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공공택지 입찰 리포트]제일건설, 계열사가 시행 전담 ' 5년간 직접 낙찰 제로
'풍경채' 브랜드로 주택사업을 하는 제일건설이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시공을 맡은 공공택지 전체가 계열사 및 관계사가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건설이 시공을 맡은 9개 택지 모두 계열사와 관계사가 획득한 토지였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를 통해 받은 2018년~2022년 추첨방식 공공택지 당첨 상위 10개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일건설 계열사는 9개 택지를 획득했다. 낙찰 택지 면적은 39만9152㎡ 규모다. 가로 75m, 세로 110m 규격의 축구장 48개에 해당한다.
2003년 설립 풍경채, 20년만에 도급 17위 성장
제일건설은 1978년 유경열 회장이 설립한 제일주택건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제일주택건설은 1992년 제일건설로 상호를 변경했다. 당시 제일건설의 상호는 제일풍경채다.
2021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7위인 제일건설은 2003년 설립됐다. 1978년 유 회장이 설립한 제일건설과는 다른 법인이다. 현재의 제일건설의 최대주주는 유 회장의 장남 유재훈 전 제일건설 사장이다. 제일건설의 이전 사명은 풍경채다.
풍경채는 어떻게 20년만에 도급 순위 17위 제일건설이 됐을까. 기존의 제일건설은 2007년 시공부문을 분할했다. 분할된 시공부문은 당시 풍경채와 합병을 통해 제일건설로 탄생한다. 본래 제일건설은 이 시기 제일풍경채로 이름을 변경한다.
제일건설로 사명을 바꾼 풍경채는 빠르게 외형을 불려나갔다. 2007년 당시 연결 기준 자산총액 461억원 규모였던 제일건설은 10년만에 1조원을 돌파하며 성장했다. 2022년 연결 기준 제일건설의 자산총액은 3조8614억원이다.
제일건설은 2013년 이후 주택건설 경기 호황 때 공공택지 중심의 자체 분양사업을 확대하며 성장했다. 당시 영우홀딩스, 세종화건설, 창암종합건설 등 8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자체 사업으로 사세를 빠르게 확장했다. 그 결과 2016년 매출액이 1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이후 꾸준히 1조원 안팎의 매출액을 올리며 빠르게 성장했다.
2014년 이전까지 주로 전남, 광주 지역에서 사업을 펼쳤던 제일건설은 충청 지역을 거쳐 수도권으로 아파트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제일건설의 계열사를 통한 자체공사 잔고는 2013년 1008억원에서 2015년 1조559억원으로 2년만에 10배가 증가했다.
호남권을 벗어나 제일건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공공택지 입찰이었다. 제일건설은 2015년 이후 평택, 시흥, 원주, 위례, 대구, 전주 등 지역에서 계열사가 획득한 공공택지에 시공을 담당했다. 당시 창암종합건설, 영우홀딩스, 제이제이씨앤씨, 트러스트투, 제이제이건설, 제이아이건설, 제일풍경채 등 계열 회사들의 발주 공사가 급증했다. 2022년 기준 제일건설의 계열 및 자체공사 매출액은 약 1조294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매출액의 60.3%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공공택지 입찰' 가족회사도 동원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제일건설은 계열사와 관계사 7개사 활용해 택지 입찰에 참여했다. 제일건설이 시공을 맡은 택지 당첨 업체는 △제이제이건설 △트러스트투 △창암종합건설 △제일디엔엠(현 제일에이치디에스) △제이아이주택 △제이아이홀딩스 △제이아이건설이다.
평택 고덕국제화계획 사업지구 AB42 블록에 당첨된 제이제이건설은 박현해 씨가 최대주주(지분율 80%)로 있는 회사다. 박 씨는 유 전 사장의 특수관계인으로 유 전 사장이 1969년생, 박 씨가 1970년생인점을 미뤄볼 때 배우자로 추정된다. 유재훈 전 제일건설 사장도 이 회사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제이제이건설 뿐 아니라 제이제이건설의 자회사 제이아이건설도 택지 입찰에 활용됐다. 제이아이건설은 제이제이건설의 100% 자회사다. 두 회사 모두 제일건설과 직접적 지분 관계는 없으나 오너 일가(동일인)이 소유한 관계사다.
제일건설이 직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트러스트투, 창암종합건설, 제이아이주택, 제일에이치디에스 등 4곳이다. 제일건설은 이들 회사 지분 50~51%를 소유하고 있다.
제일건설은 이른바 '벌떼입찰' 이슈가 불거진 뒤에는 계열사를 활용한 입찰 자체를 줄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제일건설이 최근 들어 직접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공공택지 사업보다는 자체 사업을 확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제일건설 관계자는 "2022년경 벌떼입찰 이슈가 불거진 뒤에는 공공택지 입찰 비중을 줄이고 자체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라며 "인천 계양, 평택 지제역 등에서 자체 사업을 진행 중이며 광주 일대에서 공원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