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선발진의 희망' 김진욱이 말하는 ABS와 제구력[부산야구실록]
‘2019년’. 롯데자이언츠 팬에게는 아픔으로 기억되는 해다. 그 해 롯데자이언츠는 KBO리그가 10개의 구단으로 운영이 된 이래 처음으로 ‘10위’ 꼴찌를 기록했다. 선수단 연봉으로 131억 원 웃도는 금액을 쓰면서 리그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쓴 팀이 됐지만, 성적은 승률 .340(48승 93패 3무)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최악을 찍었다.

끔찍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맞이한 2020시즌. 팬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직전 시즌의 부진한 성적 덕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망주 대어를 낚을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꼴찌 탱킹’의 주인공은 강릉고 좌완 에이스 김진욱. 장원준이 두산베어스로 이적한 뒤 롯데자이언츠에는 ‘좌완 에이스’의 칭호를 이어받을 투수가 전무했다.
김진욱은 3학년 시절 모교에 우승컵을 안겼다. 강릉고를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그해 김진욱은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롯데자이언츠의 지명을 받게 된다. 팬들은 김진욱이 롯데 좌완의 계보를 계승해 줄지 관심을 모았다. 큰 기대를 받으며 팀에 합류했지만, 프로의 길이 순탄할 리 없었다. 1년 차에 도쿄올림픽 국가대표에 뽑히는 등 선전했으나 매해 고질적 문제였던 ‘제구력’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KBO리그에서 뛴 세 시즌 모두 많은 수의 볼넷을 내줬다. 평균자책점 역시 6점대를 기록했다. 여러모로 아쉬운 성적이었다.

김진욱은 절치부심했다. 퓨처스리그에서 2024시즌을 시작한 그의 지상과제는 이번에도 ‘제구력 향상’. 김진욱과 코칭스태프의 노력이 통했던 걸까. 김진욱은 퓨처스 리그에서 30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는 동안 사사구를 12개만 내주는 등 한층 성장한 제구력을 선보였다. 불과 직전 해에만 해도 1군에서 36과 3분의 1이닝 만에 31개의 사사구를 내줬던 그다. 140대 중반의 구속을 기록하던 공이 140대 초반까지 느려지긴 했지만, 워낙 뛰어난 구위를 자랑했던 만큼 ‘제구가 되는 김진욱의 공’을 퓨처스 타자들은 쉽사리 공략하지 못했다.
김진욱의 성장하는 사이 롯데자이언츠의 선발진에는 조금씩 균열이 생겨났다. 에이스 찰리 반즈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4·5선발을 맡던 나균안과 이인복 역시 부진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되기에 이르렀다. 위기의 상황에 김태형 감독 눈에 김진욱이 들어왔다. 김 감독은 선발 로테이션을 채우기 위해 김진욱을 1군 무대로 호출했다.
다시 밟은 1군 마운드에서 김진욱이 보인 모습은 예년과 완전히 달랐다. 그는 4게임에 모두 선발 출장해 2승 평균자책점 2.57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문제점으로 꼽히던 볼넷 역시 21이닝 동안 9개만 허용하는 등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 일취월장한 제구력으로 팀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사직야구장에서 만난 김진욱은 제구력 향상의 비결로 ‘무념무상’을 꼽았다. 이전까지는 볼넷을 주면 안 된다는 압박감과 주자가 출루할 시 실점을 하게 될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된 투구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금 던지는 공에만 집중하자’는 식으로 머리를 비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볼을 던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볼을 던져도 괜찮다’라는 마음가짐 역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새롭게 도입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역시 김진욱에게는 쏠쏠한 도움이 됐다. 그는 “이전까지는 반대 투구가 될 경우 심판도 사람인지라 볼을 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일정한 존에 공이 들어가기만 하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다”며 “나처럼 제구력이 다소 부족한 어린 선수들에게는 이런 부분이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유달리 팬들의 응원이 뜨겁다는 취재진의 말에 김진욱은 “팀이 하위권으로 쳐져 있을 때도 늘 변함없이 야구장을 찾아 소리 높여 응원을 해주시던 팬들에게 큰 감동과 자랑스러움을 느꼈다”며 “경기가 아직 많이 남은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마운드에서 좋은 피칭을 이어 가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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