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새시대]"서로 시점 공유해야"…게이오대서 만난 청년들 마음은 이미 열린 문

권진영 기자 2023. 3. 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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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아카바네바시 역(驛)에서 걸어서 10분쯤 들어가자 네모반듯한 건물들 사이로 빨간 건물 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도심 속 근대 문화유산처럼 보이는 이곳은 일본의 사립 명문, 게이오대학(慶応義塾大学) 입구다.

앞으로의 한일 관계의 방향성을 묻는 다소 딱딱한 질문에도 이가라시씨는 "최근에는 한 달 차이로도 국제정세가 휙휙 바뀐다"며 "한국과 일본 서로의 시점을 공유하고 사이 좋게 지내는 편이 대처하기 좋을 것 같다"고 막힘없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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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사과했다고 끝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마주하느냐가 중요"
마주보고 편견 부술 기회 없던 코로나 세대 한일 청년들에도 봄이 올까
일본 사립 게이오기주쿠 대학 동관 입구. ⓒ News1 권진영 기자

(도쿄=뉴스1) 권진영 기자 = 일본 도쿄 아카바네바시 역(驛)에서 걸어서 10분쯤 들어가자 네모반듯한 건물들 사이로 빨간 건물 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도심 속 근대 문화유산처럼 보이는 이곳은 일본의 사립 명문, 게이오대학(慶応義塾大学) 입구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곳에서 17일 한국인 유학생과 현지 대학생을 상대로 강연을 열 예정이다. 장차 한일 관계의 주역이 될 청년들은 한일관계의 향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직접 게이오대 학생들을 만나봤다.

하지만 기자의 의욕과는 달리 4월의 캠퍼스는 한산했다. 벚꽃의 꽃말이 중간고사인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벚꽃이 만개한 4월에야 개강하기 때문이다.

캠퍼스를 한 바퀴 빙 둘러봤지만 게시판에 윤 대통령 강연과 관련된 포스터 및 안내문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서클·학회 활동으로 캠퍼스를 찾은 학생들도 윤 대통령의 방문에는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모르는 이도 있었다. 경제학부 2학년이라고 밝힌 그는 "뉴스를 안 봐서요"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게이오대학 홍보실은 "이번 강연과 관련해서는 일부 관계자들만 정보를 공유하게 돼 있다"며 "참가하는 학생들은 이미 모집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보실은 강연 위치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았다.

단, 캠퍼스 벤치에서 책을 읽고 있던 이가라시 고키(문학부·3학년) 씨는 "지난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왔을 때는 동관 6층에서 강연했다"며 "그 건물이 제일 유력해 보인다"고 힌트를 줬다.

앞으로의 한일 관계의 방향성을 묻는 다소 딱딱한 질문에도 이가라시씨는 "최근에는 한 달 차이로도 국제정세가 휙휙 바뀐다"며 "한국과 일본 서로의 시점을 공유하고 사이 좋게 지내는 편이 대처하기 좋을 것 같다"고 막힘없이 대답했다.

게이오기주쿠 대학의 문학부 소속 3학년 이가라시 고키(좌) 학생과 경제학부 소속 2학년 이시다 다쓰마(우) 학생이 설립자 후쿠자와 유키치 동상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 권진영 기자

현재 독문학 학회에 소속돼 있다는 그는 한국에는 지배 국가, 미국에는 패전 국가라는 일본의 복잡한 입장 때문에 '한번 사과했는데 왜 자꾸 언급하는 것이냐'는 편견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가라시 씨는 "한 번 사과했다고 끝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마주하는지가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며 수업에도 이런 얘기가 종종 오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로 뭐든 비대면으로 진행돼 관계성 자체가 형성되기 어려운 시대였다. 그런 만큼 편견이 생기기 쉬운 역사 등 부분은 앞으로 이해를 넓히기 좋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가라시 씨는 "문화를 비롯해 교육, 정치 등에서 마음속 가치관을 나누는 장에 어른들이 끼면 좀처럼 속내를 전달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표현을 고르고 고르며 덧붙였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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