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시도 '회고록' 낸 살만 루슈디 "서사에 대한 소유권 다시 얻었다"
"이 책은 혐오 이기는 사랑에 대한 책"
"표현의 자유 상징? 운명 끌어안겠다"
"8월 11일 목요일은 내가 천진난만했던 마지막 저녁이었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인도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7)는 다음 날인 2022년 8월 12일, 미국 뉴욕의 강연장에서 괴한의 칼에 찔린다. 의료진조차 그가 살아남기보다는 '사체낭'에 실려 병원을 나서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루슈디는 장기가 손상됐고 왼쪽 눈을 잃었다. 왼손 역시 제대로 움직이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그는 살아남았고, 이 모든 것을 기록해 '나이프'라는 제목의 책으로 내놨다.
루슈디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나이프'를 씀으로써 나는 이 서사에 대한 소유권을 다시 얻었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그에게 이 책의 집필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휘말린 피해자에 머무르지 않고, 고통을 직시하며 자신의 삶을 되찾으려는 시도였다. 그는 "'나이프'가 사랑의 힘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한다"라고도 덧붙였다. "혐오의 대척점에 서서 혐오를 이기는 사랑."
책 한 권으로 33년간 암살 위협 시달려
인도에서 태어난 루슈디는 책 한 권으로 무슬림의 적이 됐다. 그가 1988년 내놓은 '악마의 시'에 등장하는 이슬람교를 연상하게 하는 가상의 종교에 신성모독이라는 반발이 인 탓이다. 이란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작가를 비롯해 출간과 관련된 모든 이를 처단하라는 종교법령(파트와)을 내렸고, 루슈디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10년간 지하 생활을 했다. 그로부터 33년 만에 현실이 된 테러의 순간, 루슈디는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왜 하필 지금이야"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가해자는 '악마의 시'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과거 파트와를 따라 '배교자' 루슈디를 공격했다. 루슈디는 "나는 나를 공격한 자가 읽지도 않았던 내 책, '악마의 시'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언제나 독자들이 그 책을 위협의 그림자 속에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하나의 총체로, 문학으로서 읽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루슈디는 지난 수년간 '악마의 시'를 이런 추문의 내러티브에서 벗어나게 하도록 애써 왔다.
'나이프'는 겁먹거나 복수하는 책 아냐
"죽음과 비슷한 상황에서 그냥 회복만 할 수는 없어. 삶을 되찾아야 해." 루슈디는 병상에서 자신의 아내 일라이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책 '나이프'에서 루슈디는 일라이자와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를 자세히 서술하고, 'A'라고 이름 붙인 가해자가 자신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임을 강조한다. 이 역시 작품뿐 아니라 삶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으려 애를 쓰는 과정이다. 특히 '나이프'가 겁먹은 책이나 복수하는 책이 되지 않도록 "범죄에 대한 진술만이 아니라 문학적 텍스트로서 즐길 수 있는, 풍부하고 다층적인 글을 쓰려고 했다"는 것이 루슈디의 말이다.
'나이프'의 결말에서 루슈디는 가상의 A와 대화를 나눈다. 루슈디는 "A가 책을 읽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성찰과 반성을 하며 살게 되리라고도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 장면을 쓴 이유는 "그가 이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야 하는 게 분명하고, 그를 '나의' 등장인물로 만드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루슈디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젠 그가 내 것이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죠."
"표현의 자유, 보장되지 않으면 다른 자유도 죽어"
여전히 루슈디에게 "표현의 자유란 보장되지 않으면 다른 모든 자유도 함께 죽어버리는 자유"다. "운명이 나를 덕망 높고 자유를 사랑하는 바비 인형으로,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루슈디로 바꿔놓았다면, 나는 그 운명을 끌어안겠다"고 그는 말한다. "다행히 자유에는 적만큼 친구도 많다"는 루슈디의 말처럼 수많은 이가 그의 편에서 회복을 빌었다. 이 모든 일들이 루슈디가 "불완전하게나마 행복을 재건"하는 데 도움을 줬다. 불완전하더라도, 강력한 행복이다.
다작으로 유명한 루슈디는 이미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소설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기다려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그는 앞으로도 문학의 길을 갈 것이다. "문학은 인류에게 인류의 이야기를 전하는 존재이자, 최종적으로는 우리의 유산입니다. 문학은 우리 자신에 대해 그릴 수 있는 최고의 초상이죠."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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