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장기화된 노사갈등이 내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사회(S) 부문 변수로 떠올랐다. 2025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 기준으로 단체교섭권을 주요 인권 이슈로 식별했지만 올해 들어 파업·준법투쟁·법적공방이 이어지며 해당 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순수 위탁개발생산(CDMO) 체제 전환과 5공장 가동으로 생산능력(캐파)을 확대한 가운데 내년 ESG보고서에서는 노사갈등을 인권·생산연속성 리스크로 설명해야 할 부담이 커졌다.
첫 파업에 드러난 S 리스크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갈등은 준법투쟁 한 달을 넘기며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다. 노조는 임금인상과 인사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4월28~30일 60여명 규모의 부분파업을 진행했고 5월1~5일에는 2800여명이 참여한 전면파업을 벌였다. 5월6일부터는 연장·휴일근무를 거부하는 방식의 준법투쟁을 노조원 자율참여 방식으로 이어왔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중재로 노사정 대화가 열렸지만 합의 없이 종료됐고 논의는 자율교섭으로 돌아갔다.
시장은 노사갈등이 내년 삼성바이오로직스 ESG보고서의 사회 부문 변수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ESG보고서에 관리대상으로 올라간 리스크가 올해 파업과 준법투쟁, 가처분, 고소전으로 현실화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발간된 2026 ESG보고서는 2025년 성과를 기준으로 작성돼 이번 노사갈등을 평가대상으로 다루지 않았다. 다만 회사가 같은 보고서에서 단체교섭권을 주요 인권 이슈로 식별했다는 점은 이번 사안을 단순 후속사건과 구분하게 만든다.
올해 보고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사관계는 안정적 체계에 방점이 찍혔다. 회사는 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 등 임직원 대의기구 활동을 존중하고 모든 임직원에게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2023년 9월 노조과 단체교섭을 시작해 2024년 임금단체협약, 2025년 임금협약을 체결했다는 내용도 담았다. 2025년 반노조 차별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업보고서를 함께 보면 노사갈등의 의미는 생산 리스크로 넓어진다. 파업 영향이 제조 본업과 고객사 수주 이행, 품질 승인 일정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라는 점에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11월 인적분할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업을 분리하고 순수 CDMO 체제로 전환했다. 2025년 연결매출 4조5570억원 중 제품매출이 4조3583억원으로 95.6%를 차지했다. 송도 소재 1~5공장의 캐파는 78만5000ℓ로 전체 84만5000ℓ의 92.9%에 달한다.
법원의 판단도 노사갈등이 생산공정 문제로 옮겨갔다는 점을 보여준다. 법원은 농축 및 버퍼 교환(UFDF), 원액 충전(DS Filling), 버퍼 제조·공급 등 3개 작업항목에 대해 회사가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들 공정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후반부와 충전 전환부에 걸쳐 일반 지원 업무로 보기 어렵다. 손실 규모를 1500억원으로 추산한 점도 생산차질 논리를 강화한다.
단체교섭권 공시 부담 확대

내년 보고서의 첫 비교 대상은 올해 제시한 안정적 S지표다. 2026 ESG보고서는 2025년의 임금협약 체결, 대의기구 존중, 반노조 차별 사례 부재 등을 전면에 배치했다. 반면 2026년에는 창사 첫 파업과 준법투쟁, 가처분 일부 인용, 영업비밀 유출 혐의 수사가 한꺼번에 발생했다. 같은 단체교섭권 항목이지만 내년 보고서에서는 발생 이후 대응 결과를 설명해야 한다.
단체교섭권 공시는 식별단계에서 관리결과 단계로 이동한다. 올해 보고서는 근로조건과 근로시간 항목 안에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넣고 주요 인권 이슈로 표시했다. 내년 보고서에는 해당 리스크의 등급 변화, 완화조치, 교섭채널 작동 여부, 후속 개선과제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노사정 대화가 합의 없이 자율교섭으로 넘어간 만큼 소통체계가 갈등을 줄였는지도 설명 대상이다. 어떤 근거로 핵심 공정 보호와 노동권 보장을 병행했는지도 기준이다.
노사소통 체계도 다른 기준으로 평가될 수 있다. 올해 보고서는 노조, 노사협, 고충처리 채널 등 제도적 장치를 중심으로 안정적 노사관계를 설명했다. 그러나 2026년 갈등은 임금, 성과급, 인사제도, 공정별 쟁의 제한까지 겹치며 기존 소통채널만으로 조정되지 않았다. 내년 보고서에는 교섭 횟수와 협의체 운영 여부를 넘어 갈등 조정 과정과 후속 개선조치가 중요해진다.
사업연속성 공시도 사회 부문과 맞물린다. 내년 보고서에서는 파업과 준법투쟁이 납기, 품질승인,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미친 영향을 어디까지 설명할지가 변수다. 핵심작업 3개 항목에 대한 쟁의행위 제한이 일부 인정되고 손실추산이 제시된 이상 노사갈등은 인권경영 항목에만 머물기 어렵다. 위탁생산(CMO) 사업은 고객사와 수주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영업의 핵심이다.
정보보호와 윤리경영 항목도 내년 S지표의 변수로 남는다. 사측은 박재성 삼성초기업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부장을 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고소했고 경찰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노조 측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해당 사안은 혐의 단계인 만큼 단정적으로 다룰 수 없지만 노사갈등이 정보보호와 준법경영 영역으로 번졌다는 점은 업계의 중론이다. 내년 보고서가 해당 사안을 인권경영, 윤리경영, 정보보호 중 어느 항목으로 분류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E·G 개선 속 잔여과제 주목

환경 부문은 전년 대비 개선폭이 비교적 뚜렷했다. 재생에너지 조달, 용수 재이용률, 폐기물 자원순환, 고객사 탄소자료 대응이 동시에 진전됐다. 재생에너지 100% 전환(RE100) 달성률은 2024년 28.6%에서 2025년 39.8%로 높아졌다. 용수 재이용률은 21.6%에서 31.4%로, 폐기물 재활용률은 89%에서 94.6%로 올랐다. 제품 탄소발자국 산정 대상도 10개에서 25개가 됐다.
다만 배출 총량의 압박은 남아 있다. 재생에너지 구매를 반영한 기준에서는 감축효과가 나타났지만 실제 사용 전략 기반 배출량은 증가했다. 2025년 스코프1(온실가스 직접배출)과 스코프2(전기·스팀에 의한 간접배출)는 시장 기준(Market-based)으로 전년 대비 9.3% 줄었지만 지역 기준(Location-based)으로는 25.5% 증가했다. 사업보고서상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 제출기준으로도 2024년 22만6519tCO₂e에서 2025년 26만5196tCO₂e로 17.1% 늘었다.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ESG 의사결정 체계가 강화됐다. 체계와 절차를 이사회 차원에서 끌어올린 흐름이다. 사업보고서상 이사회는 2025년 ESG 공시 및 평가 대응 계획과 기후변화·자연자본 활동 계획을 승인했다. 이후 ESG보고서 진행 경과, 기후변화 및 자연자본 리스크 분석, 윤리경영 운영 계획, 신재생에너지 구매계약, ESG 문서관리 절차서 제정도 안건으로 다뤘다.
향후 과제는 지배구조 공시가 실제 리스크를 얼마나 앞서 포착하느냐다. 2025년 말 이사회는 노사 상생기금 출연과 임직원 격려금 안건을 승인했지만 이듬해 파업과 준법투쟁을 막지는 못했다. 사업보고서상 제15기 주총 안건에는 집중투표제 배제 정비도 포함돼 주주권리 확대 흐름과는 거리가 있다. ESG위원회 운영과 문서관리 체계는 강화됐지만 노동, 정보보호, 생산연속성이 결합된 복합 리스크까지 선제적으로 다뤘는지는 내년 보고서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2027년 ESG보고서와 관련한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답변하기 어려운 점 양해 바란다"며 "UFDF, DS 필링, 버퍼 제조·공급 등 3개의 작업항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조를 상대로 낸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일부 인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차 파업으로 인한 손실은 15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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