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자동차 열쇠, 스마트 키를 넘어 생체인식 키 시대가 온다

정연호 입력 2022. 10. 2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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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는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헛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자동차 키, 깜빡했다!

외출하려고 멋지게 차려입은 뒤 가방까지 메고 나와서 자동차에 도착했는데 ‘아차!’ 할 때가 있습니다. 주머니와 가방을 아무리 찾아도 자동차 키가 없는 것이죠. 약속시간은 가까워져 마음이 급해지고, 주차장에서 집까지 다시 돌아가려니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자동차 키를 잊은 건 내 잘못이지만 가끔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엔 집 현관문도 디지털 도어록으로 바뀌면서 열쇠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는데, 자동차 열쇠는 그렇게 바꿀 수 없는 걸까요?

그러고 보니 요즘 현관 열쇠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죠. 자동차는 그렇지 않지만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키도 사실 많은 변화를 거쳐왔습니다. 최초의 가솔린 엔진 자동차에는 열쇠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벤츠가 1885년 처음 선보인 ‘페이턴트 모터바겐’이라는 자동차는 시동을 걸려면 사람이 엔진 쪽 플라이휠을 직접 손으로 돌려야 했습니다. 이후 포드에서 1915년에 출시한 ‘모델 T’ 자동차는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 밑에 크랭크축을 꽂아서 돌려야 시동이 걸렸죠. 경운기를 보신 분들에게는 익숙한 모습으로, ‘ㄱ’자 손잡이를 돌려서 시동을 거는 방식(핸드 크랭크 스타터)입니다.

자동차 앞에 시동용 손잡이가 달린 포드의 Model-T Roadster-2, 출처= Don O’Brien

당시에는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는 건 부의 상징과도 같았는데, 차주들은 조수석에 시동을 거는 일을 하는 사람을 따로 고용해서 데리고 다닐 정도였습니다. 이들이 앉던 자리를 ‘어시스턴트 시트’라고 불렀습니다. 지금 운전석 옆자리를 조수석이라고 부르는 것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죠.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금속으로 생긴 자동차 열쇠를 사용했죠.

그렇습니다. 자동차 키가 시동을 거는 것과 잠금 장치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된 것이 1949년입니다. 크라이슬러가 최초로 열쇠를 돌려서 시동을 거는 ‘턴키 스타터’ 방식을 적용하면서부터인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고전적인 형태의 자동차 키인 ‘검은색 플라스틱에 금속이 붙어 있는 모습’은 이때 등장했습니다.

아무나 시동을 걸 수 있던 과거 방식과 달리, 고유한 패턴으로 만들어진 키를 돌려서 시동을 거는 방법은 보안과 편의성을 높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단점이 있죠. 키를 복제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94년부터는 이모빌라이저(도난방지장치) 기술을 도입해, 플라스틱 손잡이에 ‘트랜스폰더’라는 암호화 칩을 넣었습니다. 복제한 열쇠로 자동차 잠금을 풀더라도 차량의 ECU(전자제어장치)가 칩을 인식하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만들었죠. 이때부터는 문을 열고 시동을 건다는 기본 기능 외에 보안도 중요하게 보게 된 겁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1990년대에는 무선 주파수로 작동하는 리모컨 키가 등장했습니다. 지금도 널리 사용하는 방식인데요. 1990년대 중반에 독일의 지멘스가 개발했고 1997년 메르세데스-벤츠가 도입했습니다. 열쇠에 자동차 잠금과 해제, 트렁크 열림, 경적 울리기 등의 버튼을 더한 모습이죠.

금속 열쇠와 리모컨이 결합된 리모컨 키, 출처=픽사베이

최근엔 열쇠를 꽂고 돌리는 경우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버튼만 누르면 시동이 걸리니까요.

요즘은 운전자가 문을 열거나 시동을 걸기 위해서 자동차 키를 만지는 일 자체가 적어졌죠. 최근에 널리 쓰는 열쇠는 ‘스마트 키’이기 때문입니다. 차 키를 가지고 있으면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아도 잠금 해제가 가능하고, 차 내부에 키가 있으면 버튼만 눌러서 시동을 걸 수도 있죠.

모양도 다양해졌습니다. 기존 리모컨 키와 비슷한 모양부터 카드 형태, 디스플레이가 달린 스마트키 형태, 팔찌처럼 생겨서 아웃도어용으로 착용하는 키 형태 있습니다. BMW는 7시리즈 세단에서 운전자가 기능을 조절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키를 채택했습니다. 재규어는 E-페이스 SUV에 방수 손목밴드형 ‘액티비티 키’를 제공했고요.

BMW의 디스플레이 키, 출처=BMW USA 유튜브 채널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스마트키에서 지원하는 기능이 많아질수록 크기가 커지고 무거워진다는 것입니다. BMW 디스플레이 키는 손바닥을 꽉 채울 정도로 크고 두툼합니다. 이미 어디든 스마트폰을 들고 다녀야 하는 세상인데, 크고 무거운 차키까지 가지고 다니는 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겠죠.

그래서, 스마트폰에 자동차 키를 넣어 버리기도 합니다. 어차피 물리적인 열쇠가 필요한 게 아니라면 스마트폰에 기능을 더하자는 것인데요. 실제로 많은 완성차 제조사가 스마트폰 앱으로 자동차 잠금 장치와 시동을 제어하는 앱을 출시했습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자동차 키가 없어도 되는 것이죠.

공유차량을 이용할 때 스마트폰 앱을 많이 썼는데, 최근에는 일반 차량의 키 자체를 대체하고 있더라고요.

디지털 키 기술은 근거리 무선통신(NFC)이나 저전력 블루투스 통신을 이용해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연결합니다.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는 게 너무 당연한 시대라서 앱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제한적인 기능을 탑재했던 과거 스마트키에 비해 스마트폰 앱은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스마트폰 앱은 권한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권한을 가진 관리자가 다른 사람의 휴대폰으로 임시 열쇠를 ‘전송’할 수 있는 것인데요. 실물 열쇠가 없어도 스마트폰이 있다면 누구나 열쇠를 사용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친구에게 자동차를 하루 동안 빌려주고 싶다면,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게 한 후 임시 열쇠를 전송하면 됩니다. 관리자는 전송된 키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도 제한할 수 있고, 필요하면 언제든 권한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공유자에게 문을 여닫는 권한만 주거나, 시동만 걸 수 있게 하거나, 트렁크만 여닫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제한된 권한을 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BMW의 스마트폰 앱에서 키 권한을 공유하는 모습, 출처=BMW

어떤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잠금을 해제했는지에 따라서 에어컨 온도나 라디오 설정, 시트와 핸들 높낮이 조정과 같은 개인 맞춤 서비스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하니, 정말 ‘똑똑한 열쇠’의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휴대폰을 깜빡하거나 배터리가 방전돼서 자동차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스마트폰 키의 단점이 바로 그 부분이에요. 스마트폰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지만, 너무 많은 기능을 의존하다 보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죠.

대표적인 단점은 사용할 때 앱에서 직접 터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에서 앱이 실행되고 있지 않거나, 무선통신 기능이 꺼져 있으면 작동하지 않으니까요.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문이 열리고 시동을 걸 수 있지만,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행동이 더해진다는 것은 번거롭게 느껴지죠.

다른 단점은 스마트폰 배터리가 방전될 때입니다. 스마트폰은 워낙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다 보니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도 배터리 방전은 흔하게 일어나죠. 스마트폰이 켜지지 않으면 자동차를 탈 수도, 시동을 걸 수도 없어 답답한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래서, 디지털 방식 다음으로 논의되는 것이 생체인식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자동차 키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생체인식 기술로 자동차 잠금 해제나 시동 등의 일을 수행할 수 있다면, 스마트키나 스마트폰 없이도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생체 인증이라면 지문으로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인가요?

지문을 등록해 자동차를 사용하는 ‘지문 인증 스마트키’는 이미 상용화돼 있습니다. 현대차는 2018년에 중국산 싼타페(현지명: 셩다)에 차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거는 지문인증 출입 및 시동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제네시스 GV70에 탑재된 지문인식 모듈, 출처=현대자동차

지문 인증 스마트키는 차량 시스템에 운전자 지문을 등록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지문을 암호화해 차량에 등록하면 됩니다. 별도의 키 없이도 운전석 손잡이와 시동 버튼의 지문 인식 센서로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걸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앱처럼 여러 명에게 권한을 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도 더욱 고도화됩니다. 이 시스템은 여러 명의 지문을 등록할 수 있는데요. 내 지문으로 잠금을 해제할 때 미리 설정한 시트 위치와 룸미러, 사이드미러 각도로 알아서 조정하게끔 할 수 있죠.

리프모터 링파오 S01의 정맥 인식 도어, 출처=리프모터

지문 외에도 운전자 정맥이나 안면을 인식하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프모터’는 ‘링파오 S01’에 적극적으로 생체열쇠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 2019년 출시된 이 차량은 문에 손가락을 대면 정맥이 인식돼서 문이 열리고, 차량 센터페시아(대시보드 중앙)에 탑재된 모니터가 안면을 인식하면 시동을 걸 수도 있습니다. 가장 저렴한 모델이 1800만 원 수준이라고 하니, 생체인식 열쇠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다가온 기술인 셈입니다.

생체인증 기술은 금융이나 스마트폰 보안 등 여러 곳에서 상용화돼 있습니다. 그만큼 생체인식 기술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이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더라도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 상용화의 걸림돌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생체인식 키는 사람의 고유한 생체정보기 때문에 위조나 변조가 어렵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물론 보완돼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일어날 수 있는 위조와 변조 등의 보안 문제입니다. 때문에, 기업들은 위변조 방지를 위해서 지문이 변형되는 패턴을 분석하고, 채취된 지문 인지를 판별하는 고도의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등 보안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죠. 외부에 부착된 센서의 경우, 날씨 등의 외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생체인식 센서의 개발도 필요합니다.

이런 점들이 개선된다면 생체인식 기술은 자동차와 빠르게 결합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로 자동차 키를 들고 다닐 필요 없이 내가 열쇠가 되는 시대, 이제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 최근에서야 핫해진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먼저 파악하고 몇 년 전부터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를 진행해 왔다. 작년에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이름으로 전문 콘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웹서비스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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