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다 똑같은 양산형 쇼츠 근황

요즘 유튜브 쇼츠나 릴스, 틱톡을 넘기다 보면 엄청나게 듣게 되는 목소리다. 일명 “샤갈” 목소리로 유명한데, 특유의 외국인이 국어책 읽는 듯한 이 말투의 주인공은 바로 영상 편집 어플 캡컷의 TTS 모델 ‘애덤’이다.

메일로 “요즘 유튜브에 똑같은 목소리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유튜브에 같은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 이유는 TTS의 '압도적인편리함’ 때문. TTS(Text to Speech)란 텍스트를 AI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기술이다.

편집 프로그램이나 TTS 제공 사이트에서 텍스트를 입력한 후 원하는 음성 모델을 누르기만 하면 1초 만에 사람 목소리로 읽어준다.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고, 효율적인 제작이 가능해 획기적인 기술로 떠올랐다. 이런 TTS의 목소리 중 하나가 인기를 끌면, 일종의 밈이 되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문제는 TTS를 사용한 ‘양산형 콘텐츠’들이 소비자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콘텐츠의 다양성을 저하했다는 점이다. 어느 새부터 외국 채널 짜깁기 영상이나 인기 커뮤니티 글에 TTS만 입힌 쇼츠들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쇼츠로 월 1000만 원 벌기' 같은 강의들도 유행하면서, AI와 TTS를 이용해 하루에 수십 개씩 영상을 찍어내는 채널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정보의 정확성은 무시한 채 도파민만 노리는 이런 영상들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점령해버렸다.

그러다 작년 여름, 유튜브가 "AI 사용 콘텐츠는 수익 창출을 금지한다"는 소식이 퍼졌다. TTS 음성을 쓰는 채널들은 다 사라질 거라며 ‘쇼츠 시대의 종말’, ‘유튜브 정상화 가자’라는 반응과 함께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25년 7월 유튜브가 공식 발표한 새 정책에 따르면, 'TTS'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다만, 대량 생산되었거나 중복되는 콘텐츠를 ’양산형 콘텐츠’로 명명하고, 수익 창출 제한 대상을 보다 분명하게 지정했다.

핵심은 ‘독창적인 해설, 실질적인 수정, 교육적 또는 오락적 가치를 제공하지 않은 채 이미 존재하는 콘텐츠를 재활용하는 콘텐츠’의 수익을 제한하겠다는 거다.

즉, 창의성이 결여되고 진정성이 없는 영상이라 판단되면 수익 창출이 막힌다는 거다. 이미 있는 콘텐츠에 TTS만 입힌 영상은 당연히 제재 대상이다.

그런데 최근 짜깁기 영상보다 더 문제로 떠오른 게 있다. 바로 AI 슬롭(Slop).

오물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뜻하는 단어 슬롭과 AI를 합한 신조어로, AI가 쏟아내는 쓸모없거나 기괴한 영상이나 이미지를 말한다.

요즘 유튜브 보면 AI로 생성한 이런 귀여운 동물 영상도 많지만, 주로 맥락 없이 자극적이거나, 허위 정보를 담아 조회수만 노리는 영상들이 많다.

영상 편집 플랫폼 ‘카프윙’이 작년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유튜브 채널 상위 1만 5000개 중 278개가 AI 영상만을 게시하고 있었다. 이 채널들의 구독자 수는 2억 2100만 명에 달하고, 총 조회수는 630억 회, 연간 광고 수익은 약 1700억 원 정도로 추산됐다.

충격적인 건 'AI 슬롭' 영상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가 바로 한국이라는 점이다. 카프윙이 국가별 인기 유튜브 채널 상위 100개를 선정해 조사한 결과, 한국의 AI 슬롭 누적 조회수는 84억 5000만 회1위였다. 2위인 파키스탄(53억 회), 3위인 미국(34억 회)과 비교해도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문제는 전혀 의미 없는 저품질 콘텐츠나 딥페이크를 활용한 가짜 뉴스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거다. 사람들은 더 이상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인지 분간하기 어렵고,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미국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트‘2025년 올해의 단어’로 ‘슬롭’을 선정하기도 했다.

AI 슬롭 콘텐츠들로 저품질 콘텐츠가 계속 늘어나자, 유튜브 CEO 닐 모한'2026년 연례 서한'에서 올해 최우선 과제로 "AI 슬롭과 딥페이크 대응"을 꼽으며, 저품질 콘텐츠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정책의 일환인지, AI 영상 채널 중 590만 구독자를 보유한 ‘Cuentos Fascinantes’나, 580만 구독자를 보유한 ‘Imperio de Jesús’AI 유튜브 채널 상위 100개 중 16개 채널이 삭제됐다고 한다.

슬롭 영상이 더 늘어나면 유튜브 브랜드 신뢰도를 훼손하고, 이는 곧 광고주들이 유튜브 광고 노출에 더 엄격해질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떤 기술'로 만들었냐가 아니라, '어떤 내용'을 담느냐가 아닐까. 목소리도, 영상도 쉽게 만들 수 있어 콘텐츠 제작의 허들은 낮아졌지만, 그만큼 우리의 삶이 더 피로해진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