 언급하며 "(법원이 판결문을) 부분적으로만 공개를 하고 있고 공개를 하는 방식도 굉장히 까다로워 제가 변호사를 하면서도 그 접근이 잘 안됐다"고 말했다.
이날 정성호(18기) 법무부 장관은 하급심 판결 공개와 관련해 "법원행정처와 법무부 법무실이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보고 있다"면서 "조만간 보고 하겠다"고 답했다.
법조에서는 법원이 하급심 판결문 공개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법률이 규정한 '비실명화(익명화) 의무'를 꼽는다.
현재 판결문 열람 및 공개의 근거가 되는 민사소송법 제163조의2(판결서의 열람·복사)와 형사소송법 제59조의3(확정 판결서 등의 열람·복사)에 따르면, 법원은 판결서 등을 공개할 때 반드시 '소송관계인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민사판결서 열람 및 복사에 관한 규칙'과 '형사 판결서 등의 열람 및 복사에 관한 규칙'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비실명 처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나아가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를 유출할 경우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사법부가 임의로 전면 공개를 단행할 수 없는 구조적인 이유다. 이 때문에 법원은 판결문 공개 시 담당자가 직접 검토하거나 시스템으로 비실명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
한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제공하거나 열람·복사하는 경우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면책 조항을 두지 않으면 전면 공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비실명화 조치 없이 하급심 판결을 전면 공개하고 있다.
현재 법원은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인터넷 열람', '사본 제공 신청', '방문 열람' 등의 제도를 통해 판결문을 공개하고 있다. 또 국민들이 판결문을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기반의 '임의어 검색 서비스' 도입도 추진 중이다. 법원행정처는 해당 '지능형 판결문 검색 서비스' 구축을 위한 정보화전략계획(ISP) 예산을 신청한 상태이며, 예산이 편성되는 대로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